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한림원 "정부, 의대증원 근거 보고서 해석 오류" 비판
의학한림원, 한 달 간 보고서 검토해 결과 공개
"정부, 수치 적용 주의 필요…과도한 의미 부여"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정부의 전국 의과대학별 정원 배정 결과 공개를 앞둔 지난 20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정부가 의대 증원의 근거로 제시한 연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정부의 해석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의학한림원은 정부가 의대 증원의 근거로 제시한 세 가지 연구보고서에 대해 낸 검토 의견서에서 "근거의 편향된 선택, 의료계와의 형식적 소통, 졸속 교육현장 조사, 교육현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뿐 아니라 근거의 해석 과정에도 심히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의학한림원은 의학 및 의학 관련 학문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석학단체로, 국가 보건의료정책 자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2004년 창립됐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35년 의사 인력이 1만명 가량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 2000명씩 증원은 이런 추계에 근거해 나온 것이다.
의학한림원은 "세 연구보고서의 의미와 해석에 있어 주의할 점들을 사회에 알릴 필요를 느껴 한 달간 전문가들의 검토와 토론을 통해 그 결과를 알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의학한림원은 "(세 연구보고서가) 의료제도와 의료수가, 국민들의 의료소비행태 변화, 의사들의 활동분야와 지역별 분포, 인공지능을 포함한 의료기술의 발달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미 실손보험 등의 영향으로 심화됐고 현재도 악화 중인 과도한 의료이용과 비필수·비급여 진료의 과도한 팽창 등의 현상이 지속될 것이고, 의료비는 제한 없이 지불될 수 있다는 전제가 적용된 한편, 정부가 곧 시행하겠다고 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강화,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에 수반되는 큰 변화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의학한림원은 "이러한 추계를 이용해 대체적 흐름이 아닌 정확한 수치를 적용하는 데에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그 절대 수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했다"며 "특히 의사인력 추계에는 전체 인구와 의사의 연령구조뿐 아니라 여러 중요한 요인들이 큰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고려가 없는 자료의 절대 수치를 그대로 인용했다"고 짚었다.
또 의학한림원은 "여러 요인들에 대한 의료개혁을 추진한다면 의사인력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크게 변화해, 의사인력 추계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점도 정책에 반영해야 하나 이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라고 했다.
의학한림원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주기적인 평가를 거치며, 필요하면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는 유연성을 확보한 정책을 정부-국민-의료계가 구성하는 건강한 거버넌스에 의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늦어도 2025년에 미래 의료 수요와 공급에 대한 추계를 하고 의사 정원을 조정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단 예측에 따라 향후 의대 정원을 줄인다고 해도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이번에 증원하기로 한 국립대 의대 교수 2000명은 줄이지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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