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사이버 강의 장기화…원룸 월세는 돌려받을 수 없을까
서울대·이화여대 등 '1학기 전체 온라인 강의'
전대넷 조사 대학생 30.7% "주거불안 호소해"
"2월 집 구했는데 입주도 못하고 월세만 낸다"
"임대차법 '차임증감청구권' 사용해야" 논의도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전남대학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강일인 16일부터 2주 동안 재택 수업을 진행키로 했다. 이날 광주 북구 전남대 용봉캠퍼스 자연대3호관 203호 강의실에서 온라인 원격 수업 녹화 시연회가 열리기 앞서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2020.03.16. [email protected]
학교에 갈 일이 없어지면서 자취방을 비워놓고 월세를 허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각에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차임 증감청구권'을 활용해 월세를 깎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의 '코로나19 대학가 수업권 침해 사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6261명 중 1920명(30.7%)이 개강 연기에 따른 피해 사례로 주거불안을 꼽았다. 26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하는 연대체인 전대넷은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설문을 진행했다.
주관식 응답에서 318명의 학생은 불필요한 월세를 내야 한다고 토로했으며, 166명은 기숙사를 갑자기 비워야 해 갈 곳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사례를 보면 "3월 초 등교를 위해 2월에 계약한 자취방에 입주하지 못한 채로 불필요한 월세를 계속 납부했다"는 식이다.
대학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온라인 수업 기간을 늘려나가고 있다. 서울대, 이화여대, 유니스트(UNIST, 울산과학기술원)가 올해 1학기 수업 전체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고려대, 연세대 등은 5월까지 기한을 늘렸다.
학생들은 미리 구해놓은 원룸, 고시원을 비워둔 채 월세를 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학교에 올 필요가 없어진데다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자취방이 아닌 자택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대부분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연장하게 될텐데 이미 계약을 맺고 비용을 낸 학생은 대책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심각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졌다. 2016년 한국도시연구소가 한국장학재단의 용역을 받고 수행한 '전국 대학생 주거빈곤 실태 분석 및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숙사 밖에서 독립해 살아가는 대학생 9284명을 조사한 결과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RIR)이 전 소득분위에서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수도권의 원룸 계약은 통상 1~2년 기간으로 정해진다. 한 학기 동안 온라인 수업으로 대학에 올 일이 없어서 집을 비워도 월세는 내야만 한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시 원룸의 평균 월세는 54만원이다. 원룸, 투·스리룸 매물 보증금을 1000만원으로 조정해 분석한 결과다. 이를 기준으로 따지면 한 학기 및 방학까지 6개월동안 324만원을 허비하는 셈이다. 이는 한 학기 대학 인문계열 등록금에 맞먹는다.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26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근처에서 관계자들이 자가격리중인 중국인 유학생이 있는 자취방 주변을 방역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자취생총궐기 장길남 활동가(동국대 대학원생·29)는 "코로나19로 지난 2월 갑자기 기숙사를 비우게 되자 청주에서 KTX를 타고 통학하겠다고 하는 학생도 있었다"며 "(집 문제로) 휴학을 택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방을 구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차임 증감청구권'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택임대차보호법 7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해 적절하지 않게 되면 앞으로 낼 월세를 20% 안에서 줄여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위원장은 "법에서도 월세는 줄일 수 있고, 특별한 일이 발생하면 논의가 가능하다"며 "한국은 그간 집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돼 왔지만, 재난 상황인만큼 충분히 이야기해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차임 증감청구권을 실제로 사용해 집값을 줄인 예는 찾기 드물다. 법에 권리만 명시돼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나 규정이 없어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한국도시연구소 김기태 연구원은 "국무회의에서 국가비상상황으로 지정하는 경우 (월세를) 감액할 수 있고, 어떤 재난상황에서 가능하다는 것과 같은 내용이 법에 없어서 그렇다"며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이 보완된다 하더라도 집주인이 '갑'인 세태에서는 그런 요구를 대학생 개개인이 하기도 마땅찮다.
전대넷 공동의장인 전다현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그런 권리를) 웬만해서는 집주인에게 요구하기 어려울 것이다"며 "나가라 하면 집 구하기 어려워 집주인에게 강한 요구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생들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전대넷은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다. 민달팽이유니온 또한 주거권 문제를 해결하라는 내용의 요구안을 준비중에 있다.
전다현 회장은 "월세는 대학생들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싸 부모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학생이 성인임에도 자립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야기하므로 대학가 월세 상한제, 공공기숙사 확충 등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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