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도 장애인도 홀로 설 수는 없다[강요된 자립③]
국내 등록장애인 260만 시대, 전체 인구의 5.1% 차지
질환·사고로 인한 후천 장애 80%, 선천 장애 7.9% 비율
사회에 만연한 '장애인 혐오' '비장애인 역차별' 시선
'자립' 개념 재정립 필요, 상호 의존성까지 포함돼야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전국결의대회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를 비롯한 장애인권 단체 회원들이 발달장애인법 개정 촉구 펼침막을 들고 있다. 2024.04.19. [email protected]
자기결정권에 의한 의존까지 자립의 범위를 확장해야 동일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공존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도 등록장애인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등록장애인 수는 264만1896명으로, 전체 인구의 5.1%를 차지한다. 2018년부터 인구 대비 비율이 5%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 중 약 37.0%(97만8634명)는 장애가 심하며 63.0%(166만3262명)는 심하지 않은 경우에 속한다.
장애유형별 비중은 지체장애(43.7%)가 가장 많았으며 청각장애(16.4%), 시각장애(9.4%), 뇌병변장애(9.1%), 지적장애(8.7%) 등 순으로 분포를 나타냈다. 비중의 변화 추이는 지체장애와 뇌병변장애가 감소세를 보인 반면, 청각장애와 발달장애(지적장애·자폐성장애), 신장장애는 증가세를 보였다.
장애 발생원인은 후천적 요인이 압도적이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후천적 원인이 80%(질환 43.6%·사고 36.4%)에 이르며 원인불명 10.7%, 선천적 원인 7.9%, 출산 시 원인 1.4% 등 순을 보였다. 이는 수치상으로 따졌을 때 국민 누구나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질환이나 사고를 겪은 뒤 장애인이 되는 순간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후천적 요인에 따른 장애인 수가 전체 장애인 규모 면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장애인 배려 및 인식, 제도적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과거보다 권익과 대우가 신장되면서 실생활에서 혐오표현 대상이 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1년 발표한 '혐오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노인(69.2%)과 특정지역 출신(68.9%), 여성(67.4%), 페미니스트(64.8%)에 이어 장애인(61.9%)이 5번째로 높은 오프라인에서 경험한 혐오표현 대상이었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80.4%), 특정지역 출신(76.9%), 페미니스트(76.8%), 노인(72.5%), 남성(72%), 성소수자(71.5%)에 이어 장애인(67%)이 7번째로 많이 경험한 혐오표현 대상으로 파악됐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혐오표현이 발생 및 심화원인을 묻는 질문에 '우리사회 구조적 차별이 혐오표현으로 드러난 것'(86.1%)이 가장 다수로 답변했다. 이어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이 혐오표현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85.5%), '사람들이 일자리 등 경제적 어려움을 자신보다 약자에게 드러내는 것이다'(82.4%)라는 응답이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올바른 장애인 정책이 수립되려면 자립의 개념을 되짚어보고, 개인이 선택하는 의존 영역까지 그 의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남대학교 부설 '복지공감연수소' 선임연구원인 이진영 박사는 최근 박사논문으로 낸 '중증장애인의 자기결정에 기반한 의존-자립-상호의존 경험에 관한 내러티브-생애사적 연구'에서 이같은 주제를 다뤘다. 그는 해당 논문에서 중증장애인 생애를 고찰해보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 자립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 변화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이는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자립은 비장애인 전유물로 여겨지며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베풂'과 '보호'를 받아야 할 나약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각은 장애인 자립을 위축시키고 장애인을 향한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 박사는 자신의 논문에서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려면 상호 의존의 개념이 자립에 포함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치 '자립'과 '의존'은 서로 대립되는 선상에 놓인 것처럼 보이지만, 비장애인이나 장애인 모두 국가나 사회로부터 아무 보호를 받지 않고 삶을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법과 제도를 통해 인간의 기본권을 지켜날 수 있도록 사회보장이 제공되고 있다. 다만 계층과 대상에 따라 지원 규모나 형태가 다를 뿐이다.
우리는 단기간에 산업적으로 압축 성장에 성공하며 교육이나 삶의 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파생된 빈부의 격차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은 산업화 시대 이전보다 양적인 측면에서 개선됐으나 질적으로는 보완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는 장애인활동지원사와 장애인 고용 및 이동권 증진을 위한 관련 지원 방식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이 박사는 논문에서 활동지원서비스 수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장애인 서비스 종합조사표의 경우 신체적 장애에 대한 문항과 정신적 장애에 대한 문항 점수를 합산하도록 운영돼 중복장애가 아니면 점수가 낮게 산정돼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근로지원인제도 역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근로지원인제도를 모두 이용해야 하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중복 결제로 인한 동시간대 두 서비스를 함께 이용이 불가해 반쪽짜리 복지서비스로 전락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도 그동안 저상버스와 장애인특별교통수단 확대에 초점을 맞춰 많은 예산이 투입돼 양적인 확대는 이뤄졌다. 그러나 이같은 시설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저상버스 슬로프에 대한 유지보스 정류장 탑승공간 확보, 운전기사 및 시민들의 인식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 박사는 "장애인 당사자들도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인식 개선'이라는 표현보다 '장애 이해'나 '장애 공감교육' 같은 용어로 접근해야 한다"며 "'장애인식개선 교육'이라는 표현을 하다 보니까 비장애인만을 대상으로 이를 진행해야 될 것 같은데, 엄밀히 얘기하면 장애인 당사자나 장애인 가족도 교육대상에 포함돼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장애를 장애스럽지 않게 인식할 수 있고, 장애인 인권만 중요한 것이 아닌 모두의 인권이 서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중돼야 된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릴 수 있도록 교육대상을 확대하면 조금은 더 인권 친화적인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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