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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서 '명예살인' 반대 시위 격화...아버지가 14세 딸 살해

등록 2020.05.28 10: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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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니 "수년째 의회서 처리 지연 금지법 조속 채택"

"명예살인이란 말 자체가 잘못…단순한 살인일 뿐"

[테헤란(이란)=AP/뉴시스]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 새 의회 회기 첫날인 27일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신보다 20살이나 많은 남성과 사랑의 도피를 벌인 딸을 잡아와 낫으로 목을 잘라 죽인 이른바 명예살인 사건에 대한 비난이 전국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로하니 대통령은 명예살인을 금지하는 법안을 조속히 채택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5.28

[테헤란(이란)=AP/뉴시스]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 새 의회 회기 첫날인 27일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신보다 20살이나 많은 남성과 사랑의 도피를 벌인 딸을 잡아와 낫으로 목을 잘라 죽인 이른바 명예살인 사건에 대한 비난이 전국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로하니 대통령은 명예살인을 금지하는 법안을 조속히 채택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5.28

[테헤란(이란)=AP/뉴시스] 유세진 기자 = 이란에서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인 십대 딸을 아버지가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던지고 있다. 가문의 명예를 명목으로 한 이른바 '명예살인'에  반대하는 시위가 현지에서 거세게 벌어지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21일이다. 레자 아슈라피라는 이름의 남성이 수도 테헤란에서 북서쪽으로 약 320㎞ 떨어진 탈레쉬에서 14살 된 딸 로미나가 잠든 사이 낫으로 딸을 살해한 것. 로미나는 바함 카바리라는 34살의 남성과 사랑에 빠져 함께 도망쳤다가 붙잡혀 왔다.

이란 등 중동의 전통 사회에서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남성보다는 함께 도주한 여성이 가족의 명예를 더헙혔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로미나는 집을 떠난 지 5일만에 발견돼 아버지에 의해 집으로 끌려왔다. 그녀는 경찰에 아버지의 폭력이 두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언론들은 27일(현지시간) 이 기사를 크게 다루며 명예살인을 비난했다. 이란 소셜미디어에도 로미나가 처참하게 살해된 것과 관련 명예살인이란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이며 단순한 살인일 뿐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란 의회에는 이미 수년 전 명예살인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란의 다양한 의사결정 기구 사이에서 수년 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7일 내각에 명예살인을 금지하는 법률을 서둘러 도입할 것을 촉구하면서 관련 법안을 조속한 채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언론들이 종종 명예살인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보도하고 있음에도 이란에서는 명예살인에 대한 데이터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란 여성들의 평균 결혼 연령은 23세지만 이란 법에 따르면 13세이 넘으면 결혼할 수 있다. 사랑과 결혼에 관한 보수적인 이슬람 규범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이란 여성이나 소녀들이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살해당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란 사법부는 특별재판부를 구성해 로미나 사건을 다루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이란 법률에 따르면 로미나의 아버지 레자 아슈라피는 최고 1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란의 가정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마수메 에브테카르 부통령은 그러나 더 가혹한 처벌을 가능하게 해주는 법안이 곧 최종 승인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인권담당 보좌관 샤나즈 사자디는 27일 집이 어린이와 여성에게 안전한 곳이라는 생각을 고쳐야 한다며 여성에게 일어나는 범죄는 사회보다 가정 내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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