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걷기행사 내년 예산 대폭 증액…전시성 우려
'2㎞ 걷기' 올해 1회에서 내년 3회, 3억원 편성
일상 속 걷기 문화 조성보다 단순 행사비 치중
볼거리 흥미보다 걷기 동기부여 프로그램 필요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28일 오전 제주시 연북로 제주문학관에서 메가박스까지 2㎞ 구간(왕복 4㎞)에서 열린 차 없는 거리 걷기 행사인 '걷는 즐거움, 숨 쉬는 제주!' 참가자들이 걷고 있다. 2024.09.28. [email protected]
전국에서 걷기실천율이 가장 낮고, 비만율은 가장 높은 제주지역에서 도민에게 건강과 걷기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야 할 행사가 ‘전시용 축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6일 제주도가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차 없는 거리 범도민 걷기행사’ 개최비로 3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9월28일 개최한 행사비 8000만원에 비해 2억2000만원이 증가한 것으로 내년 3회에 걸쳐 걷기행사를 개최하겠다는 것이다.
행사세부 내역을 보면 ▲인건비 4620만원 ▲버스킹 공연비 1200만원 ▲음향, 천막 등 임차비 6600만원 ▲인쇄비 6720만원 ▲광고비 3900만원으로 책정했으며 행사진행공무원 식대, 홍보물품 등의 기타 운영비로 5760만원을 배정했다.
걷기 실천 분위기 조성, 일상 속 걷기에 대한 도민의식 개선 등을 기대한다는 목표와는 달리 단순한 행사 진행에 대부분의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
걷기행사를 위해 지난 7월 개최한 도민 원탁회의에서 참여자들은 걷기실천방안 및 촉진 방법으로 걷기강사 순회교육, 창의적 걷기 챌린지, 워킹크루 활성화, 일상 속 좋은 길 투어, 플로깅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현장의 이야기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의문이고, 실제 9월 개최한 걷기행사에서 버스킹 공연, 플리마켓, 전통놀이 체험 등이 펼쳐지면서 걷기보다 ‘멈춰서 즐기는’ 프로그램에 초점이 맞춰진 인상을 줬다.
걷기행사를 마친 후 제주도가 지난달 28일 마련한 평가회에서 53명의 도민참여단이 다양한 의견을 밝힌 가운데 평가 주요쟁점 분야의 하나인 ‘차 없는 거리 축제 의미와 원칙’에 대한 토론 전 인식이 23.1%에서 토론 후에는 37.0%로 높아졌다.
볼거리, 체험 등의 참가자 흥밋거리에 대해서는 토론 전 인식 11.5%에서 토론 후 7.4%로 낮아졌다.
결국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보다는 걷기에 충실한 행사로 진행해야한다는 의견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9월 걷기행사에 참여했던 한 시민은 “대도로에서 걷기를 제외하면 여느 축제행사와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해 ‘전시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일상 속 걷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걷기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이 보다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주도가 발표한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제주도 비만율은 36.1%로 가장 높고, 걷기 실천율은 41.1%로 가장 낮았다.
제주도는 건강지표 개선을 위해 지난 9월 제주시 연북로 제주문학관에서 메가박스에 이르는 2㎞에 대해 차량을 통제하고 걷기행사를 했다.
강동원 제주도 도민건강안전실장은 “차 없는 거리 걷기행사는 도민 건강과 탄소중립을 위해 중요하다”며 “내년까지 관 주도의 행사로 진행하고 이후부터는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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