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만 살던 보은 회인면이 젊어졌다…라이더 청년마을 '생기'
바이크 애호가 8명 '삶은 동네' 정착
체험 캠프로 입소문…주거지도 조성
[보은=뉴시스] 서주영 기자 = 지난 3일 충북 보은군 회인면에서 자전거를 탄 시민들이 마을을 지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3일 충북 보은군 회인면 한 상점에서 만난 유주현(73)씨는 사뭇 달라진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인구 1700명 남짓의 회인면. 이곳은 50세 미만 인구가 20%도 되지 않는 시골 동네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젊음', '청년'이라는 말이 어색했던 이 마을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청년 8명이 보은군과 함께 회인면 일대에 행정안전부 청년 마을 사업을 진행하면서다.
마을을 살리자는 의지로 뭉친 이들은 '삶은 동네'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바이크(이륜차·자전거) 애호가의 성지 회인면을 라이더 특화 마을로 꾸미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1년간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에 선정된 뒤 회인 어린이집으로 쓰였던 건물을 '라이더 유치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주거 공간 1곳과 카페 1곳도 들어서자 마을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었다.
[보은=뉴시스] 서주영 기자 = 지난 3일 충북 보은군 회인면에 위치한 카페 '라이드 앤 브루(RIDE&BREW)'에서 주민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4.05.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이 운영하는 카페 '라이드 앤 브루(RIDE&BREW)'는 마을 방문객과 라이더, 주민들의 쉼터가 됐다. 카페 재료는 청년 농부가 직접 키운 대추를 쓴다.
이 마을에서 크고 자란 카페 직원 윤민섭(26)씨는 "처음에는 외지인이 괜히 시끄럽게 한다는 생각에 좋지 않은 시각도 있었다"며 "이제는 마을에 생동감이 돌고, 덕분에 저도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1년 전만 해도 회인면 주민이 라이더와 외지인에게 보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소음에 사고를 일으키는 불청객으로 봤다. '삶은 동네'는 이 발상을 전환했다.
[보은=뉴시스] 서주영 기자 = 삶은 동네 이경수(42) 공동대표. 2024.05.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삶은 동네 이경수(42) 공동대표는 "라이더와 청년들이 매너를 지키고, 마을에 머물면서 소비도 하면 주민 인식이 바뀔 거란 생각을 했다"며 "자신들을 위한 공간이 생긴다는 마음에 매너를 지키는 라이더가 늘고 있다"고 했다.
같은 해 7월 삶은 동네는 청년마을 '라이더타운 ㅎㅇ' 발대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회인면의 매력을 알리고자 청주, 대전 등 외부 청년을 2박3일간 초대하는 '금토일캠프'를 열었다. 네 달간 8차례에 걸쳐 89명의 청년이 마을을 찾았다.
보은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 교실, 폐오토바이 부품을 활용한 오브제 제작, 마을지도 제작 등 다양한 캠프 활동을 펼쳤다. 폐오토바이 부품으로 만든 맥주 디스펜서로 주민에게 맥주를 나눠주기도 했다.
[보은=뉴시스] 이경수 공동대표가 라이더 유치원을 소개하고 있다. 2024.05.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10월에는 라이더와 주민, 가족 단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휠리스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국내 최초 모빌리티 테마 페스티벌로 2000여 명이 다녀가는 성과를 거뒀다.
이 대표는 "내 고향 회인은 오장환문학관, 인산객사, 사직단 같은 7~8곳의 명소가 모여있는 매력적인 곳"이라며 "청정 자연에 관광지가 더해지니 청년 마을을 조성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라고 했다.
삶은 동네는 올해부터 금토일캠프의 확장판인 '한 달살이'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청년들과 함께 머물며 지역 아이템을 발굴하고, 최종적으로는 창업을 통한 정착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주거 공간 마련도 해결된 상태다. 보은군의 도움으로 전국 5곳만 선정된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을 따내 내년 상반기까지 주거시설을 짓는다.
청년 취향을 위한 지역 서점과 펍(영국식 술집)도 문을 열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캠프와 올해 한 달살이 캠프에 중복 참여자가 있다는 게 의미가 있다"며 "우리와 뜻을 함께할 청년 한 명, 한 명이 모이면 청년 마을이란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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