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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어령의 피와 땀 '눈물 한방울' ..."항암치료 거부 마지막까지 집필"

등록 2022.06.28 12:54:22수정 2022.06.28 12: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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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유족 간담회...마지막 육필원고·유고집 공개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어령 석좌교수의 '눈물 한 방울'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고인의 마지막 육필원고를 공개하고 있다. 2022.06.2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어령 석좌교수의 '눈물 한 방울'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고인의 마지막 육필원고를 공개하고 있다. 2022.06.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이 노트는 나만 보려고 만든 것이다. 여기 그림도 내가 보려고 그런 건데, 이제 이 노트를 내가 주고 갈 테니까, 잘 만들어보시라."

'시대의 지성'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남긴 마지막 육필원고와 이를 엮은 유고집 '눈물 한 방울'이 공개됐다.

28일 출판사 김영사는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어령 전 장관의 유족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경무 백석대 교수와 함께 그의 유고집을 소개했다.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지난 1월 고인이 출판사에 연락을 해 만남을 갖게 됐다"며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고인은 김 대표를 불러 "이 노트는 내가 사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원한다면 이 노트를 책으로 만들어보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고인이 병상에서 노트에 쓴 시와 수필 110편에 손수 그린 그림이 책으로 옮겨졌다. 2019년 10월24일 새벽부터 2022년 1월23일 새벽까지 쓴 27개월간의 기록이 순서대로 실렸다. 고인이 쓴 육필은 타이핑해 텍스트로 옮겼고 중간 중간 그린 그림은 그대로 실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과 고세규 김영사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마지막 육필원고 '눈물 한 방울'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유족 대표로 차남 이강무 백석대 교수,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과 고세규 김영사 대표가 참석했다. 2022.06.2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과 고세규 김영사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마지막 육필원고 '눈물 한 방울'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유족 대표로 차남 이강무 백석대 교수,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과 고세규 김영사 대표가 참석했다. 2022.06.28. [email protected]



"육필원고를 보면 거기에는 사람이 보여요. 이 사람의 건강상태라든가 이런 게 전부 나타나있기 때문에 문학자료로도 가장 귀중한 게 육필원고에요."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는 고인의 육필원고 원본이 공개됐다. 2cm 두께의 검은색 대학노트에는 고인이 직접 쓴 글과 그림이 빼곡하게 담겨있었다. 이 전 장관의 배우자 강인숙 관장은 "(이어령 전 장관이) 일찍부터 컴퓨터를 쓰셨기 때문에 육필원고가 많지 않다"며 육필원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쇄된 원고가 아닌 육필원고는 표정을 갖고 있다"며 "노트를 보면 그의 아픔, 외로움, 고통이 모두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인은 그간 컴퓨터로 집필을 이어왔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육필원고로 기록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강 관장은 "(고인이) 더블클릭이 안 돼 컴퓨터로 집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리고 전자파가 몸에 느껴진다고 해 할 수 없이 쓴 것이 이 노트고 육필원고다"라고 설명했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 눈물방울의 흔적을 적어 내려갔다. 구슬이 되고 수정이 되고 진주가 되는 '눈물 한 방울'. 피와 땀을 붙여주는 '눈물 한 방울'. 쓸 수 없을 때 쓰는 마지막 '눈물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서문 중에서)

유고집의 주제는 제목과 같이 '눈물 한 방울'이다. 고인이 건강악화로 글을 쓸 수 없게 돼 육성으로 출판사에 전한 서문에는 '눈물 한 방울'의 의미가 설명돼있다. 고인의 아들인 이 교수는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눈물은 본인을 위한 눈물이 아닌 남을 위한 눈물의 가치에 대해 쓰셨다고 생각한다"며 "책의 서문이 마음에 남는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2017년 간암 판정을 받은 뒤 항암 치료를 거부한 채 집필에 몰두했고 수많은 원고를 썼다. 강 관장은 "(고인이) "글을 쓰는데 지장이 되니 항암치료를 하면서 보낼 수는 없다"며 마지막에 남은 생이 얼마 없는데 이건 내 마음대로 하게 해달라고 했다"며 "죽었다고 생각하고 내버려두라고 해 이를 받아들였다"며 그의 마지막을 회고했다. 그는 고인이 직접 글을 쓸 수 없게 되자 육성으로 쓰고 싶은 내용을 불러 책을 완성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마지막 3년간 쓴 147편의 글 중 110편을 추려 책을 냈지만 추후 이 전 장관의 남은 원고들이 책으로 출간될 가능성도 있다. 강 관장은 "정리해야 될 것이 너무 많다"며 "이곳저곳에 메모해놓은 것이 많은데 아직은 이를 정리하는 단계"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어령 삭좌교수의 '눈물 한 방울'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고인의 마지막 육필원고를 공개하고 있다. 2022.06.2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고(故) 이어령 삭좌교수의 '눈물 한 방울'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고인의 마지막 육필원고를 공개하고 있다. 2022.06.28. [email protected]



"옛 글도 다시 고치고 싶어 하셨어요. 틀린 것과 고칠 것이 많은데 옛 문서가 그대로 남아있는 걸 찜찜해 하셨습니다. 그래서 옛글에 대한 주석을 많이 달아놓으셨는데 새로 쓰고 싶은 것만큼이나 다시 선보이고 싶은 마음도 크셨다고 생각합니다."

고인이 마지막까지 집필활동을 이어갔지만 쓰지 못한 책에 대해 아쉬움을 계속해서 표현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아버지께서 생명 자본주의와 관련해서 마무리하시고 싶은 생각이 있으셨다"며 "매주 식사하면서 "이건 기가 막힌 건데, 나밖에 못하는데"라고 말씀하시는 게 많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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