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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햇반 공장 직원들, 삼성 급식 먹는다" 빗장 풀린 구내식당

등록 2023.10.19 10: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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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전체 절반 외부 업체에 위탁

한 구내식당의 모습. (사진=삼성웰스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 구내식당의 모습. (사진=삼성웰스토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견고했던 대기업 구내식당 빗장이 풀리고 있다. 그룹 계열사 급식업체가 아닌 동종업계 타 급식업체로 교체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대기업 구내식당은 같은 그룹 계열사들이 거의 100% 독식해 왔으나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커지자 이를 외부에 개방하면서 단체 급식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자동차·LG·현대중공업·신세계·CJ·LS·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 집단은 구내 식당 일감을 외부에 전면 개방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1년 3월 이들 8개 대기업 집단과 단체급식 일감 전면 개방을 선포한 후 계약 만료 사업장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사업장을 순차적으로 개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대기업들은 그동안 그룹 내에 단체급식 사업 계열사나 친족기업을 보유해 이들 업체에 구내식당 일감을 수십년간 수의계약 형태로 몰아줬다.

국내 단체 급식 위탁 시장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5개사가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4조3000억원의 급식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웰스토리가 CJ그룹은 CJ프레시웨이가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푸드가 단체급식을 주로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현대백화점그룹 등은 같은 범현대가인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그린푸드가, LG그룹과 LS그룹은 범LG가인 아워홈이 맡아 왔다.

아워홈은 LG그룹 계열사는 아니지만 고(故) 구인회 회장의 셋째 아들 구자학 회장이 세운 회사라 범LG가에 속한다. 

특히 올 들어 대기업 집단이 구내 식당 일감의 외부 개방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외부 급식 업체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그룹은 올 6월 기준 그룹 내 전체 196개 급식 사업장 중 49%인 96곳을 신세계푸드가 아닌 다른 외부업체에서 운영중이다. 

특히 이마트 구내식당은 대부분 중소업체에서 맡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풀무원이 운영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신규 사업장에 대해 일감 개방을 원칙으로 추진하는 등 외부 개방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CJ그룹의 CJ제일제당도 올 6월부터 인천1공장·부산공장·남원공장 구내식당 3곳의 운영업체를 삼성그룹의 삼성웰스토리로 변경했다.

인천1공장은 설탕을 생산하고 있고 부산공장은 햇반·다시다 등을 제조하고 있다. 남원공장은 주로 면류를 생산한다.

올해 진행한 외부 경쟁업체 공개 입찰을 통해 기존 계열사 내 CJ프레시웨이에서 급식업체를 바꾼 것이다.
[서울=뉴시스] 신세계푸드가 운영중인 SKT 구내식당. (사진=신세계푸드 제공)

[서울=뉴시스] 신세계푸드가 운영중인 SKT 구내식당. (사진=신세계푸드 제공)


삼성그룹도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 등 그룹 계열사의 구내식당을 외부 업체에 개방했다.

▲삼성전기, 삼성메디슨 홍천공장, 삼성전자 기흥기숙사 등은 풀무원푸드앤컬처가 ▲삼성디스플레이는 CJ프레시웨이가 운영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광주사업장은 동원홈푸드, 구미사업장은 아이비푸드, 기흥사업장은 풀무원FNC가 운영을 맡고 있다.

 서울 서초사옥 구내식당은 브라운F&B가 수원사업장은 신세계푸드와 현송, 용인 아라마크 등이 단체급식을 제공한다.

LG그룹도 구내식당을 입찰을 통해 외부에 개방했다. LG그룹이 투자한 LG사이언스파크 구내식당을 풀무원 계열의 생활서비스 전문기업 이씨엠디가 운영중이다. LG화학 여수공장도 신세계푸드가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김포·송도 아울렛 구내식당을 소규모 업체에 개방했다.

현대모비스 진천공장,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의 판교 글로벌리서치센터(GRC)의 구내식당을 신세계푸드가 운영중이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거의 모든 구내식당을 계열사 급식 운영업체에 맡겨 왔는데 경쟁입찰 방식으로 외부 급식업체에 개방하면서 'CJ제일제당 햇반 생산 직원이 삼성 계열사가 만든 밥을 먹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앞서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일감 몰아주기라고 보고 삼성웰스토리에 23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중소 업체에 일감 나눠주기라는 취지와는 달리 실제로는 같은 비슷한 규모의 업체들끼리 나눠먹기가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급식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급식업체 상위 5곳이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일감몰아주기를 방지하기 위해 외부에 개방한다고 해서 중소기업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중소업체들은 1000식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에 진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직원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단체급식 업체들은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삼성웰스토리의 단체급식 매출은 1조4202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조2001억원에서 18.3% 증가했다.

아워홈도 지난해 단체급식과 외식 부문을 합한 식음료 사업 매출이 1조83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같은 기간 CJ프레시웨이도 단체급식 부문 매출이 5838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4678억원)의 매출을 뛰어 넘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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