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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포럼 참가자들, 식량 무기화 러시아 비난 한 목소리

등록 2022.05.25 10: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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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항구 봉쇄로 곡물 수출 차단

곡물·트랙터 훔치고 밭에 지뢰 매설

팬데믹·가뭄으로 이미 어려움에 빠진

세계 식량공급망 위기 크게 가중시켜

[서울=뉴시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3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식량가격지수는 전월(141.4p) 대비 12.6% 상승한 159.3p를 기록했다. 관련 지수를 발표한 1996년 이후 최대치로,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곡물 가격지수는 전월(145.3p)보다 17.1% 상승한 170.1p, 유지류는 전월(201.7p)보다 23.2% 오른 248.6p로 집계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3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식량가격지수는 전월(141.4p) 대비 12.6% 상승한 159.3p를 기록했다. 관련 지수를 발표한 1996년 이후 최대치로,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곡물 가격지수는 전월(145.3p)보다 17.1% 상승한 170.1p, 유지류는 전월(201.7p)보다 23.2% 오른 248.6p로 집계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생산 및 수출이 차단되면서 세계 식량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식량을 새로운 무기로 삼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세계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가 수출하지 못하고 있는 2000만t의 곡물을 반출할 것을 촉구했다. 곡물 수출이 계속 어려울 경우 일부 국가에서 기아현상이 확대하고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다. 식량 위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으킨 가장 심각한 전세계적 부작용이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발언자들마다 식량 위기를 대재앙으로 표현하고 있다.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대표는 현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면서 "최악 중 최악"이라고 묘사했다. "전세계에 기근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이미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세계 식량 공급상황에 더해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흑해 등의 항구들을 봉쇄해 옥수수, 밀, 해바라기씨, 보리, 귀리 등을 실은 화물선 출항을 막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최대 곡창지를 점령해 곡물 생산과 수출 인프라를 파괴하고 있으며 농지를 폭파하고 있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다보스에 모인 전세계 지도자들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과 생산장비를 몰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아가 (우크라이나보다 더 많은 곡물을 수출해온) 러시아가 자체 생산 곡물 수출을 비축해가며 위협해가며 전세계 곡물가격이 오르도록 하거나 밀을 자신에 대한 해외의 정치적 지지를 끌어내는데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아프리카 등지의 기아로 난민이 유럽으로 몰리면 EU의 단합을 해치고 외국인을 배척하는 민족주의가 득세한 2015-16년의 난민 러시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세계 곡물 거래량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몇년새 매달 약 350만t의 곡물을 수출해왔다. 지난 3월 수출 물량은 30만t으로 급감했으나 다시 일부 늘어나 4월에는 100만t을 수출했고 5월에는 150만t달할 것으로 우크라이나 농업단체장이 밝혔다.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흑해 봉쇄로 옥수수 1400만t, 밀 700만t, 해바라기씨 300만t을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을 훔쳐 러시아산으로 위장한 뒤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서방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곡물을 반출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여러 나라가 합동으로 전함을 흑해로 보내 곡물을 실은 우크라이나 화물선을 호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러시아 함정과 직접 교전하는 위험 때문에 NATO 회원국이 아닌 나라들이 호위에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와 관련 옌스 스톨텐베르크 NATO 사무총장은 흑해 봉쇄를 돌파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육로를 통해 유럽으로 곡물을 반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육로 반출량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육로 수송은 해상 운송 만큼 대규모로 이뤄지기 어렵다. 유럽 동부 철도는 나라마다 궤도가 달라 장거리를 운항할 경우 여러번 기차 바퀴를 갈아끼워야 한다. 또 우크라이나의 철도와 고속도로, 교량 등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크게 피해를 입은 상태다. 한 농부는 곡물을 실은 50대의 화물기차 차량이 앞 뒤로 러시아의 공습을 당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바람에 모두 잃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농사도 전쟁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너무 위험해 농사를 짓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다. 다른 지역에서도 러시아군이 연료창고를 공격해 트랙터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이 자주 곡물 사일로를 공격해 곡물을 빼앗고 있다고 농부들이 비난하고 있다.

북부지역에서는 퇴각한 러시아군이 매설한 지뢰가 큰 위험을 제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뢰제거협회는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지역 농지의 45%에 지뢰가 매설돼 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국경 인접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고르디에 시에브링은 우크라이나 군당국이 지뢰 때문에 국경 근처 농지는 경작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그는 경작지의 8~10%을 잃은 셈이다. 그는 이웃 농가들은 경작지의 3분2 가까이 지뢰가 매설돼 상황이 더욱 나쁘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10~15km 밖에서 대포로 지뢰를 발사하고 있다. 소형 낙하산으로 내려 앉은 이 지뢰에 센서가 달려 폭파하도록 돼 있다. 정말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 각국이 자체 농작물 수출을 중단하면서 식량 공급망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한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겸 경제장관은 각국이 곡물을 바이오연료나 가축 사료로 사용하는 것을 줄여야한다고 말했다. 하벡 장관은 "시장을 유지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은 모든 나라들이 자체 식량 공급을 우려해 밀, 식량을 비축하고 시장에 내놓지 않으면서 식량공급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북미 지역과 아프리카 희망봉 지역의 가뭄, 중국과 프랑스의 생산량 감소, 팬데믹으로 식량 공급이 줄어들면서 식량공급이 위태로웠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세계 밀 가격이 1년전 대비 80% 가량 올랐다.

컬럼비아대 유럽연구소장 애덤 투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전문가들이 "대규모 식량난과 기근 위험"을 경고해왔다면서 전쟁이 "크게 취약해진 식량 공급망에 충격을 가하고 있다"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비료가격도 덩달아 급등하고 있다.

폰 데어 라이옌 EU 집행위원장은 각국이 곡물생산을 늘리고 있으며 WFP와 협력해 낮은 가격으로 식량난을 겪는 나라로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국제 협력이 러시아의 위협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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