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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혁 "뜨겁게 산 젊음을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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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5-03 10: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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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세혁, 극작가 겸 연출가. 2017.05.03. (사진= 한아름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비슷한 나이대를 지나가는 인물에 관심이 저절로 생겨요. 제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도 되죠. 이런 젊은이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관심을 두나 봐요."  

 젊음에 대해 톺아봐온 극작가 겸 연출가 오세혁(36)이 1905년 을사늑약(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파견된 헤이그 특사에게로 눈을 돌렸다.

 서울시뮤지컬단(단장 김덕남)이 오는 19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밀사-숨겨진 뜻'에 극작으로 참여했다.  

 촛불처럼 위태로운 대한제국의 운명과 일본의 감시를 뚫고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밀사 파견의 긴박한 드라마를 그려내기 위해 김덕남 단장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오세혁에게 극본을 맡겼다.

 오세혁은 특히 탄생 130주년을 맞이한 헤이그 특사 이위종의 삶에 중점을 뒀다. 당시 스무 살에 불과한 청년밀사였던 이위종 열사의 파란만장한 드라마를 추적한다.

 대한제국의 독립을 호소하고자 1907년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는 헤이그로 파견된 이위종 열사는 구한말 영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를 비롯해 7개의 언어에 능통한 유일한 조선인이었다. 그간 또 다른 특사였던 이상설과 이준 열사의 행적은 잘 알려졌으나 이위종 열사는 이름 석 자만 전해져왔다.

 "헤이그 특사 이후의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특히 이위종 선생님의 인생은 바뀌었죠. 러시아 사관학교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독립을 위해 더 큰 활동을 하셨죠. 행보가 놀라웠어요. 조명이 덜 됐다고 생각했고, 헤이그 특사 이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어요. 가뜩이나 힘든 시기에 힘들게 산 젊은이들이에 대해서요."  

 오세혁이 극작과 연출까지 맡은 작품으로 지난해 초연에 이어 현재 재공연 중인 연극 '보도지침'(6월11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2관)의 키워드 중 하나도 역시 젊음이다. 제5공화국 시절인 전두환 정권 당시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가 월간 '말'지에 '보도지침(報道指針)'을 폭로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보도지침'은 작년에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을 많이 했던 작품이에요. 하지만 김주언 기자님이 제 또래에 그런 일을 하셨다는 것에 자극을 받았어요. 공연을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한 거죠. 힘겨운 시대를 산 분들의 젊은 에너지를 공연으로나마 전달하고 싶었죠."

 오세혁은 시인 백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를 내세운 동명의 뮤지컬 등 역사적 인물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로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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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세혁, 극작가 겸 연출가. 2017.05.03. (사진= 뉴시스 DB) photo@newsis.com
 '밀사-숨겨진 뜻' 역시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기대가 크다. "상상을 해서 써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누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분이 어떤 일을 했다는 부분보다 어떤 고민을 했을까 계속 생각을 하고 있죠. 작년에 러시아에 사시는 이위종 선생님의 증손녀 분이 한국에 오셨다고 했는데 작은 소원 중 하나가 공연이 올라가면, 자료를 보내드리고 싶다는 거예요. 그 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됐으면 합니다."  

 대학로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오세혁의 든든한 베이스캠프는 그가 상임작가로 있는 극단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이다. 2005년 오세혁과 배우 겸 작가 최현미 등 한양대 안산캠퍼스 풍물패 동문들이 주축이 돼 창단됐다.

 본래 창작 마당극을 위주로 한 유랑극단이었고 이후 연극에 주력하다 극단 내 또 다른 창작프로젝트집단이자 뮤지컬 전문팀인 '걸판엑스(X)'를 통해 뮤지컬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창작 뮤지컬 '빨간머리 앤'의 쇼케이스를 마쳤고 8월 중 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기도 하다.

 올해 초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오세혁에게 연출상을 안긴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그의 첫 뮤지컬 작업이었다.

 "뮤지컬은 노래가 강력해서 넘버 하나만으로도 시공간을 넘나드는 효과가 있어요. 노래 덕분에 솔직하게 하고 싶은 말을 가두지 않아도 되죠. '밀사'에도 그런 장면이 있습니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시(詩)적인 정서로 한국적인 뮤지컬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세종문화회관(사장 이승엽) 산하단체인 서울시뮤지컬단의 뮤지컬 색깔도 잘 살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든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도 그렇고 '라흐마니노프'도 그렇고 우리의 정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슬플 때 웃거나 웃고 있는데 눈물이 나는, 감정과는 거꾸로 가는 것이 우리의 정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마디로 인해 감정이 뒤바뀌고 그 감정이 머물러 있다 비약하고,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죠."

 오세혁은 현재 가장 바쁜 극작가 겸 연출가다. 비슷한 시기에 세 작품이 공연을 앞두고 있거나 무대에 오르고 있다. '밀사-숨겨진 뜻'과 '보도지침'을 비롯해 그가 극작으로 참여한 '지상 최후의 농담'(연출 문삼화·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도 공연하고 있다.

 심지어 연극 '대학살의 신'(6월24일~7월2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윤색 작업에도 참여하고 올해 하반기 기대작인 뮤지컬 '모래시계'도 작가 박해림과 공동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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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뮤지컬 '밀사-숨겨진 뜻'. 2017.05.03. (사진=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 photo@newsis.com
 오세혁은 여러 작품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는데 일가견이 있다. 극작만 참여하거나 극작과 연출을 동시에 맡는 경우, 연출만 맡는 경우 등 작품마다 색깔을 달리한다.

 "연출할 때가 마음이 가장 편해요. 작업할 때 같이 만들면 되니까, 연습을 하지 않을 때는 개인 시간이 있죠. 근데 글을 쓸 때는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게 되니까, 힘들어요. 하지만 한 편이 완성되면 뿌듯하죠. 내년부터 1년은 연출만 하고, 다른 1년은 글만 쓰는 작업 방식을 고려하고 있어요. 오롯하게 하나의 작업에 몰두하고 싶어서요."  

 명실상부하게 주류에 편입했지만 오세혁은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 대학로에서 걸판이 처음 공연을 할 수 있게 공간을 빌려준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게릴라극장이 최근 폐관할 때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전신 50%에 3도 화상을 입고 28번의 수술을 견뎌냈다 최근 세상을 뜬 연극기획자인 이동근 프로듀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연희단거리패는 제 롤모델이에요. 작가료, 연출료, 스태프 임금을 제대로 책정하려고 노력한 동근이 같은 제작자는 드물었고요."

 걸판 작업과 외부 프로덕션 협업을 원활하게 병행해나가고 있는 오세혁은 어느 연출이 했다는 말을 빌려 "극단은 모국어, 외부 프로덕션과 협업은 공용어를 쓰는 것"이라고 했다.  

 "세종문화회관 같은 공공극장은 기반이 잘 돼 있어 작업을 하기에 편하고 좋고 즐거워요. 각자 활동을 해온 영역이 있어 공통어를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좋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있어 든든하죠. 반면에 10여년을 같이 해온 극단은 계속 써온 언어를 기반으로 치열하게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이죠. 두 작업 형태 모두 즐거워서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아요."  

 자신에게 든든한 힘을 실어줬다는 '밀사-숨겨진 뜻'은 "우선 오래 갈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어느 시대에도 젊은이들이 있었고 그들을 뒷받침해주는 어른들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젊은이들과 어른들 모두 힘들어 서로를 공경하거나 도와주기에는 여유가 없어요. 점점 그렇게 되는 것이 안타깝고요. 이 뜨거운 이야기를 통해 젊은이들, 어른들 모두 힘든 시기에도 꿈을 크게 품었으면 좋겠어요."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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