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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추창민 감독 "선균씨와 함께해 영광이었습니다"

등록 2024.08.13 08: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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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1000만 감독 '행복의 나라'로 돌아와

10·26사태와 12·12쿠데타 사이 사건 담아내

"난 85학번 이 시대를 그리는 건 당연했다"

"사건보다는 시대의 야만성 담은 메타포로"

이선균 모습 보는 마지막 영화라는 의미도

[인터뷰]추창민 감독 "선균씨와 함께해 영광이었습니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왜 그 시대여야만 했습니까." 추창민(58) 감독은 이 물음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제가 일제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 시대를 그렸을 겁니다. 저희 부모님은 6·25세대입니다. 제가 부모님 세대였다면, 그 시대를 그렸을 거고요. 전 85학번이니까, 그때 그 시절을 산 사람이죠. 그래서 아마도 이 이야기에 끌렸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230만 관객을 불러 모았던 추 감독이 새 영화 '행복의 나라'(8월14일 공개)로 돌아왔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이후 6년 뒤 '7년의 밤'을 내놨고, 다시 6년이 지나 새 작품을 선보인다. '행복의 나라'는 10·26사태와 12·12쿠데타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그린다. 핵심은 박정희 암살범과 공범들에 대한 재판. 다만 이 영화는 박정희를 향해 직접 총을 쏜 김영일(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아닌 그의 수행비서관인 박태주(박흥주) 대령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를 변호하는 정인후(가상 인물)를 통해 극을 전진시킨다. 추 감독은 "특정 사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 시대에 대한 메타포로 봐달라"고 했다.

"전두환을 치환한 전상두는 시대의 야만성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인권변호사가 된 정인후는 시민 정신을 보여주는 인물이겠죠. 박태주는 그 시대에 희생당한 사람들일 거고요."

추 감독이 '행복의 나라' 시나리오를 본 건 2011년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끝낸 직후였다. 재밌게 읽었지만 연출해야겠다는 생각까진 하지 않았고, 곧바로 '광해, 왕이 된 남자'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7년의 밤'까지 끝내고 나서 차기작을 고민하던 중에 다시 '행복의 나라'를 떠올렸다. 추 감독은 "아마도 이 시나리오가 제 마음 속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추 감독에게 '행복의 나라'는 유독 부침이 많은 작품이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힘들게 촬영했고, 후반 작업을 다 마친 뒤에도 기약 없이 개봉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가 이선균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자칫 사장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이선균이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행복의 나라'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와 함께 이선균이 남긴 영화 2편 중 하나가 됐다. 앞서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가 개봉하면서 '행복의 나라'는 그의 마지막 영화가 됐다. 추 감독에게 이선균에 관해 묻지 않기란 어려웠다.
[인터뷰]추창민 감독 "선균씨와 함께해 영광이었습니다"


"그 생각이 나요. 처음에 선균씨가 이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을 때, 전상두 역을 원하다는 소문이 났어요. 웬 떡이냐 했죠.(웃음) 하지만 그건 오해였고, 박태주 역을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선균씨가 이 영화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추 감독은 이선균과 '행복의 나라'를 함께한 건 "영광이었다"고 했다. 어쩌면 다시는 만날 수 없었던 배우와 함께 호흡할 수 있었던 건 정말 감사한 일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추 감독은 이선균이 떠난 뒤 다시 편집실에 앉아서 영화를 돌려보던 순간의 마음에 대해 말했다. "마무리 작업을 하기 위해 영화를 보는데 그 친구가 유명을 달리하고 나서 이 작품이 전혀 다르게 와닿았습니다. 그 전엔 박태주는 박태주였거든요. 그런데 박태주가 자꾸 이선균으로 보이는 겁니다. 이걸 어떡해야 하나, 편집을 다시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다시 편집하진 않았습니다. 원래 편집돼 있던 게 선균씨의 연기를 보여주는 원형 같은 것이라고 판단했거든요."

감독으로 데뷔한 건 20년이 됐고, 영화 일을 시작한 건 27년째다. 추 감독은 하면 할수록 영화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결혼 생활을 한 3년 정도 한 사람한테 배우자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아마 모든 걸 안다고 말할 거예요. 하지만 30년 정도 한 사람에게 물으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모르겠다고 할 겁니다. 제게 영화가 그래요. 하면 할수록 참 어렵고 모르겠어요."

다만 추 감독은 영화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듯했다. 그는 "제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글을 잘 썼으면 책을 썼을 거고, 말을 잘했으면 요즘 같아선 유튜브를 했겠죠. 하지만 영화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는 "내가 하려는 이야기에 거창한 건 없다. 메시지도 아닌 것 같다. 그저 나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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