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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집단주의 속살, 연극 '파란나라'

등록 2016.11.16 19:51:25수정 2016.12.28 17: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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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파란 나라' 포스터

【서울=뉴시스】연극 '파란 나라' 포스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1967년 4월 첫째 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의 큐벌리 고등학교 역사수업시간, 홀로코스트 영상을 본 한 학생이 역사교사 론 존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나치는 10%에 불과했는데 왜 90%의 독일 시민들은 홀로코스트를 막지 않았나요?"

 16일 남산예술센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파란나라'(작·연출 김수정)는 EBS TV 다큐멘터리 '지식채널e-환상적인 실험' 편에 소개된 이 사건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다.

 김수정 연출은 홀로코스트가 일어난 이유를 주목했다. '사람들은 왜 대부분 집단 내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집단의 규율 아래 통제되고 싶어 하는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신세계가 공동 제작한 '파란나라'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2016년의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그들이 어떻게 집단주의를 경험해 가는지 보여준다.

 통제가 어려운 교실을 보여준다. 학생들을 통솔할 수 없는 선생이 학생들을 집중시키기 위해 조퇴를 조건으로 내세운 게임이 시작된다.

 '훈련을 통한, 공동체를 통한, 실천을 통한 힘의 집결'이라는 구호 아래, 그 어떤 것으로도 차별하지 않는 파란나라를 만들고자 시작된 '파란혁명'은 순식간에 교실을 넘어 학교 전체로 퍼져나간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교실임에도 학생들은 집단의 힘이 곧 자신의 힘으로 착각해 집단을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 우선시한다.

 집단주의를 드러내고자 하는 김 연출가의 의도는 관객에게 흰색 상의를 입고 연극을 관람하러 오길 종용하는 안내문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공연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파란나라'에서 강조하는 집단주의, 불평등, 개인의 자유에 대해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교실, 학생, 교사의 모습은 배우들의 사전리서치를 통해 완성됐다. 배우들은 올해 초부터 석관중학교, 동구여자중학교, 강원고등학교 등 수도권과 지방 학교들에서 연극 교사가 돼 수업을 진행해왔다.

 또 '협동조합 학습공동체 아카데미쿱'과 수도권 고등학교 교사, 학생과 토론을 통해 지금 사회가 원하는 교실과 학생의 표본, 그리고 개개인의 학생상(象) 속 집단주의적 특징을 수집했다.

 공연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성북문화재단 '뮤지컬 멘토링'에 참여 중인 고등학생 등 30여 명의 실제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같은 동작과 구호를 외치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학생 관객들을 감안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맞춰 개막 시기를 정했다.

 한편 김 연출은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으로, 지난 2014년 서울연극센터 유망예술지원사업 '뉴스테이지(NEWStage)'에 선정됐다. 지난해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다. '페리클레스', '연변엄마', '빨간시', '조치원 해문이' 등의 작품에서 안무가로 활동해왔다. '안전가족', '인간동물원초', '그러므로 포르노', '멋진 신세계' 등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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