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20년 동안 막지 못한 아프간 마약 탈레반이 2년 만에 일소
양귀비 밭 갈아엎고 밀수 단속하고 공장 폭격해도 번성
탈레반에 전쟁자금 대고 통치기반이 됐던 바크와 지역
탈레반 집권 뒤 가차없는 단속에 황폐한 곳으로 탈바꿈
"경제 어려워졌으나 정치적으로 합당…외국 비난 사라져"
【자리=AP/뉴시스】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주의 자리 지역의 2016년 양귀비밭 모습. 미국이 20여년 동안 근절하려 노력하다가 실패한 아프간의 마약산업이 탈레반 정권 장악 2년 만에 일소됐다. 2024.12.19.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이 20여년 동안 안간힘을 썼으나 근절하는데 실패한 아프가니스탄의 마약 생산을 탈레반 정권이 단 2년 만에 일소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편 재배는 탈레반의 군자금 출처였다. 바크와 지역 사막의 오아시스에 모인 수십만 명이 양귀비를 재배하도록 허용하고 세금을 거뒀다. 부상자 치료 병원을 설치했고 이동 법원도 설치해 재판하는 등 실질적 통치를 했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탈레반이 양귀비 재배와 마약 생산을 금지한 때문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20년 이상 군사력을 투입해 근절하려했으나 실패한 일을 탈레반은 단 2년 만에 끝냈다.
아편과 히로뽕을 제조하던 시설 수백 곳이 문을 닫거나 파괴됐다. 탈레반 정부가 이곳 주민들에 대한 세금을 올리자 대부분 떠났다.
아프간 남부를 번영케 했던 마약 시장도 사라졌고 아프간은 경제의 한 축을 잃었다.
마약 생산지는 탈레반의 통치 기반
탈레반이 직접 생산에 가담하지는 않았으나 합리적 수준의 세금을 매겨 농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탈레반의 전쟁 자금을 적극적으로 부담해온 밀수업자들에게도 관대했다.
바크와 지역은 탈레반의 통치기반이 됐다. 탈레반 법원이 모든 다툼에 판결을 내렸고 매달 수백 만 달러 이상이 탈레반 활동에 투입됐다. 탈레반 당국자들은 매달 거두는 세금이 1000만 달러 이상이라고 했다.
미국의 실패
아프간 전쟁이 끝날 무렵 바크와 지역에는 아프간 최대의 야외 마약 시장이 있었다. 극성기에 최대 수천 명까지 모여 마약을 거래했다.
미국은 아프간 정부에 돈을 대주며 농부들이 양귀비를 재배하지 않도록 설득하게 하고 밭을 갈아엎었다. 2007년 갈아엎은 밭 면적이 공식적으로 190 평방km에 달했다.
그러나 아프간의 양귀비 생산은 갈수록 늘어만 갔다.
미국 등이 바크와의 밀수업자를 급습하기 시작했다. 폭력적 단속이 잦아지면서 주민들의 반발만 커졌다.
반대로 탈레반은 마약 생산과 거래를 용인하면서 최대한 활용했다. 이 지역을 관장하는 비밀 지사를 임명했다. 지사가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의 끝없는 표적이 됐으나 바크와 지역은 탈레반 고위인사들에게 안전한 은신처가 됐다.
2016년 바크와 지역의 양귀비 재배 면적은 2003년의 6배인 1200 평방km로 늘었다. 인구도 다섯 배로 늘어 32만에 달했다.
탈레반도 함께 커졌다. 2016년 탈레반이 바크와 중심지에서 아프간 정부를 몰아냈다.
미국이 2012년 20만 달러를 들여 지은 건물을 차지한 탈레반이 건물을 병원으로 바꿨다. 하루 200~250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아프간 전 지역의 탈레반 부상자들이 이곳으로 몰렸다.
바크와는 탈레반의 경제 중심지가 됐다. 바크와에서 투르크메니스탄, 파키스탄, 이란으로 이어지는 도로에 검문소를 만들어 통행 차량 대당 수백 달러의 통과료를 받았다. 영수증도 발행했다.
바크와에서는 히로뽕 원료인 마황 재배도 크게 늘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히로뽕만 매년 수백 t에 달했다.
급해진 미군이 전폭기와 B-52 폭격기를 동원해 바크와 등 아프간 남부의 아편과 히로뽕 공장을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움막으로 지은 수백 채의 공장이 파괴됐다. 파괴하는데 들어간 폭탄 비용이 공장 가격의 몇 배에 달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2020년 현재 아편과 히로뽕 생산 공장이 수백 곳에 달했다.
급속한 몰락
2021년 갑자기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고 탈레반이 전국을 장악했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양귀지 재배를 “전국적으로 전면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탈레반은 마약 거래자를 체포하고 2000t 가까운 마약을 압수했으며 아편 생산 공장 수백 곳을 급습했다.
탈레반은 가차 없는 공격으로 아편 재배 농가를 일소했으나 주요 재원을 잃었다.
탈레반은 주저하지 않고 바크와를 버렸다. 탈레반 당국자가 거의 남지 않았다.
농민들 일부가 양귀비 대신 밀을 경작했으나 대부분의 농민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탈레반 출신인 하지 마울라비 아시프 바크와 주지사는 “양귀비 재배를 금지하면서 경제가 어려워졌지만 정치적으로 합당한 일이다. 국제 마약거래에 대해 아프간을 비난하던 목소리가 잠잠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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