민생법안 처리 0건…경제위기에도 한달 째 공전 국회에 비난 봇물
양당, 원 구성 놓고 협치 대신 대치로 갈등 골만 깊어져
지선 끝나고 정국 주도권 노려 지지층 결집 의식 정쟁 과열
국민의힘·민주당 각 당내 권력갈등도 국회 개점휴업 방치
일각에선 세비 반납 비판도…6월 한달간 40억원 토해내야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원구성 협상 난항으로 국회 공백 상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사진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 모습. (다중노출) (공동취재사진) 2022.06.19. [email protected]
정치권에서는 경제, 사회적으로 풀어야할 현안들이 나날이 쌓여가고 있지만 여야가 뜨거운 쟁점들을 조속히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선거가 끝난 뒤로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자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전략적 포석에만 골몰하면서 정국의 파고만 더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각 당에서 당 주도권 경쟁으로 내홍에 깊어지고 있는 것도 일하는 국회를 등한시하고 개점휴업을 자초한 셈이 됐다.
각 당에선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낮은 자세로 민심을 경청하고 받들 것처럼 한 목소리를 냈지만 21대 후반기 국회는 전반기의 악순환을 닮아가는 양상이다.
여야 간 협치의 시발점인 원 구성의 협상테이블은 마련됐지만 한 달째 서로 양보만 요구하면서 정치력 부재만 노출한 꼴이 됐다. 민주당이 1년 전 합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는 것에 동의하면서 꽉 막힌 정국에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듯 했으나 사실상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완결판인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하기 위한 국민의힘측 명단 제출을 조건부로 내걸었고, 이에 국민의힘은 의장단·법사위원장을 먼저 선출하는 역제안을 한 뒤로 양당간 추가 물밑 협상에 진척이 없어 원 구성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 됐다.
양당은 이처럼 한치 양보없이 첨예하게 맞서면서도 뜨거운 쟁점들을 끌어모아 전선을 더 넓혀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북한 선원 강제 송환 사건, 문재인정권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해 전방위 공격에 나서면서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21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을 두고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국회 공백 상태가 3주째 이어지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 복도에 처리되지 못한 서류들이 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19. [email protected]
이를 두고 야권에선 'NLL 대화록 유출 의혹' 공방과 판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정조준해 야권의 친문진영을 형해화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에 있던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핵심 인사들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형사고발을 거론하는 등 책임론을 제기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이같은 공세에 민주당은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안보를 정쟁수단으로 삼은 '신(新)색깔론'이란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아울러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안에 이어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 등 현 정권과 경찰이 권력갈등으로 충돌하자, 이를 공세의 동력으로 삼아 현 정권의 '경찰 길들이기' 의혹을 문제 삼아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24. [email protected]
민주당이 교섭단체 협의 없이 7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일방적으로 제출하고 1일 본회의를 강행해 의장단 단독 선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여야 간 갈등의 골도 더 깊어지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간담회를 자청해 "국회 원구성 두고 조삼모사식으로 조건만 제시하는 건 진정한 의미의 양보 아닐 뿐더러 국민 기만행위에 불과하다"며 "여야간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무총장이 임시회 소집을 공고한다는 건 대단히 정치적으로 잘못된 행위다. 그간 여야간 합의에 의해 첫 본회의를 열어왔는데, 합의 없이 연다면 국회법을 완전히 위반한 위법행위라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다음날인 29일 CBS라디오에 "법사위원장을 국회의장과 연계시켜서 그걸 서로 나눠 맡아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건 국회 관행에도 맞지 않고 원칙에도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이라며 "마지막까지 원구성 협상을 타결 짓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끝내 국민의힘이 타협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불가피하게 국회정상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29. [email protected]
민생법안 처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만 1만1000건 이상에 달하고 여기에는 화물연대가 요구했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법안(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임대차 3법, 유류세 감면 법안 등이 포함돼 있지만 원 구성 지연으로 국회를 가동하지 못하면서 법안 심사 일정도 잡지 못한 상황이다.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며 소위원회를 한 달에 3회 의무적으로 여는 일하는 국회법도 지켜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국회의원들에게도 적용, 월급 반납을 요구하는 주장이 나온다. 심지어 정치권 내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여야의 원 구성 협상 난항으로 인한 국회 공백이 장기화되자 "세비는 매일 의원 1인당 42만2369원씩 늘어난다. 다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주장대로 의회 공회전 일수로 따지면 반납해야할 세비는 40억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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