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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윤범모 가천대 교수 "제3지대전 경원대 동문전 아니다"

등록 2016.01.12 09:32:53수정 2016.12.28 16: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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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경택,PLUR DMSR acrylic & oil on linen,181x227 cm, 2005

【서울=뉴시스】홍경택,PLUR DMSR acrylic & oil on linen,181x227 cm, 2005

【서울=뉴시스】박현주기자= 미술판의 서울대와 홍대 양강구도가 깨지기 시작한건 국내 미술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한 2006년부터다. 글로벌 경매시장과 해외미술계에서 쏘아올린 한국미술은 서울대 홍대가 아닌 제3의 대학출신이었다.

 2013년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유화 '연필 1'이 9억6000만원에 팔리며 당시 한국 작가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홍경택은 10년 무명의 설움을 한방에 날리며 스타작가가 됐다.

 '찌그러진 조각'으로 시각을 혼란시키는 이환권 작가 역시 2006년 홍콩 크리스티경매에서 추정가의 10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되면서 깜짝 스타작가로 뛰어올랐다.

 둘 다 서울대 홍대출신이 아니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사제 구도와 선후배로 뭉친 '미술계의 학파'를 깬 경원대의 무서운 약진의 시작이었다. 이후 함진 김기라 조습 등 경원대 출신 작가들의 두드러진 활동과 지방의 미대에서 스타작가들이 배출되면서 두갈래였던 미술판 흐름이 다양해지는 배경이 됐다.

  윤범모 가천대(64·미술평론가)교수는 "이들을 통해 출신대학 중심의 화단 형성이 흔들리면서 한국 현대미술의 종다양성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윤범모 가천대 교수

【서울=뉴시스】윤범모 가천대 교수

 비엔날레같은 국제무대의 대형전시나 미술시장은 작가의 출신학교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작품성 위주로 발탁했기 때문이다. 세계화된 현대미술과 아트테크화된 미술시장 개편으로 일류대학 출신들의 독점무대가 점점 옅어지기 시작한 것.

  윤범모 교수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이런 현상을 전시와 비평적 리포트로 기획한 '제3지대전'을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펼친다.

 11일 서울시내 한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윤 교수는 "극단화되어 있고, 이분법적인 구조의 미술계에서 대안적 성격을 가지고 이 전시를 기획했다"면서 "서울대 홍대세력이 아닌 지난 10여년간 한국미술계에서 맹활약하고 주목받은 작가를 한자리에 모았다"고 말했다.

 양극화된 미술계에서 제 3의 새로운 목소리를 다시 살펴볼수 있게 꾸민 이 전시는 경원대 출신11명의 작가들의 준개인전 형식으로 진행한다. 전시에는 김기라, 김태헌, 노동식, 배종헌, 윤상렬, 이중근, 이환권, 조습, 진기종, 함진, 홍경택 작가가 대표작을 중심으로 옴니버스식 전시를 꾸민다.

【서울=뉴시스】진기종, 자유의 전사, 실리콘, 기타오브제,150x90x140cm(x2), 2015

【서울=뉴시스】진기종, 자유의 전사, 실리콘, 기타오브제,150x90x140cm(x2), 2015

 이 전시를 공동주최하는 최은주 경기도 미술관장은 "작년에 윤범모 교수와 만나 의기투합한 이 전시는 기존 주류 미술계가 아닌 제3지대에서 '예술의 꽃이 어떻게 피었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기도미술관이 해마다 열어온 '경기아트프로젝트'로 연계한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이 어떻게 걸어왔고, 예술의 영역에서 어떻게 보여지는지 탐색하는 자리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이 전시의 주 목표는 주류사회와 무관하면서도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이룬 작품을 통해 어떻게 국내외 미술계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게되었는지를 살펴본다는 것.  

 하지만 이미 다양화 다면화된 현대미술계에서 공감대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윤범모 교수가 "이번 전시는 단행본 출판과 시대의 흐름을 정리하는 비평적 작업과 함께 역사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지만 '제 3지대'전이 경원대 출신으로만 이루어져 '경원대 동문전'으로 전락할 수 있는 우려가 공존한다.

【서울=뉴시스】김기라, 플로팅 빌리지_위재량의 노래, 비디오 스틸,17" 30", 2015

【서울=뉴시스】김기라, 플로팅 빌리지_위재량의 노래, 비디오 스틸,17" 30", 2015

'한국미술의 고정관념에 대한 대안으로서 이의제기한다'는 기획의도와 달리, 고정관념을 다시 '메이킹'하는 것같은 분위기가 지적되고 있다. 이미 미술시장에서 주류로 자리잡은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이고, 또하나의 '경원대 학파'를 줄세울수 있다는 시선이 작동된다.

 윤교수는 "단순한 경원대 동문전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번 전시는 이들의 개성적 예술세계를 통해 한국미술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면서 또 미술계의 새로운 담론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라며 "작가별로 이론가가 붙어 글을 쓰고 인사동 전시후 경기도 미술관에서 다시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경택 작가도 "단순히 동문전이라면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10년전부터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출신인 데미안허스트 마크 퀸등 현대미술의 주역으로 떠오른 영국 yBa(young British artists)같은 전시를 해보자는 바람이 있었다"면서 "데뷔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때 상황을 되돌아보는 전시이자 또 이를 발판으로 한국현대미술가로서의 새바람이 불어 세계무대를 밟아볼 수 있는 초석이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14일부터 24일까지 펼치는 이번 전시는 가나문화재단이 후원한다. 이어 경기도미술관에서 2월 19일 개막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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