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가족 왁자지껄 옛말" 명절에 더 썰렁한 농촌
충북 보은, 주민도 상인도 "명절인지 실감도 잘 안나…"
귀성객 발길 줄어들어 전통시장 추석 특수도 옛말
"자식 손주 다 모여 송편 먹고 성묘했던 예전이 그립다"
[보은=뉴시스] 안성수 기자 =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이틀 앞둔 15일 충북 보은군 한 전통시장은 손님이 줄어 예년 한적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2024.9.15. [email protected]
[보은=뉴시스] 안성수 기자 = "사느라 바쁜 애들에게 오란 얘기를 뭐하러 해요. 영감이랑 산소 갔다가 먹을거리나 사러 나왔어요"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이틀 앞둔 15일 충북 보은군 한 전통시장. 추석 특수로 북적이던 예년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삼승면에 사는 김모(76·여)씨는 정육점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몇 년 전만 해도 추석 상에 갈비를 올려 손주들을 먹이는 게 기쁨이었던 그였다.
김씨는 "작년 추석과 설에 아들 일이 바빠서 손주들을 못 봤는데 올해도 내려오지 못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면서 "올해는 집에서 영감이랑 먹을 고기만 조금 사려 한다"고 말했다.
[보은=뉴시스] 안성수 기자 =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이틀 앞둔 15일 충북 보은군 한 전통시장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9.15. [email protected]
시장에 들른 주민들의 지갑은 선뜻 열리지 않고 있다. 물가 부담에 먹을 입마저 줄다 보니 물건들만 연신 들었다 놨다 할 뿐이다.
뜸해진 발길에 상인들의 마음도 무겁다. 심해지고 있는 소비 위축으로 농촌 전통시장 명절 특수란 말은 옛말이 됐다.
정육점 주인 씨는 "곧 추석인데 장에 사람들이 없어 명절 분위기가 안 난다"면서 "단골 손님들이나 좀 오는 분위기라 명절 내 준비한 고기를 다 팔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차례상 단골 손님이었던 나물과 생선도 관심이 뜸하다. 상인들은 "너무 장사가 안돼 명절인지 모를 정도"라며 "오늘 팔지 못하는 물건은 다 버려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보은=뉴시스] 안성수 기자 =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이틀 앞둔 15일 충북 보은군 보은읍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노인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24.9.15. [email protected]
추석이면 귀성객으로 활기를 띠던 농촌 마을은 전에 없이 쓸쓸한 모습이다. 연휴를 혼자 보내게 된 노인들은 버스정류장에 모여 지나가는 차량들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보은읍 금굴리에 사는 서모(73)씨는 "코로나를 거친 후 명절에 고향을 찾는 젊은 사람들이 확실히 줄었다"면서 "마을에 혼자 보낼 예정인 노인들이 절반이 넘어 다같이 경로당에나 있을 예정"이라며 장 본 물건들을 들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쉼터에서 만난 주민 윤모(75·여)씨는 "자식 손주 다 모여 송편 먹고 성묘도 했던 예전이 너무 그립다"면 "자식들이 안 오는 걸 알면서도 지나가는 차에 자꾸 눈이 간다"고 씁쓸해했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충북 남부 3군(보은·옥천·영동)의 노인비율은 35~40% 수준이다. 세 지역 내 전입·전출로 인한 인구 이동은 큰 변화가 없으나 인구 자연 감소로만 매년 400~700명이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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