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결 없이 개정 취업규칙 적용해 퇴직 통보…대법 "부당해고"
취업규칙에 따른 정년 시점 여부 쟁점
1심은 "부당해고"…2심서 결과 뒤집혀
"퇴직 당시 유효한 취업규칙으로 판단"
[서울=뉴시스]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024.12.15. (사진 = 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개정된 취업규칙을 적용해 근로자에게 정년퇴직을 통보했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0일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7년 3월 사회복지법인에 장년 인턴으로 입사해, 인턴 기간이 종료되고 회사 측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했다.
회사는 2020년 9월 만 55세였던 정년을 만 64세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취업규칙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후 회사는 2021년 6월 A씨가 정년인 64세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퇴직을 통보했다.
문제는 당시 A씨에게 적용된 취업규칙이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회사의 정관에는 취업규칙 개정을 이사회 심의·의결 사항으로 정했는데,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이사회는 2022년 3월 개정된 취업규칙을 추인했다.
A씨는 정년퇴직 처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는 "원고는 정년이 도래함에 따라 당연퇴직 됐으므로, 이 사건 정년퇴직 처리는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A씨는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 청구를 했으나 마찬가지로 기각됐다. 이에 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취업규칙 개정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적법하게 개정됐다고 해도 개별 근로계약이 개정된 취업규칙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기존 계약이 우선한다고 했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아직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개정 취업규칙의 정년 조항을 근거로 이 사건 정년퇴직 처리를 한 것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라며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심은 이사회가 뒤늦게 의결했지만 취업규칙 시행일을 소급 적용했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사업자가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시행일을 소급해 정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규정된 시행일'에 소급적용된다고 봐야 한다"며 "참가인의 이사회는 개정 취업규칙을 추인하면서 2020년 9월부터 소급적으로 시행하기로 의결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의 정년퇴직 시점에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변경된 취업규칙이 유효하지 않다고 봤다.
대법원은 "정년 도달에 따라 근로관계가 당연종료됐는지 여부는 당연종료 여부가 다투어지는 시점에 유효한 정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소급해 적용되는 정년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정년퇴직 처리 당시인 2021년 6월 개정 취업규칙은 이사회 심의·의결을 얻지 못해 효력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 시점을 기준으로 유효하지 않은 64세 정년을 근거로 원고의 근로관계가 당연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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