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칩은 中, 첨단칩은 韓·美…SK하이닉스, '투트랙' 통할까?
WIDG 네트워크 활용해 中 파운드리 공략하나
韓·美서는 첨단 메모리…"현지 맞춘 전략 전환 필요"
[서울=뉴시스]SK하이닉스 우시 캠퍼스(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로써 레거시 반도체(파운드리)는 중국, 첨단 반도체(메모리)는 한국·미국이라는 SK하이닉스의 투트랙 기조가 더 뚜렷해질 조짐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고, 중국 우시 산업발전집단(WIDG)에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우시법인 지분 21.3%를 2054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또 무형자산도 1209억원에 우시 법인에 넘기기로 했다.
향후 WIDG는 SK하이닉스시스템C 지분 28.6%를 추가로 확보할 전망이다. 이에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WIDG의 우시법인 지분은 각각 50.1%, 49.9%로 바뀌게 된다.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WIDG와 협력해 중국 파운드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수 있다. WIDG는 중국 정부가 세운 기업인 데다 현재 63개 기업을 운영 중으로 알려졌다. 특히 WIDG가 가진 현지 반도체 협력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사 '현지화' 전략도 가능할 전망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탄탄한 내수를 기반으로 자동차, 가전 등에 쓰이는 레거시 반도체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재가 확대되자 이에 대응해 중국은 레거시 반도체 생산량을 더 늘리려는 모습이다.
실제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글로벌 점유율은 지난해 29%에서 2027년 33%로 늘어날 예정이다. 반도체 공장 개수도 77곳에 더해 18곳이 추가로 가동된다. 이들 공장에선 대부분 레거시 반도체를 생산한다.
자국 기업 위주로 반도체 거래가 많은 중국 특성상 SK하이닉스가 WIDG와 손 잡으면 미중·한중 관계 같은 지정학적 영향을 덜 받으며 중국 고객사들을 위해 맞춤 전략에 나설 수도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우시에서 28나노미터 이상의 레거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의 매출은 2021년 6999억원에서 2022년 1743억원, 지난해 312억원 등으로 계속 줄고 있다. 그만큼 중국 기업들과 현지 협업 시너지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천=뉴시스]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2일 이천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제공) 2024.05.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레거시 파운드리를, 한국·미국 시장에서는 첨단 메모리 사업을 각각 집중하는 SK하이닉스의 투트랙 움직임도 빨라질 조짐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충북 청주의 신규 팹 M15X를 차세대 D램 생산기지로 정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 첨단 패키징 공장에서는 2028년 6세대 제품 'HBM4'를 양산할 방침이다. 특히 미국 정부와 보조금 협상 마무리 단계로 어떤 조건이 나올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향후에도 현지 시장 상황에 맞춰 민첩하게 전략 전환을 해야 각국에서 사업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에서 부진했지만,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사업 외연을 넓힐 것"이라며 "단 미국의 대중 제재가 계속된다면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