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34년만에 최저, 달러당 160엔…3대 급락요인은?
일본은행의 엔저 견제 약하자 투기성 엔 매도 ↑
29일 일본 공휴일이라 엔 매수자 평소보다 적어
시장개입 늦어지자 엔고 전망한 '엔 매수' 저조
[서울=뉴시스]엔·달러 환율이 160엔대를 넘어서면서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투기성 엔 매도, 공휴일 엔 매수자가 적은 점 등을 엔화 급락의 요인이라고 29일 보도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4.04.29.
29일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오전 10시30분께 급락해, 한때 1달러당 160엔대 초반으로 1990년 4월 이래 34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유로화 환율도 1유로당 171엔대로 단일 통화 유로가 1999년에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엔화는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한때 1파운드당 200엔을 넘는 엔화 약세가 진행됐다.
29일 엔화가 급락한 이유는 ①일본은행의 엔저 견제가 약한 것에 따른 투기적인 엔 매도 ②일본 공휴일로 인해 엔 매수자가 적은 점 ③시장개입을 기대한 엔화 매수 중단 등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일본은행은 26일까지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존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엔화 약세에 대해 "기조적으로 물가상승률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나타냈고, 엔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현시점에서 무시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일본은행이 엔저에 대응해 조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경계감이 해외 시장 일각에서는 팽배해 있었지만, 우에다 총재의 발언을 듣고 "엔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서 일본은행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게 됐다(소니파이낸셜그룹 수석애널리스트)"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미 대폭적인 금리 인상 국면을 끝내고 있는 해외와의 금리차가 계속 된다는 견해가 엔 매도 안도감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26일 시점에서 1달러=158엔대 중반으로, 일본은행의 결과 발표 전의 155엔대 중반에서 3엔 정도 엔저가 진행됐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투기꾼의 엔 매월액(순매수·매수보다 매도가 많은 상태)은 23일 현재 2조2500억엔으로, 엔 캐리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던 2007년 6월의 정점(2조3500억엔) 수준에 육박했다. 엔화 약세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강하고, 투기꾼들은 적극적인 엔 매도를 더 강화하고 있다.
일본이 공휴일이란 점도 엔화가 급락하게 된 두 번째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평일이라면 국내 수출 기업에 의한 엔 매수가 간헐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환율의 갑작스런 변동은 일어나기 어렵지만, 공휴일인 29일은 평일보다 실수요 거래가 부족하고, 오전에는 투기성 엔 매도가 평소 이상의 엔화 약세·달러 강세를 가져왔다고 닛케이가 설명했다.
엔화 약세의 세 번째 이유로는 외환증거금(FX) 거래 등을 다루는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일부 투기세력이 '개입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엔화 가치가 급락하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대규모 환개입을 할 것이라는 전망에 엔화 강세를 예상하고 엔화를 매입하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그런데도 29일 오전에도 당국의 시장개입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엔화 약세가 진행됐다. 엔 매수보유고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엔화 약세가 진행되면, 큰 폭의 손실을 입을 우려가 있어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엔 매도가 엔 시세를 한층 끌어내렸다.
29일 오후 들어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55엔대를 기록하는 등 엔화 가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대규모 엔 매수가 엔화 가치를 끌어올린 뒤 155엔대 부근에서 적극적인 엔 매도가 엔화 강세를 억제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1달러=165엔 정도로 엔저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닛케이는 "엔화 약세 전망이 뿌리 깊은 가운데 일본정부·일본은행이 향후 어떻게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설지, 시장과 당국의 싸움이 계속 될 것 같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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