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폭 22년래 최대…한은 기준금리 또 올리나
미 기준금리 0.5%p 인상…4.25~4.5%
파월 "인플레 하락전까지 금리인하 없어"
한미 금리 역전폭 1.25%p…22년2개월래 최대
한은 속도조절 가능성…한 차례 더 올릴 듯
[서울=뉴시스]
이에 따라 내년 기준금리 결정을 놓고 한국은행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지만, 아직 단기자금 시장 경색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부동산 등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미 연준은 13~1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3.75~4.0%%에서 4.25~4.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또 연준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내년 연말 기준금리를 5.1%로 예상했다. 19명 중 17명이 내년 금리를 5% 이상으로 답변했다. 앞서 9월 제시한 4.6%보다 0.5%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 직후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준의 내년 정책금리 전망이 상향 조정되면서 한국은행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 1분기 기준금리를 현재 3.25%에서 3.5%로 한 차례 더 0.25%포인트 올린 후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내년에도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5.0%로 올리는 등 인상을 지속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한은 금통위원들 상당수는 내년 최종 기준금리에 대해 3.5% 내외가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최종금리 수준이 3.5%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고, 2명은 3.75%, 나머지 1명은 3.25%로 제시했다.
문제는 한미 금리 격차 확대다.미 기준금리가 상단 기준 4.5%가 되면서 한국 기준금리(3.25%) 와의 격차가 1.25%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는 2000년 10월 5일 1.25%포인트(미국 6.5%, 한국 5.25%) 이후 22년 2개월래 최대폭으로 벌어진 것이다.
미 연준이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 5.0%까지 인상하고, 한국이 금리를 한 차례 인상에 그칠 경우 한·미간 금리 격차는 1.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는 과거 최대 역전폭과 같은 수준이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 경우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를 경우 가뜩이나 높은 국내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한은은 내년 초까지 5%대의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미 연준의 최종금리가 당초 전망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환시장 불안,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당초 예상했던 3.5%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반면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도 한은이 한 차례만 더 인상하고 추가 인상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 단기자금 조달시장의 척도인 기업어음(CP) 금리가 12일 5.54%에서 5.53%로 20개월 만에 반락하면서 단기자금 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완화된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 증권사 기업어음 금리가 여전히 7%대에 거래되고 있는 등 여전히 단기자금 시장의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을 결정할 때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수출 약화 등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지난달 금통위에서도 금통위원 대부분이 속도조절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가파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1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속도조절 필요성을 언급했고, 1명은 금리동결을, 나머지 2명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한 금통위원은 국내 금융안정 이슈로 인하여 긴축 여력이 소진되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향후에는 그간의 통화정책 파급효과를 점검하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양상 등을 살펴보면서 신중히 긴축 속도를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의견을 낸 한 금통위원은 "향후 물가경로에 많은 불확실성이 있고 미 연준 금리인상 속도에 따라 외환시장 불안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 가장 큰 관심 사항이었던 점도표상의 내년 정책금리가 5.1%로 상향 조정 됐는데 미 연준이 내년 두 차례 정도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해 5.0%에서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부동산 경기 등 국내 경기 둔화 등을 고려해 내년 1월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고 금리인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