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멀티레이블 실패…카카오엔터, 예견된 매각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출범 4년 만에 매물로 나올 전망이다. 2021년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합병, 여러 엔터·제작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부풀렸지만 기업공개(IPO)에 실패했다. 멀티레이블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고, 2023년 카카오TV 콘텐츠 제작·서비스도 종료했다. 제작사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논란과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주가 조작 관여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등 악재가 겹쳤다. 한때 기업가치 20조원을 기대했으나, 지금은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고 있다. 외형 확장에만 치중,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최근 카카오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카카오엔터 주요 주주들에 서한을 보내 경영권 매각 의사를 밝혔다. "카카오 그룹 기업가치 제고와 카카오엔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주주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지만, 매각 논의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2000억원 투자 받았을 때 기업가치 약 11조원으로 평가 받았으나, 지금 몸값은 반값 수준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인수자 찾기 난항이 예상된다.
카카오엔터가 실적이 안 좋은 자회사를 하나씩 정리하면서 매각설이 불거졌다. 자회사 적자 규모가 커져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올해 2월 그룹 '에이핑크' 정은지 소속사 IST엔터테인먼트와 웹툰·웹소설 제작사 넥스트레벨스튜디오를 팔았다. 그룹 'QWER' 소속사 쓰리와이코프레이션 지분 50.07%를 매각했고, 올해 안에 잔여 지분도 팔 계획이다. 2월 말께부터 카카오엔터 직원들은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본사로 출근하고 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침"이라고 했으나, 당시 '긴축 정책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았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매출 1조8128억원, 영업이익 806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2590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안테나, BH엔터테인먼트와 매니지먼트 숲, 제이와이드, 어썸이엔티, VAST엔터테인먼트 등 지난해 말 기준 자회사 40여 개를 거느리고 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당시 대표와 소속 가수·배우만 돈을 벌 뿐, '결국 카카오엔터는 손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컸다. 카카오TV는 미드폼 특화 OTT를 지향했지만, 독립 플랫폼으로서 한계를 드러냈다. 자체 제작한 드라마·예능도 기대이하 성적을 거뒀고, 레이블 소속 배우·가수 활용도 미비했다. 결국 론칭 2년6개월만에 퇴장, 넷플릭스에 의존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아이브(왼쪽부터 레이, 가을, 장원영, 안유진, 이서, 리즈)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세 번째 미니 앨범 '아이브 엠파시(IVE EMPATHY)'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03.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2/03/NISI20250203_0020680674_web.jpg?rnd=20250203145115)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아이브(왼쪽부터 레이, 가을, 장원영, 안유진, 이서, 리즈)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세 번째 미니 앨범 '아이브 엠파시(IVE EMPATHY)'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03. jini@newsis.com
레이블 중 스타쉽 성과가 가장 도드라졌다. 그룹 '아이브'가 대박 나면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평가 받았다. 카카오엔터 상장에 먹구름이 끼면서 '지분을 판 걸 후회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카카오 계열사 쪼개기 상장 논란이 확산 돼 정치권 제재 움직임이 커졌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몸 사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카카오가 문어발식 확장으로 빠르게 성장, 새 정권 들어서도 제재가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카카오엔터보다 스타쉽 상장이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아이브 데뷔 3년 만에 걸그룹 '키키'를 선보였고, 남자 아이돌 데뷔도 앞두고 있는 만큼 몸값 올리기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논란도 발목을 잡았다.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준호 전 카카오 투자전략부문장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배임증재 및 수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이 전 부문장 부탁을 받고 바람픽쳐스 인수 대금을 부풀려 카카오엔터에 손해를 끼쳤다고 봤다. 바람픽쳐스는 2017년 설립 후 매출이 없었지만, 카카오엔터가 2020년 400억원에 사들였다. 바람픽쳐스는 이 전 부문장이 실소유주이며, 부인인 탤런트 윤정희도 투자했다. 이 전 부문장은 스타 작가 김수현의 옛 사위로, 업계에서 신뢰를 받으며 영향력을 키워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가 SM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지시·공모한 혐의로 기소 돼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김 창업자는 건강상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신아 단독 의장 체재로 전환 후 비핵심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 관계자는 "카카오엔터 레이블 중 스타쉽을 제외하면 수익성이 높은 회사가 거의 없다. 대부분 매출을 잡는 용도"라며 "배우 매니지먼트사는 가수 기획사에 비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3대 가요 기획사 SM·JYP·YG도 연기자 사업을 접지 않았느냐. 드라마·영화 시장이 침체되면서 제작사도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바람픽쳐스뿐만 아니라 카카오엔터 레이블 대부분 웃돈을 주고 사들였는데, IPO가 실패해 후폭풍이 컸다"며 "제값 받기가 어려워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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