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휴진' 예고에 서울대병원 환자들 "큰일…병원은 안 옮겨"
오는 17일부터 필수 부서 제외 휴진 결의
"다담주에 또 와야…진료 못 받을까 걱정"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응급·중환자실을 제외하고 전체 휴진을 결정한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한 환자가 야외의자에 앉아 있다. 2024.06.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제가 여기를 1997년부터 간경화로 잘 다녔어요. 감사하지…선생님들이 지금까지 보면 그렇게 무책임하지는 않아."
7일 낮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김재성(71·남)씨는 차분한 표정으로 폐암 검진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열흘 뒤 전체 휴진에 돌입한다는 소식에 "큰일 났다"면서도, 다른 병원을 알아볼 생각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이날 폐결절 검사를 받으러 왔다가 이상 소견이 발견돼 정밀 검진을 받았다. 그는 "암 판정을 받게 되면 선생님들이 선별적으로 진료를 해주시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대 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외래 진료를 중단하는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한 뒤 환자들은 진료 피해를 우려하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비대위는 전공의 행정처분이 취소되지 않으면 오는 17일부터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전체 과목에서 외래진료와 정규 수술을 중단할 것이라고 못 박은 상황이다.
김씨는 "(정부가) 꾸준히 대화를 하고 접근해야 하는데 일방 통보식으로 처리했다"면서 "제가 (의사) 선생님들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선생님은 지난번에도 어쩔 수 없이 진료가 연기된다는 것도 충분히 공지해 줬다"고 설명했다.
녹내장으로 안과 외래 진료를 받고 있는 박모(78·여)씨도 "다다음주에 또 와서 선생님을 만나야 하는데 휴진을 하면 진료를 받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내과 진료를 받으러 왔다는 임모(74·여)씨도 "오는 18일이 다음 진료 예정일인데 간호사 말로는 아직 휴진 관련해 아무 지시도 못 받았다고 하더라"라며 우려를 표했다.
다만 그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낸 지난 2월 중순에도 수술이 예정돼 있었지만 사전 일정 조율로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간호사가) 곧 병원에서 문자가 갈 것이라고 해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타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등의 선택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임씨는 "수술을 여기서 받았고 진료 기록도 다 여기에 있으니 여기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다른 데는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전체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다른 대학병원 교수들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움직임에도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휴진 결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전공의 복귀에 힘을 보태 달라고 촉구했다.
복지부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17일부터 무기한 전체 휴진을 결의한 것에 대해 정부는 깊은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서울대 의대 및 서울대병원 교수님들이 환자의 곁을 지켜주실 것이라 생각하며,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가 의료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을 함께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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