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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실종자' 40대 남성의 염세적 이야기…'세로토닌'

등록 2020.07.14 14: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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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세로토닌 (사진=문학동네 제공) 2020.07.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세로토닌 (사진=문학동네 제공) 2020.07.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40대 플로랑클로드 라브루스트는 농업대학 졸업 후 농업 관련 기업과 국가기관을 거쳐  프랑스 농산부에서 농업전문가로 일했다. 위촉직 공무원인 그는 고학력에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중산층 이상의 사회계층에 속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독한 권태와 무기력이 그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TV에서 '자발적 실종자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그는 돌연 세상에서 자신의 과거 흔적을 지우기로 마음먹는다.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의 최신작인 '세로토닌'은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해낸 현대인의 우울의 메커니즘이 담겼다. 이 소설은 2018년 말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노란 조끼 운동’의 과격화를 예견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큰 화제가 되었다.

지독한 권태와 무력감에 인생을 좀먹히고 ‘자발적 실종자’가 되기로 결심한 사십대 남성의 이야기다. 시니컬하고 염세적이며 사랑과 섹스에 실패하고 절망한 인물이다.

화자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여성과 동성애자를 향한 혐오를 드러내며, 담배를 피우기 위해 호텔의 흡연감지기쯤은 아무런 도덕적 거리낌 없이 부숴버리거나 아파트의 분리수거 시스템을 무시하는 등 시민정신을 위반하는 행위로 우쭐한 기분을 만끽하는 이 시대의 졸렬한 ‘빌런'으로 그려진다.

또한 소아성애를 하는 독일인, 항우울제를 처방받으러 온 주인공에게 매춘 관광을 권하는 일반의 등 다양한 악당들도 등장한다. 우엘벡은 불법 포르노 동영상, 소아성애, 동성애 혐오 등 시대를 관통하는 민감하고 추악한 단편들을 작품 곳곳에 포착해내고 투명하게 비춰내 일, 성취, 사랑, 섹스, 음식등 '당신의 세로토닌은 안녕한가요?'라고 묻는다.

"살아야 할 이유처럼 욕망도(그런데 이 두 가지는 같은 것일까? 나로서는 의견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어려운 주제였다) 말라버린 채, 나는 수용할 수 있는 만큼의 절망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절망한 상태로 살아갈 수 있고,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으며, 이따금 한순간 희망의 바람에 실려가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자문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런 질문을 던지고는 이내 부정으로 대답하고, 그럼에도 끈질기게 버티는 것이다. 실로 뭉클한 광경이다."(pp.275~276)

 이 소설은 프랑스 출간즉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일주일만에 32만부가 판매됐다. 장소미 옮김, 416쪽, 문학동네, 1만55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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