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단체 "文, 국가책임 인정하고 재조사해야"
"3, 4단계 등급도 피해 인정하고 보상범위 확대"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시민단체가 문재인 정부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상 규명을 위한 재조사 및 재발 방지책 수립을 요구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의 편지 5통을 낭독하고 청와대에 전달했다.
올해 5월31일까지 정부에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고자는 모두 5615명으로 이 중 1195명(21.3%)이 사망했다. 5월 한 달에만 사망자 8명을 포함해 49명이 추가로 피해신고를 접수했다.
이들은 "정부의 연구용역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병원진료를 받은 피해자가 30만~50만명으로 추산된다. 피해자들은 막 태어난 영유아와 산모 그리고 노인들이 대부분이다"며 "문 대통령이 대선공약인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국가책임인정, 재조사를 통한 진상규명, 재발방지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쌍둥이 자녀 모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1단계 판정을 받은 김미향씨는 "일부 업체는 정부의 동물실험에서 폐독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껏 성분조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조차 알길이 없다. 감감무소식에 피가 마르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정부의 신속한 조사결과 공개를 요청했다.
가습기살균제 노출로 부친을 잃은 김미란씨는 "3·4단계는 증상이 경미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여전히 피해자로 인정받지 않고 있다"며 "3·4단계 폐섬유화도 1·2단계 폐섬유화와 같다. 단지 급성이 아닌 만성이란 이유로 똑같이 폐섬유화로 죽고 병들고 폐이식까지 해야 하는 3·4단계 피해들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4개월 영아와 임신 중 태아를 모두 잃은 권민정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화학물질 규제에 엄격한 시스템과 함께 서로 미루는 책임소재의 불분명함에 피해자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던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과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낮음' 수준인 3단계 판정을 받은 김옥분씨는 "폐 이외의 장기에도 손상이 있을 수 있음에도 이런 부분들은 간과한 채 보건복지부에서 피해자들에게 등급을 매긴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피해 경중에 따라 피해보상을 달리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기업의 철저한 반성과 배상을 요구했다.
10년간 가습기살균제를 쓰다가 3차 피해신고자로 접수한 이재성씨는 "판정조사의 개선과 함께 지연된 이유에 대해 재조사를 해달라"며 "3·4단계의 피해 인정범위도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당초 이들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었지만 경찰에서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불허하자 '문화행사' 형식으로 편지를 낭독했다.
이어 곧바로 이날 오후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이들은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구제방침과 사과 여부 등에 따라 1인 시위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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