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비위' 국립광주과학관 직원·브로커들 법정공방 예고
관급 계약 '짬짜미'…뇌물 주고받은 사실 대체로 시인
"뇌물 액수·가담 정도 크지 않다" 주장하며 일부 부인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관급 계약 체결 명목으로 서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법정에 선 국립광주과학관 직원과 알선업자(브로커), 납품업자 등이 공소사실은 대체로 인정했다. 다만 뇌물 수수액과 가담 정도에 대해서는 다투겠다며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송현 부장판사)는 2일 302호 법정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국립광주과학관 전직 본부장 A(58·구속)씨 등 직원 4명과 B(51·구속)씨 등 계약 브로커 4명의 첫 재판을 열었다.
계약 체결 명목으로 과학관 직원에게 현금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납품업자들인 C(53)씨 등 3명도 함께 재판을 받았다.
A씨와 운영·시설부서 전현직 직원들은 2020년 3월부터 2023년까지 과학관 각종 발주 계약을 체결하는 대가로 브로커 B씨 등으로부터 총 1억4000만원을 받아 각기 나눠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직원들이 상급자에게 인사를 잘하는지 감시하겠다며 과학관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무단 유출·열람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브로커 B씨 등 4명은 발주 계약 체결 알선을 해주고 계약 업체로부터 수십여 차례에 걸쳐 4억6000여 만원을 받고, 과학관 직원들에게 인사비로 1억16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가구·전력장치 등 관급 계약 납품업자 3명은 과학관 직원들에게 인사비 계약 대가로서 총 256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았다.
A씨 등 과학관 직원들은 '누리집 유지관리 용역' 등 용역 계약과 '스마트 교육·전시환경 구축 물품 조달구매', '어린이체험관 관급 자재' 등 물품 납품 계약 등 과학관이 발주한 계약 70건과 관련, 사업자 선정 또는 계약 체결 대가로 인사비를 챙겨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관 직원들은 발주 계약을 맺고자 하는 관급 납품업체 측에 직접 인사비를 요구해 받아 챙기거나, 브로커를 통해 납품 업체를 물색한 뒤 업체로부터 알선료를 받은 브로커를 통해 대가성 뇌물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브로커들은 관급 자재 납품 업자 등에게 과학관 발주 계약을 따낼 수 있다며 접근, 애당초 없던 영업권한을 넘겨 받은 뒤 과학관 직원들에게 뇌물을 건네고 계약을 따내는 등 비위에 적극 나섰다.
계약 업체나 브로커를 물색하거나 인사비 금액을 조율하는 역할, 계약 사업자 선정 역할, 인사비를 받고 분배하는 역할 등 분업화한 형태로 조직적인 뇌물 수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검찰은 봤다.
이날 재판에서 A씨 측 법률 대리인은 "공소사실 일부는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뇌물 수수 액수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과학관 직원들도 뇌물 비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당시 지위 등에 비춰 '단순 전달자'에 불과해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다", "전체 뇌물 수수액의 일부만 받았다" 등의 취지로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관련 혐의는 모두 인정했다.
브로커들인 B씨 등도 대체적인 사실 관계는 시인했다. 다만 "계약 70여 건의 각 품목 별로 구체적인 뇌물 액수에 대해서는 살펴봐야 한다", "정상적인 영업 활동의 대가였다"며 일부 혐의는 다퉈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C씨 등 납품업자 등은 일부는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당시 계약을 따내려는 입장에서 뇌물 요구에 응하지 않기 어려웠다"고 했다. 일부는 다음 재판에서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과학관 직원 중 1명이 선임한 법률대리인과 재판부 일원의 과거 근무경력이 겹쳐 '재판부 재배당 사유'가 발생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우선 해당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인부 등 심리 절차는 우선 분리, 재판부를 재배당할 지 등을 내부 검토키로 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고발장을 접수받아 수사에 나서 조직적인 공공 용역·납품 계약을 둘러싼 뇌물 비위를 규명했다. A씨 등 11명은 정식 재판에 기소하고 납품업자 1명에 대해서는 약식재판을 청구했다.
또 과학관 직원들이 취득한 범죄 수익 1억4000여 만원과 브로커들의 범죄 수익 3억1800만원을 전액 추징 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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