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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미래는 그린란드가 결정"…트럼프 압박 속 '독립론' 힘받나

등록 2025.02.10 17:18:58수정 2025.02.10 17: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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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총선…여론조사서 '독립 찬성' 84%

트럼프 '美 편입' 압박에도 반대 압도적

'연 5억불' 덴마크 경제 의존 구조 문제

[코펜하겐=AP/뉴시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 2025.01.11.

[코펜하겐=AP/뉴시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 2025.01.11.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에서 '독립'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을 언급하며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3월 예정된 그린란드 총선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CNN은 9일(현지 시간) 보도된 '트럼프의 열의가 북극의 감정에 불을 붙인다' 제하의 기사를 통해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에서 1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그린란드 시민 쿠파누크 올슨은 "덴마크 사람들은 이누이트 원주민들을 얕잡아보고 '당신들은 우리 없이 공부도 못 하고 치료도 못 받고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올슨은 누크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게 언덕 위에 지어진 18세기 덴마크계 선교사 한스 에게데의 동상에 대해서도 "왜 그린란드 사람이 거기 있지 않나. 우리를 식민지화한 외국인을 축하할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누이트 원주민 등 대부분 독립 지지

그린란드의 총 인구 5만7000여명 가운데 이누이트 원주민들은 약 9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대체로 네덜란드로부터의 독립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28일 유로액티브 보도에 따르면 그린란드 언론 세르미치아크와 덴마크 언론 베를링스케가 1월 22~27일 그린란드 시민 4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84%가 독립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집권 세력인 좌파 민족주의 성향 '이누이트공동체장(12석)'과 사회민주주의 성향 '전진당(10석)' 연정 역시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을 지향한다.

다만 덴마크가 매년 5억 달러 규모로 지원하는 보조금에 의존하는 경제적 취약성이 걸림돌이다.

여론조사에서 독립을 지지한 84% 가운데,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거나 '경제적 불이익이 있더라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39%에 그쳐 '불이익이 있을 경우 독립을 원치 않는다(45%)'는 조건부 찬성보다 낮았다.

미국 편입 찬성 가능성은 거의 없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경제적 취약성을 공략하며 그린란드 미국 편입을 추진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현지 보도에 따르면 그린란드가 미국 편입에 찬성하고 나설 가능성 역시 거의 없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그린란드 시민의 85%는 '덴마크를 떠나 미국의 일부가 되는 것을 원하는지' 질문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찬성 응답은 6%에 그쳤다. 5개 원내정당도 모두 미국 편입에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를 찾았을 때 동행했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요르겐 보아센도 CNN에 "(미국이) 방위, 광산, 석유탐사, 무역 등 모든 면에서 그린란드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으나 '51번째 주 편입'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뉴올리언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02.10.

[뉴올리언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02.10.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에 반대하는 중도 우파 야당 '아타수트(2석)'의 아칼루 제리미야슨 대표는 CNN에 "일부 사람들은 미국 시민이 되고 싶어하지만, 대부분은 미국에 가입해 (유럽 복지 서비스) 보편적 접근권을 잃는 것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3월 11일 총선 결과가 판가름

그린란드는 오는 3월 11일 총선으로 새 의회와 정부를 구성한다. 2021년 4월 총선으로 구성된 현 의회는 좌파 민족주의 성향 '이누이트공동체당(12석)'과 사회민주주의 '전진당(10석)'이 연정을 이뤄 집권하고 있다.

총선의 향방과 차기 정부의 성패를 가를 핵심 의제는 덴마크로부터의 독립 여부와 미국 편입 논란이다. 그린란드 시민 리스베트 호이달은 "그린란드의 미래는 그린란드가 결정해야지, 다른 사람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린란드는 1721년부터 덴마크의 지배를 받다가 1979년 자치령이 됐고, 2009년 독립적 의회와 정부를 구성함으로써 실질적 자치 권한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덴마크로부터의 독립 여부도 국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다.

미국은 북대서양 한복판의 그린란드를 러시아에 견제할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로 보고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트루먼 행정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덴마크에 1억 달러를 제안하며 그린란드를 매입을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매입에는 실패했으나 그린란드 북서부에 공군 기지를 확보해 미사일 경보 거점으로 활용했다.

그린란드에 풍부하게 매장된 석유·가스, 희토류 등 천연자원도 주된 고려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그린란드 매입을 언급한 데 이어 2기 행정부에서도 편입을 압박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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