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인적쇄신 요구에 "내가 해야 할 일"…한, 반론 제기 안해
"여사, 필요한 의전행사 아니면 이미 자제해"
"혐의·단서없이 단순 의혹만으로 수사되는지"
"가족 문제 편하게 빠져나오려 한 적 있느냐"
"무엇을 바꿔야하는지 자세한 내용 보내달라"
"어처구니 없는 의혹에 당도 같이 싸워달라"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10.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면담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나눈 대화를 상세하게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소위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불리는 참모들을 청산해야 한다는 이른바 대통령실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한 대표도 나를 잘 알지 않느냐. 나는 문제 있는 사람이면 정리를 했던 사람이다"라며 "인적쇄신은 내가 해야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어떠한 잘못을 했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를 해줘야 조치를 할 수 있지 않나"라며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 알려주면 잘 판단해보겠다"고 밝혔다. 그간 '대통령실에는 대통령 라인'만 있다며 인적 쇄신 필요성을 일축했던 대통령실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김 여사 활동중단을 요구해온 데 대해서는 "김여사도 많이 힘들어하고있다, 꼭필요한 공식 의전행사가 아니면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고 앞으로도 보면 알게될 것"이라며 "전직영부인 관례에 근거해서 활동도 많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이제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 관련 의혹 규명에 관해서는 "이미 일부 의혹의 경우에는 검찰조사가 진행중이고, 의혹이 있으면 막연하게 이야기하지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달라"라며 "다만 의혹을 수사하려면 객관적 혐의나 단서가 있어야지 단순 의혹 제기만으로 되는 것인지, 문제가 있으면 수사받고 조치하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자신의 장모가 감옥에 갔던 사실도 언급하면서 "나와도 오래 같이 일해봤지만 나와 내 가족이 무슨 문제가 있으면 편하게 빠져나오려 한적이 있느냐"라며 "검찰총장 때도 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멀리하고 변호사를 써서 해결하라고 했을 정도다"라고 강조했다.
특별감찰관 임명에 관해서는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은 여야가 협의할 문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실내 면담에 앞서 함께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10.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관계자는 "대통령의 설명에 대해 한동훈 대표도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당정이 함께가야 한다는 취지의 당부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어처구니없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응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대통령실이 계속 싸우는 게 맞느냐.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내면 당에서도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 말이 안되는 공격을 하면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같이 공격을 해주면 좋겠다"라며 "정치공세에는 정치로 대응을 해줘야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특검법 관련해서는 "특검과 검찰수사라는 것은 객관적 혐의와 단서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정치적 의혹만으로 믿고 싶다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여당이 위헌, 그리고 헌정을 유린하는 법에 브레이크를 걸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특검 관련 향후 상황에 대해서는 '위헌 법안에 찬성하는 여당 의원이 있겠나'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으로 "당정이 하나가 되고 정부를 성공시키는 것이 당을 성공시키는 것"이라며 "오늘의 위기는 정치적 위기다. 정치상황의 위기다. 정무수석에게 과감히 이야기할 거 있으면 하고, 당정소통도 강화해나가자"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한 대표의 말을 듣고 차분한 어조로 답을 했다"며 "윤 대통령이 60%, 한 대표가 40% 정도 비중으로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또한 "한 대표에게 좋게 브리핑해달라고 당부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아울러 "여당 대표가 격의없이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지 않나"라며 "향후 헌정유린을 막아내고 당정이 하나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는 점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후속 만남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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