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안방서 독점기업 찍힌 구글…애플도 '반독점법' 칼날 코 앞에

등록 2024.08.07 06:10:00수정 2024.08.07 09:08:5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美 법원, 구글 '셔먼법' 위반 판결…불법적으로 검색엔진 독점 판단

애플도 iOS·애플페이 등 반독점 소송…구글 패소에 위기감 커질 듯

[포틀랜드=AP/뉴시스]구글 검색엔진 위에 마우스 커서가 움직이고 있다. 2018.8.28.

[포틀랜드=AP/뉴시스]구글 검색엔진 위에 마우스 커서가 움직이고 있다. 2018.8.28.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구글이 검색시장 독점 행위를 자행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세계 주요 스마트폰, 웹 브라우저 등에 구글 검색 엔진이 자동 사용되도록 불법적으로 독점 지위를 확립했다는 이유에서다.

구글이 안방 시장에서 반독점 철퇴를 맞으면서 똑같은 법령 위반으로 미 정부로부터 소송을 당한 애플도 눈길을 끌고 있다. 애플 또한 구글처럼 iOS, 아이메시지, 애플워치, 애플페이 등 주요 서비스 전반이 반독점 의혹을 받으면서 미국 빅테크들의 철옹성이 흔들릴 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 지방법원은 구글이 부당한 독점 행위를 금지하는 '셔먼 반독점법' 제2조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지난 1890년 제정된 셔먼법은 지난 100여년 간 독점 행위를 자행한 미국 대기업들에 수차례 칼을 겨눈 바 있다.

재판부는 지난 2020년 미 법무부의 소송 제기 이후 4년여 간 심리를 진행했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애플·삼성 등 업체에 연간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며 주요 스마트폰과 웹 브라우저에 구글 검색엔진이 자동 사용되도록 했고, 이를 통해 불법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굳혔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세계 검색엔진 시장에서 구글 크롬의 점유율은 약 65%로 집계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구글은 독점 기업이며, 이러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독점기업으로서 행동해 왔다"고 직접적으로 꼬집었다. 특히 구글이 매년 모바일 기기 신작에 자사 검색 엔진을 기본 옵션으로 탑재하기 위해 거액을 지출하는 것이 독점을 위한 불법행위라고 봤다. 구글이 지난 2021년에만 검색 엔진 계약 유지를 위해 260억 달러(약 35조8280억원) 이상을 지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아직 구글에 대한 명확한 시정 조치는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구글에게 사업분할을 비롯한 사업방식 변경, 일부 사업 매각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글의 항소가 유력한 만큼 추후 재판에서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워싱턴=AP/뉴시스]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 법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플을 상대로 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발표하고 있다. 2024.3.21.

[워싱턴=AP/뉴시스]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 법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플을 상대로 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발표하고 있다. 2024.3.21.


이처럼 미국의 대표 빅테크인 구글이 '독점기업'이라는 판결을 받은 가운데 구글과 같이 미 법무부로부터 셔먼법 위반 소송을 제기받은 애플의 위기감도 커지는 양상이다. 미 법무부는 지난 3월 애플에 셔먼 반독점법 2조 위반 소송을 공식 제기한 바 있다.

구글이 검색 엔진으로 도마 위에 올랐듯이 애플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스마트폰 부문이 문제가 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매 분기 50~60%에 육박한다.

미 법무부는 이처럼 애플 아이폰이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면서도 iOS, 아이메시지, 애플워치, 애플페이 등 전반에 걸쳐 타사 서비스와의 연동을 제한해 공정한 경쟁을 막고 소비자들에게 독점적인 힘을 행사하고 있다고 봤다. 소비자들의 아이폰 의존성을 높이고 대체 방안 마련을 의도적으로 막았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법무부의 소송을 두고 애플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소송은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우리 정체성과 애플 제품을 차별화하는 원칙을 위협한다. 만약 소송이 성공하면 사람들이 애플에서 기대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의 기술을 개발하는 능력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하지만 구글이 수년 간의 법적 공방 끝에 독점기업이라는 판결을 받으면서 애플도 해당 판례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보안성·창의성 등 애플의 폐쇄 생태계 유지 명분이 힘을 잃을 수 있는 셈이다.

구글·애플 등 자국 빅테크에 대한 미 정부의 압박이 강해지고 있지만 곧바로 기업분할, 사업 매각 등의 초강수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지난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례에서도 정부와 MS가 합의에 성공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미 법무부는 MS가 자사 웹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와 윈도(Windows) OS로 독점 행위를 자행한다고 보고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도 MS가 셔먼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회사 분할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MS는 항소 끝에 정부와 합의하며 기업분할을 피했다. 익스플로러 강제 설치 정책 철회, 윈도에 경쟁사 웹브라우저 설치 허용 등 독점 정책을 완전 포기하면서다.

이같은 전례가 있는 만큼 구글과 애플도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독점 전략을 철회하는 식으로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오는 9월 시작될 애플의 반독점 소송이 구글과 MS의 전철을 밟게 될 지, 애플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