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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싹 바꿨다'…한종희·경계현 2인 체제로 전환

등록 2021.12.08 0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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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문 수장 전원 교체…안정 대신 '미래 준비'

전문가 경영 시동…체질개선·시너지 등 경영 화두

후속 임원인사 임박…'CEO 후보군' 무한 경쟁 시대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중동 지역 출장길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21.12.06.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중동 지역 출장길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21.12.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사상 최대 매출 달성 전망에도 사업부문의 수장 3인을 모두 갈아 치우는 등 세대 교체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 직후 "시장의 냉혹한 현실에 마음이 무겁다"고 언급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애초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 방향은 안정 기조로 흐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이 부회장의 이 발언 이후 파격 인사로 급선회했다. 연공 서열 파괴 등 성과주의 인재 등용을 잇달아 강조한 최근 인사제도 개편도 '미래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삼성전자의 초조함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 사장단 인사를 통해 올해 3월 재선임된 반도체(DS),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등 부문장 겸 대표이사 3인이 모두 교체됐다. 지난 2018년 3월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대표이사로 구성된 '삼두'(三頭) 체제가 가동된 지 3년여 만이다.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경계현 사장 '투 톱' 체제 운영

조직 구성도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완제품 생산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생산으로 이원화된다. 완제품 사업이 다시 합쳐진 것은 지난 2011년 12월 DMC(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부문 폐지 이후 10년 만이다.

사업 부문 각 대표의 가장 큰 특징은 전문가라는 점이다.

CE·IM을 통합한 세트(SET) 부문은 한종희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사장은 이날 부회장으로 승진해 이끌게 됐다.

한 부회장은 지난 1988년 삼성전자 VD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한 이후 TV 개발에만 전념해 온 전문가다. 그는 VD사업부장을 맡아 TV사업 15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한 부회장은 승진과 함께 세트사업 전체를 맡아 사업부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책임진다.

새로운 수장을 맞아 통합 사업 부문은 특히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해 TV, 가전, 모바일을 모두 하나로 연결하는 스마트 홈 기술 '팀 삼성(Team Samsung)'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또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반도체 공급 병목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등장한 공급망 위기 상황에 대응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성 강화 전략도 기대된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올해 3분기 기준 63.6%)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은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에 맡겼다.

경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플래시설계팀장, 플래시개발실장,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맡아온 메모리 반도체 전문가다. 그동안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이 업계 1위를 지켜오는 데 기여한 '초격차' 전략(후발업체가 넘볼 수 없을 정도의 투자를 통해 기술력과 점유율 격차를 벌려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한다)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2년간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으며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기술 경쟁력을 끌어 올리며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경연성회로기판(RFPCB) 등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과감하게 접은 것이나, 애플이나 샤오미 같은 글로벌 공급처를 확보해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등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등의 성과로 친정 복귀에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나와 계열사로 갔다가 다시 복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이와 함께 안정적인 사업지원과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간 시너지 발굴 등 미래 준비라는 중책을 맡아온 정현호 사업지원TF 팀장도 이날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모든 콘트롤타워 조직을 거친 전략·기획통으로, 삼성전자는 승진 배경으로 미래사업 발굴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정보다 인적 쇄신…후속 임원인사도 큰 폭 세대교체 불가피 전망

삼성전자는 조만간 부사장 이하 2022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의 경우 12월2일 사장단 인사 발표 후 4일 임원 인사, 11일 추가 보직 인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르면 이번 주 중, 늦어도 내주께는 임원인사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곧바로 최고경영자(CEO)에 투입할 수 있는 부사장 직급의 인재 풀이 두터워진다.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새 인사제도는 부사장과 전무 직급을 모두 '부사장'으로 통합했다. 이번 삼성전자가 사장단 인사에서 "주요사업의 성장과 회사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부사장들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성과주의 인사를 실현했다"고 밝힌 만큼 성과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다.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삼성전자 임원 중 부사장은 67명, 전무는 129명이다.

또 삼성전자가 '직급별 표준 체류 기간'을 전격 폐지해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3040의 초고속 승진 가능성을 열어 준 만큼 30대 임원이나 40대 사장 탄생 가능성도 주목된다. 그만큼 세대 교체의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임원 인사가 끝나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도 사업 전략 수립에 들어간다.

글로벌전략회의는 사업부문장 주재로 열리는 전사 차원 정례회의다. 통상 사업부문장과 해외법인장 등 400여 명이 수원, 기흥 사업장 등에 모여 2~3일간 마라톤 회의를 이어가는 것이 관례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회의로 전환됐다. 올해도 온라인에서 개최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5년만에 미국을 찾아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잇따라 만나 협력 강화 및 미래사업 전략 등을 논의하며 글로벌 경영 행보를 재개한 데 이어, 최근 중동 지역을 방문해 신 시장 개척에도 진력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출장을 통해 바이오, 차세대 이동통신, 메타버스, AI 등 혁신 기술을 통한 '미래 준비'에 본격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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