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전도 참 예쁘게 잘 부쳤는데…잘 커줘 너무 고마웠어"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임종원씨 부모 인터뷰
"가족과 시간 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워" 고개 숙여
"스스로 알아서 잘 커 줘 너무 고마워" 든든한 아들
이태원 참사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까 우려도
유원하는 것은 철저한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서울=뉴시스]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임종원씨[email protected]
어머니는 아들이 살아있다면 이번 명절에도 여느 때와 같이 빈대떡과 녹두전을 부쳐 먹었을 것이라며 잠시 행복한 상상을 하는 듯 미소를 내비쳤다.
아버지 역시 "우리 아들 참 잘살았구나…항상 부족해 보여 잔소리만 했지, 이렇게 번듯하게 살아온 줄 몰랐네. 우리가 자식에 대해 너무 몰랐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 분향소 인근에서 만난 고(故) 임종원(36)씨 부모는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옅은 미소를 보였다.
임씨는 석 달 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 한 명이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임씨는 대학 시절 방송반 활동, 와인 동호회, 디제잉 활동, 학생군사교육단(ROTC) 등 다양한 활동을 주도하는 호기심 많고 활발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는 전교회장을 할 정도로 리더십도 뛰어났다.
집안의 장남으로 어머니에게는 버팀목 같은 든든한 아들이었다. 어머니는 그런 "과외도 제대로 시키지 못했는데 대학도 가고 취업도 알아서 하고 아무 걱정 없는 듬직한 아들이다"이라며 "스스로 알아서 잘 커 줘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장례 당시 코로나 때문에 조문도 사절하고 연락도 돌리지 않아 종원이 가는 길이 외롭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종원이의 직장사람들, 동호회 사람들, 친구들이 상상외로 너무 많이 왔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임종원씨 봉안당[email protected]
"더 많은 시간 함께 할걸…너무 보고싶어요"
임씨 아버지는 "아내와 맞벌이하고 또 건설회사에 다니며 해외생활을 많이 해 자녀와 함께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온 가족이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미안해했다.
올해 설 명절은 아들 없이 보낸다는 사실이 아직 잘 믿어지지 않는다. 부모는 명절에도 이태원 분향소를 찾아 아들을 기릴 예정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아버지는 이태원 참사 다음 날 뉴스를 통해 사고 사실을 접했다. 아들이 이태원에 갔을 리는 없다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른 아침 전화를 걸었다.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며느리였다. 남편이 연락이 안 된다며 흐느끼고 있었다.
실종 신고부터 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부상자 명단에 있지 않을까,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기다림 끝에 연락받은 곳은 강동성심병원 안치실이었다. 하늘이 무너져내렸다.
영안실엔 머리까지 흰 천을 덮은 아들이 누워있었다. 부모는 아들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천을 내리자 아들의 얼굴이 보였고, 주저앉아 통곡했다. 아들은 대답이 없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직접 마련한 시민 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022.12.18. [email protected]
진실 드러날수록 커지는 의문…"원하는 건 참사 진상규명과 처벌"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정부의 부실한 관리가 속속 느러났다. 아들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은 점점 늘었고, 책임지지 않는 책임자들을 보면서 의문은 분노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 결과도 의문을 해소해주지는 못했다.
임씨 아버지는 "처음부터 인사권을 가진 사람을 그 조직에서 수사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일부 지휘권자들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맞는데 꾸역꾸역 버티고 있다. 유가족이 원하는 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고 말했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가 자칫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정치색이 전혀 없다. 오히려 유가족들은 정치에 휩쓸려선 안된다며 아주 조심하고 있다"며 "참사를 규명하는 곳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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