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입자로 간암도 잡는다…"국내 암치료 새역사 쓰는 중"[인터뷰]
이익재 연대의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인터뷰
"일본 10년 전 건보 적용 방사선 치료비 수준"
"다른 치료법과 병행 치료효과 극대화 논의중"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익재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29. [email protected]
이익재 연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교실 교수(세브란스병원 진료혁신부원장)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난 5월 시작한 간암 중입자 치료의 핵심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현재 간암 치료법은 크게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로 나눠진다. 중입자 치료는 무거운 탄소 입자를 활용한 방사선 치료의 일종이다. 방사선이 정상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암 조직에만 강력한 방사선 에너지를 쏟아붓고 빠르게 사라지는 '브래그 피크' 현상을 활용한다.
연세암병원이 간암 중입자 치료에 활용 중인 회전형 치료기는 치료기 안에 환자가 누우면 가장 적합한 각도로 회전해 치료 계획에 따라 암세포를 타격한다. 360도 어느 각도에서도 조사가 가능해 정상 장기를 보호하고 종양의 치료 정확도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국내 중입자 치료 시대가 열리면서 환자들의 치료법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면서 "연세암병원이 중입자 치료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써 내려가는 새로운 암 치료의 역사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췌장암과 간암 3기 환자를 대상으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 연세암병원은 지난달 폐암에 이어 하반기에는 두경부암까지 치료 암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입자 치료를 받은 간암 환자의 상태가 궁금합니다.
"현재까지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없었습니다. 다만 암은 5년 생존율을 따지니까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초기 단계여서 현재 하루 8명 정도 치료하고 있는데요. 향후 갠트리(치료장비) 2번방을 열게 되면 환자 수도 2배 정도 늘 것으로 보입니다."
-중입자 치료는 어떤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주로 시행되나요.
"중입자 치료는 초기, 국소 진행성 간암에서 4~12회 정도 걸쳐 시행되는데요. 기존 방사선 치료로는 치료에 충분한 선량을 안전하게 쏘기 어려운 위치의 병변이나 간 기능 저하로 간부전 위험이 있을 때 중입자 치료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익재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7.29. [email protected]
"간암은 간경변증 등 만성 간 질환을 동반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병기, 간 기능, 간암 치료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요. 간암 환자들은 매주 금요일 연세 암병원 간암센터 중입자 치료 상담 클리닉을 통해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클리닉에서 환자의 상태를 일차적으로 점검해 중입자 치료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방사선종양학과에 협진을 의뢰하게 됩니다."
-간암 중입자 치료의 장점을 설명해 주신다면요.
"중입자 치료 때 이용하는 탄소 이온의 질량이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월등히 무겁기 때문에 기존 치료에 비해 더욱 큰 암 살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방사선 저항성이 있는 종양에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또 간암을 방사선 치료하면 간 독성이나 인접 정상 장 독성 발생의 우려가 있고, 대부분 간암 환자들의 경우 간경화 등으로 간 기능이 저하된 경우가 많은데요. 중입자 치료는 중입자선의 독특한 물리적 특성으로 부작용 가능성을 낮추면서 종양 부위에만 고선량을 집중적으로 쏠 수 있습니다."
-간암 중입자 치료 시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환자마다 전이된 장기나 범위, 정도가 달라 주의해야 할 것 같은데요.
"간암의 위치가 위, 대장, 십이지장과 가까우면 치료가 어렵죠. 중입자 치료는 고선량을 암 조직에 집중적으로 쏘기 때문에 파괴력이 커 정상 장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다학제 진료(여러 과 간 협진)가 필요합니다. 간암도 항암 치료, 경동맥화학색전술 등 여러 치료법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치료법을 적절히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 일본에서 간암 치료 효과는 어땠나요?
"일본 군마 대학 병원에서 치료한 간암 환자의 2년 국소 제어율(치료 받은 부위에서 암이 재발하지 않는 확률)은 92.3%에 달했습니다.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QST)의 임상 연구 결과 5년 국소 제어율은 81%를 기록했고요. 특히 종양의 크기가 4cm 이상으로 큰 경우에도 2년 국소 제어율이 86.7%였고, 2년 생존율은 68.3%로 높았습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익재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7.29. [email protected]
"전이가 심한 환자나 과거 중입자 치료를 받아야 할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면 쉽지 않습니다. 중입자 치료도 방사선의 일종이니까요."
-간암 중입자 치료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6000만~7000만 원 정도 합니다. 현재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앞서 일본은 1994년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는데요.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했고 10년 정도 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치료비가 우리나라 방사선 치료 비용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연세암병원은 중입자 치료와 항암제 등 기존 치료법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토콜도 개발 중이시라고요.
"발견이 늦어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먼저 시행해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고려할 수 있죠. 이렇게 다양한 치료법을 어떻게 적용할 지가 프로토콜인데요. 필요한 경우 중입자 치료를 기존의 효과적이고 표준 치료로 알려져 있는 방법과 병합해 최상의 치료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프로토콜을 논의 중입니다."
-앞으로의 각오를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간암은 증상이 없어 초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간은 바이러스·알코올·지방·약물 등으로 70~80%가 파괴돼도 위험 신호를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아 '침묵의 장기'로 불릴 정도죠. 중입자 치료를 간암에 적용하면 치료 성적은 물론 치료 가능한 환자 범위를 늘릴 수 있습니다. 다른 암 치료법과 시너지를 위한 연구 등을 이어가며 치료 성적 향상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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