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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최민정 "1년 휴식은 터닝포인트…올림픽까지 앞만 보고 달린다"[인터뷰]

등록 2025.04.15 08:00:00수정 2025.04.15 09: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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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휴식 후 돌아와 2024~2025시즌 에이스 면모 과시

올해 세계선수권 금메달로 3회 연속 올림픽 출전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14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올림픽 메달을 들고 촬영하고 있다. 2025.04.15.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14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올림픽 메달을 들고 촬영하고 있다. 2025.04.15. kgb@newsis.com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2023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잠시 태극마크를 반납했던 최민정(성남시청)은 1년 휴식 후 대표팀에 복귀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빙판 위에서도, 경기장 밖에서도 감정 표현이 그리 많지 않던 최민정은 이전보다 잘 웃었다. 말투에서도 한층 여유가 느껴졌다.



'터닝 포인트'가 된 1년의 시간을 보낸 후에도 기량은 여전했다.

2024~202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대표팀에 복귀한 최민정은 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1~6차 대회 개인전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올해 2월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500m, 1000m, 혼성 2000m 계주 금메달을 따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3관왕에 등극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여자 1500m 금메달을 수확해 2025~2026시즌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권도 확보했다.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는 최민정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휴식하고 돌아온 이후에는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며 "내년 동계올림픽이 마지막이 될 것처럼 준비하고 있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한계 다다랐다는 생각에 휴식 결정…제대로 된 선택이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14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15.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14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15. kgb@newsis.com

최민정은 2023년 4월 2023~2024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갑자기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오랜 고민 끝에 쉼표를 찍기로 했다.

최민정은 "원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마친 뒤 쉬고 싶었다. 그런데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가 서울에서 열릴 계획이었고, 홈 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 그러지 못했다"며 "그래서 대표팀 생활을 이어갔는데, 여러가지도 벅차더라"고 말했다.

2022~2023시즌을 치르며 스스로 지쳤다고 느꼈다. 국가대표 생활을 해오면서 두 번째 고비였다는 것이 최민정의 말이다.

최민정은 "대회 전이나 훈련 전에 스케이트화 끈을 묶는데 숨이 턱턱 막히더라.  뭔가에 짓눌리는 느낌이었다"며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우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노력한 만큼 경기력이 쉽게 올라오지 않았다. 슬럼프였던 것 같다"고 말한 최민정은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직후가 가장 슬럼프가 컸던 시기였다. 2022~2023시즌을 마친 뒤가 두 번째 고비였다"고 설명했다.

2017년 첫 고비를 돌파할 때에는 훈련에 더욱 몰두했다. "당시 어렸고,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모르겠더라. 주변 선생님들께 도움과 조언을 구했다"며 "훈련량을 많이 늘렸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하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 고비를 넘는 방법은 '휴식'이었다. 첫 번째 고비를 넘을 때와 정반대의 방식을 택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14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올림픽 메달을 들고 촬영하고 있다. 2025.04.15.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14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올림픽 메달을 들고 촬영하고 있다. 2025.04.15. kgb@newsis.com

물론 1년 휴식을 결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최민정은 "쉬었다가 다시 대표팀에 못 돌아올까봐 걱정이 컸다"고 말한 최민정은 "대표 선발전 참가 신청 마지막 날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당시 주변에서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쉬는 것을 응원해줘서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1년의 시간 동안 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한편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한 훈련은 계속해서 이어갔다. 시즌을 치르면서 쉽게 할 수 없는 시도도 많이 했다.

최민정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 같은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오래 신어서 같은 브랜드의 새 스케이트화로 교체했다. 다른 부츠도 시도했는데 안 맞더라"며 "날도 원래 타던 브랜드에서 신형 날을 출시해 타봤다"고 전했다.

"운동 방법에도 변화를 줬다"고 말한 최민정은 "최대한 부상 위험을 낮추면서 효율적으로 훈련하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웜업도 더 착실히 하고, 근지구력을 늘리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 강도도 높였다"고 했다.

최민정은 휴식기 동안 과거를 많이 돌아봤다고 했다.

"아무래도 쉬면서 시간이 많아지고, 소속팀에서 어린 선수들과 훈련하니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보게 됐다"고 말한 최민정은 "그간의 훈련 과정과 이뤘던 것을 많이 떠올렸다. 생각을 정리하면서 힘들었을 때도, 좋았을 때도 돌아봤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14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15.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14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15. kgb@newsis.com

1년의 휴식은 최민정이 또다시 질주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압박감에 짓눌리던 그가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최민정은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향한 나의 계획의 일부였다. 제대로 된 선택이었고, '터닝 포인트'가 됐다"며 "뒤를 자꾸 돌아보다보니 과거에 묶여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좋았던 것에 취해있고, 힘들었던 것에 머물러 있을 것 같았다. 복귀하고 나서는 앞만 보고 달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쉬면서 여유가 생겼다. 원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고, 그렇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유가 생기다 보니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다른 선수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좋아진다. 내가 표현하면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후배 길리와 함께 나가는 올림픽…마지막인 것처럼 준비"

2014년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직후 단숨에 여자부 에이스로 올라선 최민정은 두 차례 올림픽 무대에 나서 5개의 메달을 땄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1500m, 3000m 계주 금메달을 획득해 2관왕에 등극했고,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선 1500m 2연패를 이루는 동시에 1000m 은메달, 3000m 게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 1500m 우승으로 3회 연속 올림픽에 나서는 최민정은 다시 한 번 '금빛 질주'를 노린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14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15.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14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4.15. kgb@newsis.com

최민정은 "쇼트트랙을 처음 시작했을 때 올림픽을 3번이나 나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겨울방학 특강으로 쇼트트랙을 시작했는데 특강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며 웃었다.

만 20세에 나선 평창 동계올림픽을 떠올린 최민정은 "당시 너무 어렸고, 아무것도 몰랐다. 겁없이 해서 금메달을 2개나 딸 수 있었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는 힘들어서 버티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 때 올림픽에서 딴 메달을 가져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최민정은 오랜만에 메달을 꺼내봤다고 했다.

최민정은 "세계선수권 메달은 액자에 넣어 보관하는데 올림픽 메달은 케이스도 따로 있고 무거워서 액자에 넣기가 힘들다. 그래서 케이스에 담아 메달 수납장에 넣어놨다"며 "오랜만에 꺼내봤는데 당시 경기를 떠올리지는 않았다. 추억에 젖어있으면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안 된다. 다만 메달을 다시 보면서 동기부여가 됐다"고 전했다.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절친한 후배 김길리(성남시청)과 함께 해 더욱 의미가 있다.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해 2025~2026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른 김길리는 종합 우승을 차지해 태극마크를 확보했다.

최민정은 "좋아하는 후배와 함께 나갈 수 있어서 기쁘다. (김)길리와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 나는 길리의 시원시원한 성격이나 패기를 보면서 배운다. 길리를 보면서 나도 어릴 때 더 과감하게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올림픽까지 과정을 함께하게 돼 좋다"고 기대했다.

김길리는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가 첫 올림픽 출전이다. 최민정은 "긴장하지 않고 하던대로 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14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올림픽 메달을 들고 촬영하고 있다. 2025.04.15.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14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올림픽 메달을 들고 촬영하고 있다. 2025.04.15. kgb@newsis.com

최민정은 내년 동계올림픽에서도 1500m 금메달을 따면 3연패를 달성한다. 남녀를 통틀어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단일 종목 3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는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3연패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며 "지금까지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가장 욕심나는 종목에 대해 묻자 최민정은 "500m는 계속 욕심을 내는 종목이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서 희망을 봤고, 동기부여가 됐다"며 "500m, 1000m, 1500m가 각기 다른 의미가 있다. 1500m는 지켜야하고, 500m와 1000m에서는 도전자다"고 설명했다.

감정 표현이 풍부해진 최민정에게 '밀라노에서는 화려한 세리머니를 기대해도 되나'라고 묻자 "경기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세리머니에 대한 고민은 뒤로 미뤄놓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1998년생인 최민정은 벌써 만 27세다. 쇼트트랙 여자 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다.

최민정은 "선수 생활 마무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마치고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한 뒤 "워낙 힘든 일이 많아서 멀리 보기 어려웠고, 힘든 시즌을 버텨낸 뒤 좋은 날이 오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전했다.

그는 "일단은 밀라노까지 보고 준비했으니 잘 마무리하고 싶다. 평창,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마지막이 될 것처럼 준비하고 있다"며 "다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생각이 계속 바뀌니 결정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세계적으로 선수들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 한국도 마냥 금메달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최민정은 철저하게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최민정은 "외국 선수들이 힘으로 스케이팅을 했는데 기술도 좋아졌다. 우리도 외국 선수들과 경쟁하려면 힘을 키우고 체격도 좋아져야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층 강도 높게 하는 이유"라며 "쉽지 않지만 잘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3번째 올림픽인 만큼 경험과 여유를 살려 경기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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