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세월호 참사]유족들 '서울상경' 18시간, '울분과 분노' 성토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14-05-09 18:44:08  |  수정 2016-12-28 12:44:05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이 끝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이루지 못한 채 서울 상경 18시간 만에 자진 해산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9일 오후 4시께 안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난 8일 오후 10시22분께 KBS 본관을 항의 방문한지 약 18시간 만이다.

 장기간 지속되던 유가족들의 요구는 KBS 김시곤 보도국장의 인사조치와 길환영 사장의 사과로 일단락 됐다.

 그러나 청와대측이 과거의 예를 들며 대통령과의 면담을 수용하지 않아 유가족들은 아쉬움을 남긴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유가족들 KBS 항의방문 "보도국장 해임하라"

 세월호 유족들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을 먼저 찾았다. 김 국장이 지난달 말 부서회식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자 항의방문한 것이다.

 이날 오후 10시께 KBS 본관 앞에 도착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경찰과 대치하면서 "사실대로 보도는 안하면서 취재는 왜 하냐"고 외치며 KBS 길환영 사장과 김시곤 보도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학생의 영정 사진을 들고 눈물을 보였으며 항의방문을 가로막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KBS 사장의 공개사과와 보도국장 파면을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KBS 측과 면담을 요구하며 4시간 동안 대치했지만 김 국장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KBS측은 임창건 보도본부장 등의 인사를 면담에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BS측은 "보도본부 간부들이 억류, 폭행당했다"며 "이준안 취재주간이 일부 유족들에게 대기실로 끌려가 폭행을 당하고 5시간 가량 억류당하는 일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KBS는 "불의의 대형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참담함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조문과 유족 위로를 위해 경건한 자세로 분향소를 찾은 공영방송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행한 폭행과 장시간 억류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청와대로 향한 유가족들 '통곡의 방문'

 KBS에서 면담이 '불발'로 끝나자 유가족들은 청와대로 향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9일 오전 2시22분 "(KBS 간부들이)결국 안 나온다"며 "청와대로(간다). 대통령께서는 우리 목소리를 꼭 들어주시면 좋겠다"고 적었다.

 청와대로 향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청운파출소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유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새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대응에 성토를 이어갔다.

 유가족들은 가로막은 경찰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살려주세요. 못난 부모 마음을 알아달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박 대통령님은 자녀가 없어 부모 심정을 이해를 못하는 겁니까. 사람이쟎아요. 도와주십시오. 제발 열어주세요"라고 박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associate_pic
 일부 유가족들은 경찰의 다리를 붙잡고 "조금만 터줘요. 기어갈께요. 이 인원으로 애들을 구해주죠(구했어야했죠)"라고 애원해 보는이들을 안타깝게하기도 했다.

 특히 침몰 사고로 희생된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배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동영상을 틀면서 청와대 앞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많은 유족들이 동영상을 보며 눈물을 쏟았고, 어떤 유족은 "저게 내 딸이야"라며 울었다.

 유가족들은 마이크를 주고받으며 희생된 아들 딸에 대한 애끓는 아픔과 정부에 대한 원망을 성토했다. 한 학생의 아버지가 일어나 딸이 생전에 불렀던 노래를 부르자 숙연해지기도했다. 한 유가족은 "이 노래를 대통령이 듣고 면담에 나와줬으면 한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길 막고 서 있는 경찰에서 우리의 아이들 모습이 보인다"고 탄식했다. 

 ◇시민들, 유가족들에게 전폭적인 지지

 유가족들이 새벽이슬을 맞아가며 뜬눈으로 밤을 새며 경찰과 대치를 이어가면서 각계 시민사회단체 및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힘을 보탰다.

 참여연대 측에서는 노란종이와 끈을 준비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수시로 종이배와 리본을 만들었다. 이에 일부 시민들도 지나가다 멈춰 서서 같이 리본과 종이배를 접곤 했다.

 종이배를 접고 있던 시민은 "우연히 이 모습을 보고 지나칠 수 없어서 왔다"며 "세월호 참사는 모든 국민이 슬퍼하는 사고다.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가족들이 평안을 되찾았으면 하는 염원을 담아 종이배를 접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 주변에 주차된 경찰 버스에는 '사랑한다', '같이 울겠습니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와 같은 글귀가 적힌 종이배가 붙여졌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 종이배에는 실종자들이 무사히 돌아왔으면 하는 희망과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들이 부디 편안히 잠드시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효자동 인근 주민들은 따사로운 햇살을 거리에 앉아 그대로 맞고 있는 유가족들을 위해 간이 종이 모자를 제작해 나눠줬고, 서울대병원에선 응급치료소를 만들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문제의 당사자 김시곤 보도국장 사의 표명

 김 보도국장은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 중립성의 책임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고자 한다. KBS가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밉고 대통령이 미우면 KBS도 함께 미워하는 성향이 있다. 그런 점과 언론 전체가 역할을 다 하지 못할 때 KBS가 그 대표격으로 욕을 먹는 경우도 있다. 이번 경우는 그 두 가지가 겹쳤던 것 같다"며 "보도가 완벽할 수는 없었겠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associate_pic
 논란이 됐던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는 발언에 대해선 "교통사고로 한 달에 500명 이상 숨지고 있는만큼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내용으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반론없이 전체 내용을 빼고 왜곡했다"며 "(전국언론노조 기관지인) 미디어오늘 등 언론들이 릴레이식 인용보도를 해 KBS에 대한 비난을 확대, 재생산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국장은 사의 표명 전 "언론에 대한 어떤 가치관과 신념도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면서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온 길환영 사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해 KBS 홍보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길영환 사장 "김 보도국장 사표 수리, 사장으로서 사죄"

 길 사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 유가족들 앞에 직접 나서 "어제, 오늘 kbs로 인해 여러분들 마음에 상처를 주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어린 아들과 딸을 잃은 여러분의 비통한 마음은 얼마나 힘들고 아프겠나. 그 와중에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러분 마음에 깊은 상처를 드려 사장으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보도국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돌아가면 바로 보도국장 사표를 수리하도록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KBS는 여러분 입장에 서서 마음을 헤아리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면담은 무산…유가족들 자진 철수

 유가족들은 김 국장의 사의표명과 길 사장의 사과 이후 18시간 만에 자진 철수를 결정했다. 유가족들의 이 같은 결정이 이들의 사과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청와대 앞까지 올라와 울분과 분노를 토해내는 유가족들을 보다 못한 세월호 참사 생존자 가족과 안산 단원고 학무모들이 이들을 위로하면서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오전에 유가족 대표단과 청와대 홍보·민정수석의 면담이 있기는 했지만 이들이 그토록 원하던 대통령과 면담 자리는 성사되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자진 철수를 결정한 뒤 인권운동사랑방의 한 관계자는 마이크를 잡고 "어제가 어버이날이어서 그런지 이렇게 물러나기 더 아쉽다. 유가족 여러분이 큰 마음으로 너그럽게 물러나시기로 했다. 이대로 끝이 아니다. 다시 문제가 있을 경우 돌아올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박수를 유도했고, 유가족들은 감사의 인사로 답했다.

 odong85@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사회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