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방문 앞 대만 시민들 의견 분분…기대·우려 엇갈려
"미국과 대만 연대 보여주는 상징…즉각적인 위협 없을 것"
中 반발·군사 충돌 가능성에 우려도 "긴장 완화 대책 있어야
[쿠알라룸푸르=AP/뉴시스]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의원회관에서 아즈하 아지잔 하룬 하원의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2.08.02.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여부를 두고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대만 현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대만인들의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미국 내 권력 서열 3위인 현직 하원의장의 방문으로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미국과 대만의 연대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는 반면 미중 및 양안 갈등이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영향력을 연구하는 포유 쳉 연구원은 "이번 순방의 결과에 대한 중국의 경고가 과거 중국 정부가 발표했던 것보다 더 위협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환영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 30년 동안 주눅이 들었다. 우리(대만)가 진전을 이룰 때마다, 그들(중국)은 우리에게 거친 말을 던진다"며 "중국 전투기가 거의 매일 대만 항공기를 둘러싸는데 이러한 물리적 위협은 더 이상 큰 뉴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과 인접한 대만 마츠섬에 있는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의 롄잔현 지부 원리이 국장은 "국민들은 중국군의 장기적인 위협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 즉각적인 위험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현지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대만 국민들은 중국의 행동에 항상 경각심을 갖고 있지만,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존재해 온 언어적 협박에 당황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대만 내의 일이라기 보다 미·중 갈등이 부각된 터라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반응도 있었다. 마케팅 일을 하고 있는 제닛 수는 "TV에 그 뉴스가 나왔을 때 잠깐 알게 됐고 혹시 모를 갈등에 대해 약간의 걱정을 했지만 지정학 문제에 대해 발언권이 없다고 느꼈다"며 "성 평등과 같은 더 관련성이 있는 사회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대만해협에서의 군사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극도의 위협을 느끼는 시민도 여럿 있었다. 두 딸을 둔 릭 치앙은 "요즘 중국 지도자들은 덜 이성적인 것 같다"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으며 저축을 보호할 수 있는 옵션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한다면서도 대만과 미국 모두 중국의 도발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국립대에서 대만학을 가르치는 원티성 교수는 펠로시 의장을 향한 공식 방문 요청은 대만을 중국의 더 큰 표적이 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만 정부는 가능한 한 저자세로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피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하면서, 그럼에도 대만 정부는 펠로시 의장 방문에 대해 "분명히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만 제1야당 국민당의 국제문제부장 알렉산더 황은 "대만은 우호적인 미국 고위 정치인을 거절할 수 없기 때문에 펠로시 의장를 환영할 것"이라면서도 "여당이 긴장 완화를 위한 공식적인 중국과의 소통 라인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대만 군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에 맞춰 2일 오전 전투 준비태세를 강화했으며, 현 상황은 오는 4일 정오까지 지속된다고 대만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CNN과 AP통신 등 외신은 일제히 펠로시 의장이 이르면 2일 대만 수도인 타이베이에 도착해 3일 대부분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대만 자유시보는 펠로시 의장 전용기가 이날 밤 10시20분(현지시간) 타이베이 인근 쑹산공항(송산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신문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 타이베이 시내에서 하룻밤 묵고 3일 대만을 떠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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