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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군 후방기지 파괴에 협력자 처단까지…우크라 게릴라들 최근 성과

등록 2022.08.18 11:07:12수정 2022.08.18 11: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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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군 정보기관·특수부대 운영 지하조직

러군 후방기지 파괴·협력자 처단 등 활동

9월 개학 앞두고 교사 협력 경고하는 심리전도

[크름반도=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러시아령 크름반도 메이스코예 마을 인근 러시아군 탄약고에서 폭발이 일어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전 6시 탄약고에서 폭발이 일어나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전선과 철로, 주택이 파손됐다고 밝히면서 '비밀 파괴 공작'이라고 비난했다. 2022.08.17.

[크름반도=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러시아령 크름반도 메이스코예 마을 인근 러시아군 탄약고에서 폭발이 일어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전 6시 탄약고에서 폭발이 일어나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전선과 철로, 주택이 파손됐다고 밝히면서 '비밀 파괴 공작'이라고 비난했다. 2022.08.1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선을 넘나들며 러시아군 점령지 후방에서 사보타주 활동을 벌이는 게릴라들의 활약이 큰 효과를 내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어두운 골목을 은밀하게 다니며 폭발물을 심고, 미국이 제공한 러시아군 표적을 식별하고, 철도를 파괴하고, 러시아군에 협력하는 당국자들을 암살하는 사람들을 우크라이나는 빨치산이라고 부른다.

전선을 넘나드는 이들 게릴라 전사들이 최근 몇 주 새 러시아군이 안전하다고 여기던 후방지역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전쟁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크름 반도 내 탄약고에 큰 폭발을 일으킨 특수부대와 현지의 지하 게릴라망을 활용해 러시아군 점령지역에 대한 공격을 늘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지난주 크름반도의 러시아군 공군기지를 타격해 전투기 8대를 파괴한 공격이 빨치산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슬라브 이슬람 단어로 '불의 신'이라는 뜻의 '스바로그'라는 암호명을 가진 한 게릴라 전사는 "점령자들에게 안전하지 않으며, 마음 놓을 수 없고, 다리뻗고 잘 수 없다고 인식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스바로그 등 몇 사람의 공작원을 직접 또는 온라인으로 인터뷰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6개월이 다되어가는 전쟁 끝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위협하는 빨치산 활동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음을 서방 지원국들에게 과시하려는 의도에서다. 한 고위 우크라이나 군 당국자가 이들의 활동을 설명했다.

이들의 공격 상황 전모를 확인할 순 없지만 우크라이나 매체 보도와 최근 러시아 점령지에서 탈출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증언을 통해 일부 알려져 있다.

스바로그와 기자는 자포리자 시내 한 레스토랑에서 레모네이드와 치즈 페스트리를 먹으며 인터뷰했다. 자포리자는 러시아군 점령 멜리토폴에서 100km 떨어진 우크라이나군 점령지역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이 시작되기 몇 달 전부터 빨치산 훈련을 시작했다. 러시아가 접경에 군대를 집결하던 때다. 훈련의 성과가 최근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전선은 거의 교착상태지만 현지 지리에 익숙한 빨치산 전사들이 자동차 폭탄, 부비트랩과 권총 암살 등으로 사보타주 활동을 벌인 뒤 현지 주민 속에 숨는다.

전쟁 전 스바로그는 우크라이나 민병대 조직 아조우 운동의 한 분파인 우익단 및 민족사단에서 실시한 훈련에 주말마다 참가했다. 러시아 지원 반군과 전투가 지속된 지난 8년 동안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민간인들을 훈련하는 수십개 단체가 활동했다. 스바로그가 훈련을 받은 단체도 그 중 2곳이다.

스바로그는 공개적으로 진행된 훈련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막후에서는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가 보다 조직적이고 은밀하게 사보타주, 폭약, 무기 은닉을 진행했다. 전쟁이 터질 때를 대비한 것이었다.

전쟁이 시작되고 스바로그에게 멜리토폴 외곽에 비밀 장소가 통보됐다. 고폭약, 기폭장치, 칼라슈니코프 소총, 유탄발사기, 소음기가 달린 권총이 있었다.

이후 스바로그가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남부의 멜리토폴이 저항의 중심지가 됐다. 지난 13일까지 빨치산들이 7일 연속해 폭발을 일으켰다. 스바로그는 몇 달 전부터 공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자신과 동료들이 야간에 멜리토폴에 숨어들어가 러시아군 경찰서 주차장 차량에 부비트랩을 설치했다고 했다.

이들은 절단기, 테입, 낚시줄을 가지고 러시아군 검문소를 피해 스며들었다. 먼저 전깃줄을 잘라 가로등을 끄고 폭탄을 설치할 장소로 빠르게 이동한 뒤 차 바퀴 휠 속에 폭탄을 심었다. 기폭장치에 낚시줄을 걸고 바퀴 차량에 연결해 바퀴가 움직이면 터지도록 했다.

스바로그는 "그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반역자다. 공공질서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폭탄이 터지면서 경찰 간부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그와 동료들이 지난주에도 멜리토폴의 러시아 연합당에 가입한 우크라이나인 올렉 쇼스탁의 차에 부비트랩을 심었다. 쇼스탁은 현지 주민들을 상대로 한 선전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번 활동에는 직접 참가하지 않았다고 밝힌 스바로그는 동료들이 운전선 밑에 폭탄을 심어서 엔진 시동이 걸렸을 때 폭발하도록 했다고 했다.

쇼스탁은 부상만 당하고 목숨을 잃진 않았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이 공격 사실을 확인했고14일 검문소를 통과해 멜리토폴에서 빠져나온 피난민들도 증언했다.

빨치산들은 표적 인물을 살해하는 것보다는 그들이 절대 안전할 수 없음을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 의회가 지난해 채택한 법에 따라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는 전시에 우크라이나내에 비밀 전투원을 고용하고 훈련할 수 있다. 법에는 이들이 "지역 자원자"들로 묘사돼 있다.

빨치산들은 자신들은 민간인이며 군인에 의한 민간인 살해를 금지하는 전쟁법을 따르지 않고 우크라이나 법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제법은 전투활동을 벌이는 민간인도 전투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빨치산들이 정부와 군대를 위해 활동하기 때문에 국제법 규제 대상이므로 이들의 활동은 논란의 대상이다.

빨치산들이 파괴활동만 벌이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활동하는 노랑 리본이라는 이름의 지하 단체 소속원 두 사람은 자신들이 전단을 뿌리고 낙서를 했다고 밝혔다.

빨치산 훈련 기지는 발각되는 걸 피해 수시로 옮겨 다닌다. 빨치산들은 표적 확인, 표적 활동정보 수집, 공격 등으로 서로 다른 임무를 수행한다. 점조직으로 운영돼 각 지하그룹 소속원들끼리도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도록 한다. 붙잡힐 경우 조직원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배후 공작활동을 책임지는 우크라이나 군 조직은 HUR이라는 군정보기관과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 2곳이다. 두 정보조직과 저항운동이라는 이름의 특수작전군 지하조직을 조율하는 태스크포스도 있다.

한 당국자가 자포리자 지역의 러시아군 15명 독살하고 헤르손 지역에서 러시아군 6만t의 곡물 반출하지 못하도록 한 곡물 엘리베이터 파괴한 것이 이들의 작전이었다고 밝혔다.

빨치산들은 또 반역자들을 추적한다. 스바로그와 암호명이 바이킹인 다른 빨치산이 러시아군 점령지 내 경찰, 관료, 지역 정부 종사자, 러시아 커리큘럼에 따라 가르치는데 동의한 교사 등이 협력자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의사와 소방대원, 공공시설회사 근로자들은 반역자로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달 개학을 앞두고 교사들이 집중 감시대상이다. 바이킹은 "러시아가 자신들의 주장을 교육하려한다. 아이들은 선전에 잘 속기 때문에 그런 교육을 받고 자라면 러시아인들처럼 바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 프로그램으로 가르치기로 한 교사는 협력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사들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고 전신주에 그들을 비난하는 전단을 붙이는 등으로 겁을 주는 심리전을 벌인다고 했다. 최근에는 다음달 개학할 준비를 하는 학교들 교장의 이름과 사진을 담은 전단을 붙였다고 했다. 전단에는 "러시아 협력자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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