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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인상 자제 요청에…주류업계 '당분간 동결 선언' 했지만

등록 2023.02.27 18:28:47수정 2023.02.27 18: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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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값·주정 인상 등 소주 생산 비용 크게 증가…주류사 "인상 요인 많은데" 속앓이

4월 맥주 주세 인상시 제품 가격 조정 가능성 있어…"소주와 맥주는 다른 상황"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9일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소주, 맥주 제품을 고르고 있다. 지난해 맥주와 소주 등 술값이 오르면서 주류 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가격은 전년 대비 5.7%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11.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2023.02.19.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9일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소주, 맥주 제품을 고르고 있다. 지난해 맥주와 소주 등 술값이 오르면서 주류 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가격은 전년 대비 5.7%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11.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2023.02.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정부가 주류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며 실태 조사에 착수하자 국내 소주·맥주 생산 업체들이 "당분간 가격 동결을 할 것"이라고 잇따라 선언했다.

주류 업계 내부에선 불만도 새어 나온다. 다른 식음료품 가격 인상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을 고려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이들 업체 목소리다.

소주와 맥주 모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품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주류 업계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 기조 속 '서민 기호품'이란 인식 탓에 제품 가격 인상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27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국세청은 금명간 주류 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한 실태 조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소주 가격 인상 요인 및 주류사의 이익 규모와 경쟁도까지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주류 업체들을 대상으로 간담회 등을 진행하며 소주와 맥주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한편 주류 업계의 원가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수렴, 본격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류 업계는 일단 대외적으로는 '가격 동결'을 선언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소주와 맥주 모두 지난해보다 제품 생산 비용이 크게 늘어나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지만 소비자와 정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소주의 경우 병값 및 병뚜껑, 소주의 주정(에탄올)을 만드는 원료인 타피오카 전분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제품을 생산하는 비용이 크게 뛴 상황이다.

소주병을 제조하는 제병업체들은 지난해 연말 소주 생산업체에 병값 인상을 통보, 2월부터 순차적으로 180원에 납품되던 병값을 220원으로 22.2% 올렸다. 병값 인상은 공용병인 녹색병과 푸른병을 사용하는 이형병 모두에 적용됐다.

또 주정의 원료인 타피오카 전분 가격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지난해 연말 병뚜껑 가격도 올라 소주를 생산하는 주류사의 원가 부담이 심화된 상황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날 오후 공식 입장을 내고 "가격 인상 요인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당분간 소주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쉽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결정한 조치"라고 하이트진로는 설명했다.
 
원가 부담이 심화한 상황인 것은 맞지만 2년 연속 제품 가격 조정에 나설 경우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셀 수 있는데다 정부가 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고 있는 만큼 제품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는 것이 주류 업계의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을 올려야 되는 상황이지만 유독 '서민술'이란 인식이 강한 소주·맥주 가격 인상에 대해 정부가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난감하다"며 "코카콜라 등 음료 가격은 해마다 올리는데 주류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소주 6000원'이라는 프레임을 앞세우며 사기업을 압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주류 가격 인상 자제를 강제하는 실태 조사를 착수한다는 소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비맥주도 이날 공식적으로 "4월 주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는데,  4월 이후 맥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맥주의 경우 과세 체계를 2020년 종가세에서 물품의 중량 등을 과세표준으로 삼는 종량세로 개편했다. 매년마다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다른 세율을 적용 받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정부는 맥주와 탁주를 대상으로 한 전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5.1%의 70% 수준인 3.57%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월1일부터 1리터(ℓ)당 885.7원, 44.4원의 세율이 부과된다. 전년대비 30.5원, 1.5원 인상된 금액이다.

제품을 생산하는데 있어 생산 비용이 증가하거나 감소할 경우 기업이 생산 및 구매 효율화 작업 등을 통해 제품 가격을 동결할 수 있지만 늘어난 세금을 기업이 메꿀 수는 없기 때문에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주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이 늘어났지만 맥주는 4월부터 세금이 올라 둘의 상황은 다르다"며 "맥주 가격을 동결하라는 것은 기업이 오른 세금을 대신 내라는 의미와도 같아 4월 이후 대다수 맥주 제품 가격이 인상 대열에 동참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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