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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로컬라이저, 짧은 종단구역' 포항경주공항 빨간불

등록 2025.01.10 18:56:12수정 2025.01.10 19: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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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 자주 발생하며 조류 충돌 위험도 높아"

탐지 가능한 열 화상 카메라 설치 등 시설 보완 시급

[포항=뉴시스] 안병철 기자 =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이 '콘크리트 로컬라이저(방위각)'와 '버드 스트라이크' 등으로 규명되면서 소형 공항인 포항경주공항도 안전사고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5.01.10. abc1571@newsis.com

[포항=뉴시스] 안병철 기자 =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이 '콘크리트 로컬라이저(방위각)'와 '버드 스트라이크' 등으로 규명되면서 소형 공항인 포항경주공항도 안전사고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5.01.10. [email protected]


[포항=뉴시스]안병철 기자 =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이 '콘크리트 로컬라이저(방위각)'와 '버드 스트라이크' 등으로 규명되면서 소형 공항인 포항경주공항도 안전사고에 빨간불이 켜졌다.

포항경주공항은 국내 민항기가 정규 취항하는 공항 가운데 안전사고 발생 위험률이 가장 높고 콘크리트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고 활주로 길이와 종단안전구역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경주공항에는 2m 높이 둔덕 가운데 50~60㎝ 두께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박혀 있고 그 위에 로컬라이저가 세워져 있다.

또한 해안과 인접해 해무(바다안개)가 자주 발생하며 조류 충돌의 위험도 높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포항경주공항의 조류 충돌 건수는 3건으로 집계됐다.

포항경주공항은 해안에 위치하고 기후변화 등으로 철새가 증가해 항공기와 조류 간 충돌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김포공항·김해공항·제주공항과 같이 조류 탐지가 가능한 열 화상 카메라 설치 등 시설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포항경주공항의 조류 충돌 예방 인력이 2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항공기의 활주로 하강각(평균 3도)이 높아 민간 항공기가 정규 취항하는 국내 공항 중 조종사가 가장 착륙을 꺼리는 공항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항경주공항은 활주로와 종단안전구역도 짧아 사고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공항의 활주로는 길이 2134m로 지방 공항 중에서도 활주로 길이가 매우 짧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공항의 활주로 길이를 살펴보면 ▲인천공항(3750~4000m) ▲김포공항(3200∼3600m) ▲김해공항(3200m) ▲청주공항(2744m) ▲대구공항(2755m) ▲원주공항(2743m) ▲사천공항(2700m) ▲여수공항(2100m) ▲울산공항(2000m)으로 포항공항은 국내 대형 공항을 제외한 중소형 지방 공항에서도 활주로 길이가 매우 짧다. 

종단안전구역도 포항경주공항이 국내 공항 중 가장 짧은 92m로 파악됐다.

국내 공항 중 종단안전구역이 짧은 사천공항(122m), 울산공항(200m), 무안공항(199m) 보다 포항경주공항이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고시인 공항·비행장 시설의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 끝으로부터 240m를 권고하면서 최소 90m는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포항경주공항은 최소 길이보다는 길지만 권고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제항공기구는 '활주로 이탈 방지 시스템(EMAS)'을 설치할 경우 종단안전구역을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국내 공항에는 설치된 사례가 없다.

EMAS는 공항에 착륙한 항공기가 속도를 줄이지 못해 활주로를 벗어날 우려가 있을 때 동체를 붙잡아서 속도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이 시스템은 전 세계 140곳 공항에 설치돼 있고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은 종단안전구역이 300m에 달하는데도 활주로 이탈 방지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무안 공항의 경우 둔덕을 치지 않았어도 담벼락이 있어 충돌 후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무안 공항과 같은 지형을 가진 곳은 속도를 제어하는 설비 장치 등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항경주공항은 1999년 3월15일 대한항공 여객기 KE1533편이 착륙하다가 활주로를 이탈해 로컬라이저 안테나와 충돌한 사고가 있었다. 이날 여객기는 김포공항을 출발해 포항경주공항(당시 포항공항)에 착륙하다 활주로를 이탈해 로컬라이저 둔덕 구조물과 충돌한 뒤 동체가 파손됐다.

당시 사고 여객기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같이 활주로에 1차 착륙을 시도하다 실패해 2차 착륙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56명 중 153명(중상 19·경상 13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후 항공기 착륙 장애물인 인덕산 정상 90m를 절토해 60m로 낮췄다.

포항경주공항 관계자는 "공항에 설치된 로컬라이저는 국토부가 승인한 시설로 구조물에 대한 개선 공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울릉공항 조감도 (사진=울릉군 제공)

울릉공항 조감도 (사진=울릉군 제공)


2020년 착공해 오는 2027년 개항을 앞둔 울릉공항의 안전장치 도입과 활주로 확장, 조류 충돌 예방 대책 수립 등이 제기된다.

울릉공항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ATR 42 같은 소형 항공기가 많이 운항할 것으로 예상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공항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1200m인 울릉공항의 활주로 길이를 최소 1500m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상청 울릉도관측소에서 최근 5년간(2020~24년) 강수 자료에서 울릉도의 연평균 강수량은 1538㎜이며 연평균 강수일수는 144일(4~11월 중 강수일수는 연평균 85일)로 10일 중 4일이 비나 눈이 내려 활주로 길이 연장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울릉도는 섬 지역으로 조류 탐지 레이더와 감시 카메라 등 조류 충돌 방지 시스템을 도입·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울릉공항 일대가 흑비둘기, 괭이갈매기 집단 서식지로 항공기 이·착륙 시 충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울릉공항 측은 활주로 끝에서 바다까지 50m 거리로 항공기 이탈을 방지하고 속도를 강제로 줄이는 이탈 방지 시스템(EMAS)을 국내 처음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지방항공청 관계자는 "이탈 방지시스템 설치는 공항 건설 마지막 공정으로 항공기 기종, 활주로 확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치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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