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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 앞둔 마늘밭 내줬어요"…의성 주민들, 산불이재민 임시주택 부지 제공

등록 2025.04.07 19:04:30수정 2025.04.07 1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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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창운 전 국장, 1900여㎡ 밭 부지 제공

마성환 이장, 이재민 위해 마늘 수확 포기

 [의성=뉴시스] 의성군 단촌면 하화리 한 마늘밭에서 7일 산불피해 이재민 임시숙소를 짓기 위한 부지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2025.04.07. (사진=독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의성=뉴시스] 의성군 단촌면 하화리 한 마늘밭에서 7일 산불피해 이재민 임시숙소를 짓기 위한 부지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2025.04.07. (사진=독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의성=뉴시스] 김진호 기자 = "이번 산불로 많은 집들이 불탔습니다.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마을 가까운 곳에 조립식 건물 17채를 지어야 하는데 마땅한 터가 없어요. 고심 끝에 마늘밭을 내놓았습니다."

경북 의성군 단촌면 하화리에서 지난달 발생한 대형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임시거주할 조립식 주택 부지로 마늘밭을 내놓은 주민들이 있어 화제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마창운(65) 전 의성군 관광경제농업국장과 마성환(55) 이장.

하화리는 지난달 22일 의성 안평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되면서 의성군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마을이다.

주택 80여 동 가운데 29동이 불탔다. 창고와 축사 등을 합하면 모두 57동이 전소됐다. 마을 내 주택 중 20여 동은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었지만 하루 아침에 이재민이 27명이나 발생했다.



군은 당장 임시주택 17동을 짓기 위해 마을 근처에 부지를 물색했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이 같은 사정을 접한 마 전 국장이 나섰다. 1900여㎡(약 600평) 규모인 자신의 마늘밭을 기꺼이 내놓았다.

문제는 이 밭이 지난해 10월께 마 이장에게 빌려준 곳이었다. 마 이장은 마 전 국장으로부터 임대한 밭에 마늘을 심어 수확을 2개월여 남겨 놓은 상태였다.

"마성환 이장이 동의해 주지 않았다면 어려웠지요. 사정을 얘기했더니 기꺼이 그렇게 하자면서 동의해 줬기에 부지를 제공할 수 있었어요. 모두 마성환 이장 덕택입니다."

마 전 국장은 화마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 다음날 마성환 이장을 찾아가 이 문제를 상의했다. 마 전 국장으로부터 사정을 전해들은 마 이장은 흔쾌히 마늘수확을 포기했다.

 [의성=뉴시스] 의성군 단촌면 하화리 한 마늘밭에서 4일 산불피해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주택 부지 조성을 위해 풋마늘을 수확하고 있다. 20245.04.07. (사진=독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의성=뉴시스] 의성군 단촌면 하화리 한 마늘밭에서 4일 산불피해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주택 부지 조성을 위해 풋마늘을 수확하고 있다. 20245.04.07. (사진=독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가을 마늘을 심느라 재료비와 인건비 등 많은 비용이 투입됐다. 2개월 후 마늘을 수확하면 목돈을 만질 수 있지만 이를 감수하고 임시주택 부지로 제공하는데 동의했다.

해당 부지에서는 지난 4일 봄 볕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던 풋마늘을 서둘러 캤다. 이렇게 캔 풋마늘은 반찬으로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마을 주민들에게 나눠 줬다.

7일 오전부터는 마늘밭에서 임시주택 부지조성 공사가 시작됐다. 다소 지대가 낮은 마늘밭에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트럭이 오가면서 흙을 채웠다.

군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이재민들이 거주할 임시주택이 들어설 땅을 물색해 기꺼이 내놓고, 집을 잃은 주민들과 아픔을 함께하는 모습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재민들과 주민들이 아픔을 딛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1리에서 성묘객 실화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의성에서는 산불진화에 나섰던 헬기 기장 1명을 비롯해 모두 2명이 숨졌다.

임야 1만2821㏊와 주택 296호가 소실됐다. 농작물 1907㏊, 농업시설 92개소, 가축 8266마리, 축사시설 37동, 농기계 970대, 문화재 3개소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kjh932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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