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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제 가장 노릇 잘 할게요"…눈물의 순직 해경 영결식

등록 2022.04.12 11:50:11수정 2022.04.12 12: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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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정두환 경감·차주일 경사·황현준 경사 해경 합동영결식

유족, 동료해경, 정봉훈 해양경찰청장, 윤성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 등 참배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해양경찰관 3명의 합동 영결식이 열린 1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강서실내체육관에서 운구행렬이 입장하고 있다. 2022.04.12.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해양경찰관 3명의 합동 영결식이 열린 1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강서실내체육관에서 운구행렬이 입장하고 있다. 2022.04.12.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이동민 권태완 기자 = "아빠 못 지켜줘서 미안해. 우리 가족 위해줘서 고마워. 누구보다 사랑해. 이제 내가 가장 노릇 착실히 할게."

고 정두환 경감의 아들 기훈 군은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낸 슬픔을 눈물로 달래며 고별사를 묵묵히 읽어 나갔다.

헬기(S-92) 추락사고로 순직한 해양경찰관 3명의 합동 영결식이 12일 오전 부산 강서실내체육관에서 해양경찰장(葬)으로 엄수됐다.

순직한 해양경찰관은 사고 헬기 부기장인 고 정두환(50) 경감과 정비사 고 차주일(42) 경사, 전탐사 고 황현준(27) 경사이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가족, 동료 해경, 장례집행위원장인 윤성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 등 290여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묵념과 약력 보고, 임명장·훈장 추서, 대통령 조전, 조사, 고별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해양경찰관 3명의 합동 영결식이 열린 1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강서실내체육관에서 운구행렬이 이동하고 있다. 2022.04.12.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해양경찰관 3명의 합동 영결식이 열린 1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강서실내체육관에서 운구행렬이 이동하고 있다. 2022.04.12. [email protected]


이날 오전 9시 50분께 운구를 위해 대기 중이던 동료들은 예(禮)를 다해 고인을 맞이했다. 운구행렬을 따라 영결식장에 들어선 유족들은 넋을 놓은 채 태극기에 감싸인 관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내딛었다. 유족들의 두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운구행렬이 이어지는 동안 참석자들은 여기저기서 훌쩍이거나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였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대신 읽은 대통령 조전을 통해 "슬픔에 잠겨 있을 가족과 동료 해양경찰청 직원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이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며 애도를 표했다.  

윤성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조사를 통해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를 건너 구조 현장으로 달려가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가슴속에 새기려 한다"면서 "비통함과 슬픔으로 가슴이 무너졌을 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청장은 "지휘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선배이자 동료로서 숭고한 정신을 보여준 고인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바친다"면서 "이제 세 분은 우리 곁에 없지만 그 분들이 남겨주신 열정과 사명, 그리고 숭고한 희생정신은 우리의 가슴속에 긍지로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고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고 정두환 경감의 아들인 기훈 군은 고별사를 통해 생전 아버지의 모습에 대한 존경심과 고마움을 표했다. 정 씨는 "생전 아버지는 친근한 친구같았다"고 회상하면서 "'안 힘드나', '보고싶다'고 말하는 전화 한번 해본 적이 없는 제가 너무 부끄럽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기훈 군은 눈물을 머금은 목소리로 "아빠 없으면 내가 가장이라고 누누이 말했잖아요. 잘 지켜봐 주세요"라면서 "못하면 못 하는대로 잘하면 잘 하는대로 가장 노릇 착실히 할 거에요"라고 말했다.

동료 대표로 나선 남해해경청 항공단 강병찬 경장은 "헬기 소음속에서 손짓으로 나누던 우리가 지금 이 순간 가장 낯설은 방식으로 마주해 황망한 마음이다"면서 "남겨진 유족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고별사에 내빈석에 앉아있던 해경 동료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감싸 안으며 흐느끼는 동료들의 모습도 보였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해양경찰관 3명의 합동 영결식이 열린 1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강서실내체육관에서 운구행렬이 입장하고 있다. 2022.04.12.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해양경찰관 3명의 합동 영결식이 열린 1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강서실내체육관에서 운구행렬이 입장하고 있다. 2022.04.12. [email protected]


이어진 헌화식에서 영정사진 앞에 선 유족들은 흰 꽃을 한 송이씩 들고 이들을 바라보았다.

영전에는 해경 정모와 함께 1계급 특진 추서, 옥조근정훈장이 세워졌다.

영정사진을 바라보면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를 부둥켜안은 동료들의 모습도 보였다.

내빈석에 앉은 이들도 옷깃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동료 해경들은 경례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운구행렬을 따라 밖으로 나온 참석자들은 운구차량이 사라질 때까지 말없이 자리를 지켰다.

운구차량은 국립대전현충원에 도착한 후 이날 오후 6시 현충원 경찰 묘역에서 안장식이 거행된다. 안장식은 이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S-92 헬기는 지난 8일 오전 1시 32분께 대만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예인선 '교토 1호'의 수색·구조를 위해 급파된 해경 경비함정 3012함에 중앙해양특수구조단원 6명과 장비를 이송한 뒤 함정에서 이륙한 지 30~40초 만에 제주 마라도 남서쪽 약 370㎞ 해상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정 경감 등 3명이 순직하고, 기장 최모(46) 경감이 중상을 입고 제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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