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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이니까 싸겠지?"…안 팔았던 유영국 '작은 그림' 최초 공개

등록 2024.08.19 16:12:47수정 2024.08.19 21: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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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상 회화의 선구자…2002년 사후 처음

21일 PKM갤러리 하반기 첫 전시서 공개

1950년대∼1980년대 유화 34점 중 21점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PKM 갤러리는 한국 추상 회화의 선구자인 故 유영국 화백의 개인전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개최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19일 서울 종로구 PKM 갤러리에서 갖고 작가의 미공개 작품 21점을 포함한 주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4.08.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PKM 갤러리는 한국 추상 회화의 선구자인 故 유영국 화백의 개인전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개최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19일 서울 종로구 PKM 갤러리에서 갖고 작가의 미공개 작품 21점을 포함한 주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4.08.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아버지 약수동 화실은 어머니(김기순)가 지어주셨어요. 1960년대 적산 가옥에 살았는데 겨울에 추웠어요. 휘발유값이 비싸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집 안방 앞으로 가늘고 긴 좁은 마루에서 소품을 그렸지요. 대작을 그리던 아버지가 소품을 그리니까 소품 작품값은 싸겠거니 했는데, 아버지는 '가격을 그렇게 매기는 것은 아니'라면서 아예 안 팔고 보관해온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보이게 됐어요."(유자야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

'한국 1세대 추상화가' 故유영국(1916~2002) 사후 최초로 미공개 소품을 한자리에서 처음 공개하는 전시가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린다. 1950년대∼1980년대 유화 34점 중 21점으로, 유족들이 한 번도 세상에 공개하지 않고 소장했던 작품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자야(오른쪽부터) 이사와 유진 이사장, 박경미 PKM 갤러리 대표가 19일 서울 종로구 PKM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 추상 회화의 선구자, 故 유영국 화백의 개인전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08.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자야(오른쪽부터) 이사와 유진 이사장, 박경미 PKM 갤러리 대표가 19일 서울 종로구 PKM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 추상 회화의 선구자, 故 유영국 화백의 개인전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08.19. [email protected]



19일  PKM갤러리에서 만난 유영국 차녀 유자아 이사는 "대작을 하셨던 아버지가 소품을 그리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아버지 시대 작가들은 소품을 많이 했었지요. 그때 분들은 아버지 대작을 보고 '큰 그림이 다 좋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소품에서 밀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아버지 자신은 큰 그림도 작은 그림도 잘 그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안 팔린 것이 아니라 '안 판 소품'들은 이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유영국 대작이 10억~15억 원 선을 호가하는 만큼 소품의 작품값은 만만치 않다. 작다고 '싸겠거니'하는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틀렸다.  PKM갤러리에 따르면  24.5x33.3cm 크기 작품값은 1억 선을 넘는다.

소품이라고 허투루 그린 작품은 하나도 없다. 밀도감과 아우라로 대작 못지 않은 색감과 에너지를 뿜어낸다. 산을 모티브로 자연을 선과 면, 색채의 조합으로 그린 유영국의 특징이 그대로 녹아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진(왼쪽)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장과 박경미 PKM 갤러리 대표가 19일 서울 종로구 PKM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 추상 회화의 선구자, 故 유영국 화백의 개인전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4.08.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진(왼쪽)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장과 박경미 PKM 갤러리 대표가 19일 서울 종로구 PKM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 추상 회화의 선구자, 故 유영국 화백의 개인전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4.08.19. [email protected]



유영국 장남 유진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은 "어린 시절 아버지는 말이 없으셔서 뭘 그리는지, 설명도 안 하니 몰랐는데, 최근 로맹롤랑이 쓴 '베토벤 일생'에서 '오션 인 필링(ocean in filling)'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때 아버지 그림을 떠올리며 이해했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오션 인 필링'이라는 말은 대양과 산, 하늘이 붙어있는 무한히 큰 영원이 계속될 것 같은, 대자연과 혼연일체라는 뜻인데, 아버지의 그림도 이처럼 산과 산맥이 이어진 우주 같은 그런 느낌을 받는다"면서 "공학도로 살아오며 몰랐는데 예술이 (사회를, 인생을)풍요롭게 하는 걸 나이 먹어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미국 페이스에서도 전시도 있고 꾸준히 아버지와 작품을 많이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19일 PKM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 추상 회화의 선구자인 故 유영국 화백의 개인전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전시 전경. 2024.08.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19일 PKM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 추상 회화의 선구자인 故 유영국 화백의 개인전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전시 전경. 2024.08.19. [email protected]



유영국은 1930년대 일본 유학을 한 아방가르드한 화가였다. 이중섭과 동갑 친구이자 일본 문화학원 동기다. 당시 초현실과 기하학적 추상이 유행이던 시기 유영국은 기하학적 추상을 택했다. 그는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아 옹고집스럽게 한국적 추상세계를 구축한 'K아트 전설'이 됐다. 현재 한국미술 최고 비싼 작가이자 추상화가 김환기와 쌍벽을 이루는 '한국 대표 화가'다.

생전 기계처럼 그림만 그리며 '내 작품은 어차피 죽어야지 사람들이 산다'던 그의 말처럼 2002년 타계 후 유영국 시대가 열렸다.

2016년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공동으로 열렸고, 2023년 미국 뉴욕 페이스갤러리에서 유영국의 해외 첫 개인전이 시작됐다.

올해는 유럽 첫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세계 최대의 현대미술축제인 '2024 베니스비엔날레' 병행 전시로 베니스의 유서 깊은 고택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에서 열린 전시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꼭 봐야 할 최고의 전시'로 꼽혔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PKM 갤러리 故 유영국 화백의 개인전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전시 전경. 2024.08.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PKM 갤러리 故 유영국 화백의 개인전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 전시 전경. 2024.08.19. [email protected]


흑백으로 남은 유영국 화백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흑백으로 남은 유영국 화백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유영국의 자연: 내면의 시선으로'를 타이틀로 10월10일까지 전시를 펼치는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는 "작가는 이미 세상에 안 계시지만 생전에 추구하셨던 한국적 추상과 '인생은 짧고 예술은 영원하다'는 가치를 일깨우시는 최고의 표본"이라며 "내면과 품위로 발현된 유영국의 중용의 미학을 제대로 조명하겠다"는 목표다.

PKM갤러리는 9월4일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 아트페어에  참가, 유영국의 1973년도 100호 크기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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