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외무장관회의 공동성명 없이 빈손으로 마무리

우크라 전쟁 이후 G20 외무장관 처음으로 '한자리'

단체사진도 못찍어…러 외무장관 회의도중 퇴장

아베 전 총리의 총격 사망 소식으로 충격에 빠져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2022.07.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문예성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지만, 공동성명도 내지 못한 채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8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로 인한 전 세계 에너지와 식량 위기 등이 논의됐지만 과거와 같은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중러 양국과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 간 분열이 심화됐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다자외교 무대에 참석했지만 회의 도중 퇴장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레트노 마르수디 외무장관은 이날 개막식에서 "세계는 아직 팬데믹에서 회복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또 다른 위기, 즉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면해 있다"며 "전쟁터가 아닌 협상 테이블에서 전쟁을 빨리 끝내고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각국 외교장관들이 행사장에 도착해 레트노 장관과 악수하고 사진을 찍었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참석했으며 우크라 사태를 둘러싼 갈등으로 단체사진 촬영은 없었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외무장관들은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전체 회의 테이블에 앉았지만,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AP 통신은 회의 기간 라브로프 장관이 최소 두 차례나 회의장을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AFP 통신은 서방 관리를 인용해 오전 회의에서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자 라브로프 장관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오후 회의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화상 연설 이전 회의장을 떠났고, 블링컨 장관이 러시아를 맹비난할 때도 회의장에 없었다.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화상 연설에서 생존 살인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 ‘헝거 게임’을 거론하며 러시아가 ‘헝거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에너지 가격, 기아 및 안보 위협을 빌미로 세계를 협박하는 것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리=AP/뉴시스]인도네시아의 레트노 마르수디 외무장관(오른쪽)이 8일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섬 누사두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환영하고 있다. 2022.07.08

블링컨 장관은 회의에서 "러시아 동료들에게 말한다"면서 "우크라이나는 당신들의 나라가 아니고 우크라이나의 곡물은 당신들의 곡물이 아닌데 왜 항구를 차단하는가. 곡물이 나갈 수 있도록 내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회의장을 빠져나간 라브로프 장관은 기자들에게 "서방 파트너들이 세계 경제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말하는 순간부터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사임과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이라는 돌발 사건들로 이번 회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전날 존슨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자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아울러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해 심폐 정지 상태에 빠졌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나와 참석자들이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9일 블링컨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만날 예정이다.

반면 블링컨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의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회담 불발에 대해 라브로프 장관은 "접촉을 포기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라면서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뛰어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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