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났다 하면 대형사고…이유는? [끊이지 않는 산업현장 화재사고①]
한국타이어 등 최근 공장 화재 잇달아
올 들어 지금까지 500건 이상 발생
한번 화재 나면 인명·재산 피해 심각
[서울=뉴시스] 13일 오전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중앙119구조본부 울산119화학구조센터 대형소방펌프차가 방수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제공) 2023.03.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소방 당국은 화재 당시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불길 잡기에 나섰다. 소방헬기만 9대가 동원돼 공장에 물을 뿌렸다. 하지만 불길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불길을 잡는 초진에만 13시간이 넘게 걸렸다. 특히 가연성 타이어 원료에 불이 붙으며 진화가 쉽지 않았다.
한국타이어 공장 뿐이 아니다. 최근 전국 곳곳의 공장에서 잇달아 대형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화재에 취약한 구조와 각종 위험물질로 가득찬 공장은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대부분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산업현장을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려면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동시에 근로자의 안전의식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500여건, 다시 늘어나는 공장 화재
공장 화재는 특성상 한번 발생하면 심각한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로 이어진다. 지난해 1월 충남 아산 귀뚜라미 보일러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3시간 만에 큰 불길이 잡혔지만 이미 공장건물 2개 동을 완전히 집어삼킨 뒤였다. 귀뚜라미는 전소한 공장 건물을 철거하고 새 공장을 지어야 할 정도다.
지난달에도 전남 여수국가산단 내 한화에너지 공장 하역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1월에도 경기 평택시 광동제약 식품공장, 대구광역시 섬유공장, 강원도 폐기물 공장 등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간신히 진화했다.
소규모 공장은 화재로부터 더 위험하다. 지난해 12월 공장이 밀집한 인천 석남동 인쇄 공장에서 발생한 불이 인근으로 옮겨붙어 건물 10채가 불에 타기도 했다. 소방 당국이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지만 인화성 물질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달 경기 광주시 초월읍 소재 가구 공장에서 발생한 불로 해당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2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가연성 물질 가득, 더욱 위험
공장 구조 자체도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조립식 건축물이 많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 사이를 석유화학 제품인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으로 채운 것으로 불이 잘 붙고, 동시에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를 내뿜는다.
그나마 대형 공장은 샌드위치 패널 같은 값싼 자재 대신 콘크리트 등 난연성 자재로 화재 위험을 최소화한다. 하지만 중소 공장은 건축비를 아끼기 위해 여전히 가연성 자재를 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발생 시 자체 진화를 위한 설비인 스프링클러도 업종별, 취급 물품별 기준 없이 최소 수준의 안전성만 확보하는데 그친다는 지적이다.
제진주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요즘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공장에서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며 "날씨 등 환경이 바뀌면 안전수칙도 바뀌도록 매뉴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이어 "공장 화재를 줄이려면 난연성 구조물을 사용할 경우 보험료를 깎아주는 유인책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스프링클러 관련 규정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타이어 등 가연성 물질로 가득 찬 공장에도 층수와 면적에 따라 일괄 적용되는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을 적용한다"며 "화재 피해를 줄이려면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을 업종별, 취급물질별로 세세히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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