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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던 국내 최초 휴대용 해시계 고국 품으로

등록 2022.08.18 09:00:00수정 2022.08.18 09: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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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영원구' 학계에 알려진 바 없는 희귀 유물...경매서 낙찰받아

원구 형태로 반구 두 개가 맞물려 어디서나 시간 측정 가능

조선 후기 시각법·제작자 알 수 있는 과학유물 가치

[서울=뉴시스] 일영원구 (사진=문화재청 제공) 2022.08.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일영원구 (사진=문화재청 제공) 2022.08.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미국에 있던 국내 최초 휴대용 구형 해시계 ‘일영원구’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일영원구'는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진 바 없는 희귀 유물로, 국외 반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18일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해 말 해당 유물의 경매 출품 정보 입수 후 면밀한 조사와 문헌 검토를 거쳐 지난 3월 미국의 한 경매에서 이 유물을 낙찰 받아 국내로 들여왔다고 밝혔다.

당초 소장자이던 일본 주둔 미군 장교의 사망 이후 유족으로부터 유물을 입수한 개인 소장가가 미국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일영원구'는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구형 휴대용 해시계라는 점, ▲전통 과학기술의 계승·발전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 ▲명문과 낙관을 통해 제작자와 제작 시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과학사적 가치가 높다.

반구 형태로 태양의 그림자를 통해 시계를 확인하는 영침이 고정되어 한 지역에서만 시간을 측정할 수 있던 조선시대 일반 해시계 '앙부일구'와 달리, '일영원구'는 원구 형태로 반구 두 개가 맞물려 각종 장치를 조정하면서, 어디서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일영원구에 다림줄이 설치되었던 부분 (사진=문화재청 제공) 2022.08.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일영원구에 다림줄이 설치되었던 부분 (사진=문화재청 제공) 2022.08.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 검토에 따르면 '일영원구'로 시간 측정을 하려면 먼저 다림줄로 수평을 맞추고, 나침반으로 방위를 측정해 북쪽을 향하게 한다.

그 다음 위도조절장치로 위도를 조정하고 횡량에 비추는 태양의 그림자가 홈 속으로 들어가게 해 현재 시간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쪽 반구에는 12지 명문과 96칸의 세로선으로 시각을 표시했다. 이는 하루를 12시 96각(刻, 15분)으로 표기한 조선 후기 시각법을 따른 것이다.

정오 표시 아래에는 둥근 구멍(시보창)이 있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쪽 반구를 움직이면, 이 창에 12지 시간 표시(시패)가 나타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국보 자격루와 혼천시계에도 12지로 시간을 나타내는 시보 장치를 둔 사실로 미뤄보아 '일영원구'는 조선 과학기술을 계승하는 한편, 외국과의 교류가 증가하던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 고안된 유물로 추정된다.
[서울=뉴시스] 하단 반구의 명문(‘大朝鮮開國四百九十九年庚寅七月上澣新製’ 및 ‘尙稷鉉印’) (사진=믄화재청 제공) 2022.08.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단 반구의 명문(‘大朝鮮開國四百九十九年庚寅七月上澣新製’ 및 ‘尙稷鉉印’) (사진=믄화재청 제공) 2022.08.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일영원구'는 제작 시기와 제작자를 알 수 있는 과학유물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한쪽 반구에는 '대조선 개국 499년 경인년 7월 상순에 새로 제작했다(大朝鮮開國四百九十九年庚寅七月上澣新製)'는 명문과 '상직현 인(尙稷鉉印)'이 새겨져 있다. 이를 통해 1890년 7월 상직현이란 인물이 이를 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고종실록'과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상직현은 고종대 무관으로 주로 총어영 별장과 별군직에 임명돼 국왕의 호위와 궁궐 및 도성의 방어를 담당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뉴시스] 받침의 은입사 (사진=문화재청 제공) 2022.08.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받침의 은입사 (사진=문화재청 제공) 2022.08.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유물 제작 시기인 조선후기의 주조 기법과 은입사 기법 등 장식 요소가 더해진 점도 주목된다. 네 개의 꽃잎 형태로 제작된 받침에는 용, 항해 중인 선박, ‘일월(日月)'이 상감되어 있다.

문화재정은 ‘일영원구’를 19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을 통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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