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연인 살인 의대생'…'옥상' 개방이 범죄 도화선됐나

등록 2024.05.10 10:05:00수정 2024.05.10 10:11:0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변 발생한 빌딩, 평소 흡연실로 이용…"자주 드나들어"

건축법, 화재 등 '비상' 아닌 경우 닫을 수 있는 규정有

소방·경찰 전문가 "비상문 자동개폐장치 설치 늘려야"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서울 서초구 한 빌딩 옥상에서 지난 6일 피의자 최모씨가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사진은 변이 발생한 빌딩 계단참에 붙은 안내문. 2024.05.09. frien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서울 서초구 한 빌딩 옥상에서 지난 6일 피의자 최모씨가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사진은 변이 발생한 빌딩 계단참에 붙은 안내문. 2024.05.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지난 6일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서 의대생 살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범행이 벌어진 빌딩 옥상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통행 제한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붙은 채였다.

"원래 저기 옥상은 열려 있었어요."

옥상 바로 아래층에서 10년째 쓰레기를 수거하는 오모(42)씨는 지난 9일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이렇게 귀띔했다. 오씨는 옥상이 원래 흡연실이었다고 말을 이었다.

이내 그는 옥상으로 향하는 비상계단 2곳 중 가운데 한쪽을 가리키며 "저쪽으로 다들 가던데"라고 말했다.

같은 층의 한 여성의원에서 일하는 여성은 "원래 옥상은 열려 있는 편"이라며 흡연실로 이용하는 게 맞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건물 경비원은 "'빨간날'에도 원래 열었다"라면서 "며칠 전부터 문을 닫았다"고 했다.

해당 건물에서 일하는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옥상은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던 흡연실이었다.

앞서 6일 피해자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최씨도 오후 4시께 당시 피해자를 옥상으로 불렀다고 전해졌다. 이러한 정황은 당시 대중이 옥상을 이용할 수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괴산=뉴시스] 옥상출입문 자동개폐장치. (사진=괴산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괴산=뉴시스] 옥상출입문 자동개폐장치. (사진=괴산군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소방 및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건축물 옥상문은 화재 등 비상 상황을 제외하면 닫을 수 있다.
 
소방청 관계자에 따르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으로 지난 2016년 3월 이후 신축한 공동주택(아파트)에는 옥상 출입문에 비상문 자동개폐장치 설치가 의무화됐다.

관계자는 일반상업지역의 상가는 건축법 시행령 제40조에 따라 ▲5층 이상인 층이 제2종 근린생활시설 중 공연장·종교집회장·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소(해당 용도로 쓰는 바닥면적의 합계가 각각 300㎡ 이상인 경우) ▲문화 및 집회시설(전시장 및 동·식물원 제외) ▲종교시설·판매시설·위락시설 중 주점영업 또는 장례시설 용도로 쓰이는 경우 ▲다중이용 건축물 ▲연면적 1000㎡(약 302평) 이상의 공동주택에 해당하는 건물은 피난 용도로 쓸 수 있는 광장을 옥상에 설치해야 하고 제품검사를 받은 비상문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당 건축물에서 평상시에는 옥상 문을 잠그고 화재 등 비상시에 잠김 상태가 자동으로 풀리면 된다.

건축법 시행령 제40조에 해당하는 건축물인 해당 빌딩에서 평상시 옥상 문이 닫힐 수 있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옥상 개방이 이번 범행의 직접적인 '뇌관'은 아니지만, 개방하지 않음으로써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비가 내리는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사거리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연관 없음. 2024.03.12.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비가 내리는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사거리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연관 없음. 2024.03.12. [email protected]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의자가 옥상을 선택한 건 두 사람이 대화할 수 있는 장소"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옥상에서 범행이나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통계가 따로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문현철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옥상 개방이 (사건의) 쟁점"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옥상은 담배를 피우거나 우범 장소가 될 수 있다"라며 "옥상을 평상시에 개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평가되는 이유"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범죄를 예방하는 데 '장기전'인 법 개정보다 정부·지자체 차원의 행정 지원이 선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예기치 않은 변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건축물 옥상에 '비상문 자동 개폐 장치'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 교수는 "평상시에는 닫아놓고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경보기와 연동해서 자동으로 문을 개방하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장치 구입 비용은 50~100만원 선이라고 했다. 이어 "각 빌딩에 하나씩만 설치해도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범행 당일 최씨는 투신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구조된 후 인근 파출소로 이동했다. 최씨는 처음에 '왜 투신하려 했는지' '다른 소지품은 없는지' 등 경찰에 질문에 침묵하다가 부모와 통화 후 "(옥상에) 평소 복용하던 약을 두고 왔다"고 했다.

이후 경찰은 해당 빌딩 옥상에서 최씨의 소지품이 든 가방과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혈흔이 묻은 최씨의 옷과 흉기 등 증거품을 발견한 경찰은 살인 혐의로 최씨를 긴급 체포했다.

최씨는 현재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날 사이코패스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