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신탁사 14곳, 2분기 2468억 영업손실…"책준형 신탁 리스크"
신탁계정대 대손충당금, 1년 새 2.3배
회수 못한 공사비·손해배상 비용 등 대비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책준형) 리스크에 부동산 신탁사들의 2분기 영업손실이 크게 확대됐다. 책준형 사업에서의 부실이 신탁사들의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4개 부동산 신탁사의 2분기 영업손실은 2468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58억원 영업손실에서 손실 규모가 약 43배 확대됐으며,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974억원 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금융 계열 신탁사들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신한자산신탁은 1718억원, KB부동산신탁은 551억원, 교보자산신탁은 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탁사들이 무분별하게 벌인 책임준공형 신탁이 올해 부메랑이 돼 손실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이란 부동산 신탁사가 책임지고 공사를 마치겠다고 대주단에 확약하는 방식의 신탁을 말한다. 시공사(건설사) 부도가 나도 책임은 신탁사가 지는 구조다. 책준형 신탁은 신용등급이 낮아 대주단 돈을 빌려오기 어려운 중소형 건설사들이 많이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리스크가 더 크다.
코로나 이후 물류대란으로 공사 원가가 20~30%씩 오르면서 책임준공을 확약한 신탁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공사비가 늘어난 점도 손실을 키우고 있다.
예를 들어 대주단에서 빌린 100억원이면 지을 수 있을 줄 알았던 공사가 원가 상승으로 130억원이 들게 되면 나머지 모자란 30억원은 신탁사들이 부담해야 한다. 그나마 분양이 잘 돼 130억원 이상의 분양 대금을 받을 수 있으면 손해가 없지만 최근 지방 아파트나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시설, 물류센터 등 부동산 분양 상황은 좋지 않다. 대출 상환 순위상 대주단이 100억원을 선순위로 받아 가고 나면 신탁사들이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비해 신탁사들은 못돌려받을 공사비, 또는 공사를 마치지 못해 지게 될 손해배상 비용 등을 고려한 대손 충당금을 넉넉히 쌓고 있다.
14개 부동산 신탁사들의 신탁계정대 대손충당금 규모는 지난해 6월 말 5746억원에서 올해 6월 1조3241억원으로 130% 증가했다. 특히 신한자산신탁(1222%), KB부동산신탁(742%), 우리자산신탁(695%) 등의 증가율이 가파랐으며 비교적 책준형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토지신탁(28%), 한국자산신탁(29%), 코람코자산신탁(1%) 등은 충당금이 크게 늘지 않았다.
신한자산신탁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책준형 사업 133건을 진행 중이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액은 5조5676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3779억원)의 14.7배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말 기준 72건의 책준형 사업을 진행 중이며 PF 대출금액은 4조20억원이다. 자기자본(2861억원)의 약 14배다.
금감원은 부동산 신탁사들의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책준형) 관련 리스크 점검을 위해 지난달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수시검사에 착수했으며 이달엔 KB부동산신탁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책준형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신탁사가 아니라 해도 업계 전반적으로 일거리가 줄어든 점도 실적 악화 요인 중 하나다.
신탁사들 수주가 최근 몇년 간 책준형 위주로 급격히 늘었는데, 올해는 책준형 신규 수주가 거의 없었을 정도로 수주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가릴 것 없이 부동산 PF를 축소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신규 수주에 따른 신탁 보수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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