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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뚝 떨어진 원자재가…식품가는 왜 안내리나

등록 2023.06.08 18:25:16수정 2023.06.08 18: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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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일 산업2부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주동일 산업2부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사실 저 또한 마찬가지로 마트에서 장 볼 때면 막막해요."

얼마 전 한 유명 식품기업 직원이 사석에서 기자에게 털어놓은 푸념이다.

올 초 자사 제품 가격이 인상됐을 당시 "기업도 원자재가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던 이다.

그런 그 역시 회사 밖에선 한 명의 소비자로서 '미친 물가'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이 원자재가 인상을 견디다 못해 제품 가격을 올릴 때 그 부담은 고스란히 다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현실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내렸다고 식품 가격이 주가 널뛰기 하듯 하루아침에 뚝 떨어지긴 쉽지 않다.

하지만 경제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는 일반 서민들은 적어도 "언제쯤이면 허리를 펼 수 있을 것"이란 희망가라도 듣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27.2p)보다 2.6% 하락한 124.3포인트(p)로 나타났다. 세계 식량 가격이 한 달 만에 하락세로 전환하며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수입협회가 제공하는 국제원자재가격 정보에 따르면 지난 4월 농산품 원자재지수는 94.72로 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106.12보다 10.7% 낮아졌다.

이러자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동안 식품 기업들이 원자재 부담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으니, 이번 하락세에 맞춰 가격도 내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올 들어 일부 기업 실적이 가격 인상 이후 눈에 띄게 개선되자 이런 주장에 힘이 더 실린다.

일례로 빙그레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2.7% 급증했다. 농심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8% 뛰었다.

정부도 원재료 수급 안정책을 펼치면서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 기업들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지속적으로 당부하고 있다.
 
실제 일부 식음료 기업은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거나, 아예 내리기도 했다. 오뚜기는 지난 4월 '진짜쫄면' 봉지면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10.5% 인하했다.

저마다의 여러 이유가 있지만 CJ제일제당·하이트진로·풀무원 등도 일부 제품 가격 인상을 철회하거나 보류하는 노력은 보였다.

다만 대다수 식품기업들은 "아직 원자재 가격이 불안정하고, 지난 누적 상승분이 현재까지 반영돼 아직은 가격을 섣불리 동결·인하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가격이 인상된 건 원재료 뿐 만 아니라 물류비·인건비도 모두 올랐기 때문"이라며 "농산품 원자재지수가 낮아졌다고 가격 인상 요인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가격을 낮추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식품이라는 산업 특성상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다른 품목보다 높다는 점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식료품 물가가 다른 소비재 물가와 비교했을 때 구매 빈도가 높아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물가 상승률이 낮아져도 소비자들의 체감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식품 기업들이 당장의 수익에만 골몰하지 않고 사회적 역할 차원에서라도 물가 안정에 동참하려는 의지를 나타내야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시장 신규 진입자가 늘도록 문호를 넓혀, 가격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식품 기업들의 원재료 인상 부담을 대신 전가받은 소비자들은 그 기업들의 '호실적 행진' 뉴스가 씁쓸하기만 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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