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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엘렉트라가 비정규직?…국립극단 연극 '엘렉트라 파티'

등록 2014.12.08 18:57:43수정 2016.12.28 13: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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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엘렉트라 파티' 포스터(사진=국립극단 제공)

연극 '엘렉트라 파티' 포스터(사진=국립극단 제공)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리스 비극 '엘렉트라(Electra)'의 주인공 '엘렉트라'는 오이디푸스와 자주 비교된다. 아가멤논 왕의 딸인 그녀는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혐오와 증오를 드러낸다. 아버지에게 집착하고 어머니를 증오하는 딸의 전형으로 수많은 작품에서 그려졌다. 일종의 '복수의 화신'이다.

 시각·청각 이미지의 확장으로 주목받은 젊은 연출가인 동이향이 '엘렉트라'를 재해석한 연극 '엘렉트라 파티'를 선보인다. '2014 국립극단 젊은연출가전'를 통해서다.

 '엘렉트라 파티'의 인물들은 마땅히 외치고 실행해야 할 정당한 '복수'를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

 대신 오랜 시간 동안의 생활고로 손과 발이 묶인 비정규직 노동자 엘렉트라가 한복판에 있다. 행동의 의무가 희미해진 지 오래, 엘렉트라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핑계로 무기력해졌다.

 시급도 아닌 분급으로 일당을 받으며 고지서 더미에 묻힌 생활은 엘렉트라의 의무를 연체시킨다.

 그 무엇도 될 수 있고 그 무엇도 아닐 수 있는 가장무도회가 '엘렉트라 파티' 무대다. 엘렉트라는 이 가장무도회에서도 자기 자신을 증명하지 못한다.

 아가멤논의 죽음을 기념하는 10주년 가장 무도회가 열린다. 모두들 가면을 쓰고 파티를 즐기고 있다. 파티 도중 청소부가 살해당하고 범인은 종적을 감춘다. 연쇄 살인범이 가장 무도회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파티장에 떠돈다.

 혹은 아가멤논 유령이 그 딸 엘렉트라가 하지 못하는 복수를 직접 시작했다는 소문도 떠돈다. 정작 엘렉트라는 생활고에 지친 채 외국으로 떠난 남동생 오레스테스를 마냥 기다리고 있다. 엘렉트라는 살해된 청소부를 대신할 청소부로 고용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티장에서 또 쇼걸이 살해당한다.

 '엘렉트라 파티'에서 캐스팅과 캐릭터에 대한 설정은 기존의 일반화된 '젠더'를 넘어선다. 모든 것이 상실된 엘렉트라는 '여성성'이 거의 제거된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를 비롯해 인물들은 성(性)을 구별하지 않고 각자의 상황에 따라 자신의 젠더적 정체성을 수용하고 만들어낸다.

 국립극단은 "텍스트의 대사 구현과 언어의 의미 전달을 넘어 배우들의 몸을 통해 시각적이고 직관적 이미지로 표현된다"면서 "텍스트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된 이미지를 통해 보다 깊이 있는 울림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9~21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 예술감독 김윤철, 무대미술 박상봉. 김현영, 유성진, 박윤정, 송명기. 1만~2만원. 극단 백수광부·국립극단. 1688-5966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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