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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발달장애 가정 '반복되는 비극' 막으려면

등록 2022.05.30 16:23:33수정 2022.05.30 17: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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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첨예한 탈시설 논쟁 보다는 24시간 돌봄체계 구축 등 지원 마련을

[기자수첩]발달장애 가정 '반복되는 비극' 막으려면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같이 살지 못해서 미안하다."

지난 23일 인천 연수구에서 60대 여성이 뇌병변 장애를 가진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 여성은 법원의 구속심사에 앞서 "너무 미안하다. 같이 살지 못해서"라고 눈물을 쏟아냈다. 같은날 서울 성동구 아파트 화단서 40대 여성이 6살 발달지체 아이와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다.

2020년 이후 서울에서 발생한 발달장애인 가정 사망 소식은 9건에 이른다.

일각에선 반복되는 발달장애 가정의 비극을 막기 위해 장애인이 시설이나 가정에서 나와 자립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시설에서 수동적인 삶을 살거나, 가정에서 가족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탈시설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단체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다. 이들은 장애인 이동권과 더불어 장애인 탈시설 등을 위한 예산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개최하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미 수많은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자립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며 "시설에 갇혀 학대를 당하고, 수동적인 삶을 사는 장애인들이 원한다면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주택 등에 입소해 살기 위해서 예산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시설 거주 장애인의 탈시설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대표는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모두 1~2급으로 사지가 없거나, 발달장애인의 경우 지능 35 이하로 이들이 시설에서 나와 주체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면서 "장애인이 시설이나 가정에서 나와 주체적 삶을 사는 것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현재 시설에 있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영양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등이 상주해 있는 안전한 거주시설이다"라고 주장했다.

두 단체가 '탈시설'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시급성을 요하는 정부 정책도 벽에 부딪힌 모양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결국 장애인과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세상이다. 그들은 방법은 달라도 "부모가 장애인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살다 죽는 것을 바라지 않는 세상"을 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장연의 탈시설 주장에 뜻을 같이 한다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조경미 교육국장은 "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본인들의 여생 동안 그들이 없는 세상에서 자녀가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들이 자녀를 죽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했다.

탈시설시범사업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탈시설에 반대한다는 박대성 공익신고자도 "장애인이 자립해서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자립할 수 없는 사람들은 시설에 두고 그들과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과 시설 밖이라는 방법을 두고 갈등만 한다면 반복되는 장애가정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 어렵다. 갈등이 첨예한 탈시설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당장 돌봄으로 지쳐있는 장애가정에 대한 지원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은 탈시설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모두 반기는 정책이다. 현재 발달장애인에 대한 주간 활동 지원 등을 제공하는 활동지원사는 하루 최대 5~6시간만 지원되는 상황이다.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도 24시간 지원 없이는 일상생활을 안전하게 영위하기 어렵다. 가정에 있는 재가장애인에게도 돌봄을 전담하고 있는 부모나 가족의 부담을 줄여줄 활동지원사의 24시간 지원이 절실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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