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혐의' KIA 장정석·김종국 1심 무죄지만…재판부 "잘한 것 없다"(종합2보)
후원 업체로부터 1억6000여만원 수수 혐의
야구선수 박동원에 뒷돈 요구 미수 혐의도
장정석 측 "청탁 없어…돈도 광고와 무관"
1심 "부정한 청탁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
"도덕적 지탄 받아야 하지만 처벌 안돼"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후원업체에서 수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KIA 타이거즈 장정석(왼쪽)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2024.10.04. [email protected]
재판부는 프로야구 구단의 단장과 감독으로서 이들이 맡았던 임무를 언급하며 '잘한 것 하나 없다'거나,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상황'이라면서 자중할 것을 당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4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장 전 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배임수재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 전 감독과 배임증재 혐의를 받는 커피업체 대표 A(65)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먼저 KIA 타이거즈 소속이었던 박동원(현 LG트윈스) 선수를 불렀다"며 "'계약금을 올려줄 테니 그중 일부를 돌려달라'는 제안에 대해 박 선수가 일시적·묵시적으로 동의 내지 합의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 입장에서 자신이 받고 싶은 계약금을 말하는 것이 '부정한' 청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피고인을 KBO 규약에 따라 내부적으로 징계하는 것을 넘어서 형사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나 형벌 법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커피업체 광고후원계약과 관련해선 "오히려 김 전 감독의 부탁을 A씨가 수락한 것"이라며 "검사는 커피업체의 경영 위기 타개를 위해 A씨가 부정한 청탁을 하게 된 것으로 주장하나, 업체의 경영 목적, 방식 등에 비춰 부정한 청탁을 할 동기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나아가 "A씨는 이 사건 이전에도 KIA 타이거즈 팬으로서 선수단이나 관중들에게 수억원 상당의 커피세트 등 선물을 여러 차례 나눠준 적도 있다"며 "평소 A씨가 'KIA가 가을 야구에 진출하면 1억원을 격려금으로 주겠다'고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이 사건 1억원을 KT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벌어진 날 원정팀 감독실에서 교부했다"며 "부정한 청탁의 대가였다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수표로 돈을 주고받지 않았을 것인 점 등도 감안하면 부정 청탁을 받고 대가로 위 돈이 수수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후원업체에서 수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KIA 타이거즈 장정석 전 단장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10.04. [email protected]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뭐 하나 잘한 게 없다. 장정석 피고인은 연봉협상을 담당하는 단장으로서 KIA 타이거즈를 위해 일 한단 임무에 반해 뒷돈을 챙기려 했다"며 "커피업체 광고 계약과 관련해선 돈을 받아야 되는 것인가 의문점이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아야 할 상황이란 점은 재판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다 인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게 형사적으로 문제가 됐을 때 죄가 성립된다는 것과 직결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장 전 단장은 지난 2022년 5~8월 사이 구단 소속이었던 박 선수에게 최소 12억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2억원의 뒷돈을 3차례 요구했지만, 박 선수가 이를 거절해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그는 김 전 감독과 같은 해 7월부터 10월 사이 커피업체 광고계약과 관련해 1억6000만원을 받고 부정한 청탁을 들어줘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장 전 단장은 A씨로부터 야구장 펜스에 해당업체 광고가 표시되는 홈런존 신설 등의 요구를 받고, 해당 요구사항을 프로야구단 마케팅 담당자에게 전달해 계획안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이후에도 A씨의 각종 요구사항이 반영되도록 조치했다.
김 전 감독은 A씨의 광고계약 희망 의사나 홈런존 신설 등 요구사항을 장 전 단장에게 전하는 한편, 구단 광고 담당 직원에게도 A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광고 담당 직원 연락처를 직접 전달해 광고계약 체결에 도움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감독은 2022년 7월 A씨로부터 6000만원을 수수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또다시 A씨로부터 1억원을 받았으며, 이 돈을 장 전 단장과 각각 5000만원씩 나눠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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