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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식 화장실, 이미 1300년전에도···신라 동궁·월지 확인

등록 2017.09.26 10: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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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뉴시스】 변기와 배수 시설. 서로 연결돼 있다.

【경주=뉴시스】 변기와 배수 시설. 서로 연결돼 있다.

【경주=뉴시스】 신동립 기자 = 동궁과 월지에서 신라 왕궁의 수세식 화장실 유구가 나왔다. 경상북도 경주시 인왕동 22-2번지 일대 경주 동궁과 월지(사적 제18호, 옛 안압지)의 북동쪽 인접지역을 발굴조사한 결과다.

화장실 건물의 변기 시설과 오물 배수시설까지 함께 발굴됐다. 화장실 유구는 초석건물지 안에 변기가 있고, 변기를 통해 나온 오물이 잘 나갈 수 있도록 점차 기울어지게 설계된 암거(暗渠), 즉 지하에 고랑을 파서 물을 빼는 시설까지 갖춘 복합 변기형 석조물이 있는 구조다. 변기형 석조 구조물은 양 다리를 딛고 쪼그려 앉을 수 앉는 판석형 석조물, 그 밑으로 오물이 배출될 수 있도록 타원형 구멍이 뚫린 또 다른 석조물이 조합된 형태다. 변기형 석조물로 내려간 오물이 하부의 암거로 배출된 것으로 보인다.

변기에 물을 흘려 오물을 제거하는 수세식이다. 물을 유입하는 설비가 따로 갖춰지지 않았으므로 준비된 항아리에서 물을 떠서 변기 하부로 오물을 씻어 내보내는 방식으로 짐작된다. 고급석재인 화강암을 가공해 만든 변기시설, 오물 제거에 수세식 방식이 사용된 점, 변기 하부와 오물 배수시설 바닥에 타일 기능을 하는 쪼개 만든 벽돌(전돌)을 깔아 마감했다는 사실에서 통일신라 최상위층의 화장실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경주=뉴시스】 변기형 석조물

【경주=뉴시스】 변기형 석조물

불국사(8세기) 변기시설, 익산 왕궁리(7세기 중엽) 화장실 유구가 확인됐지만 화장실 건물과 변기시설 그리고 오물 배수시설이 같이 발굴된 사례는 없었다. 화장실이라는 공간과 부속품들이 한자리에서 발견된 최초 사례다. 통일신라 시대까지의 고대 화장실 중 가장 고급형이다.

발굴현장 동편에서 동궁과 월지의 출입문으로 추정되는 대형 가구식 기단 건물지도 확인됐다. 건물지 외곽을 따라 화강암재 가구식 기단 지대석과 계단시설이 2곳 남아있다. 인근 임해로가 가로막아 건물지 동서방향의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상태다. 남북 21.1m, 동서 9.8m가 전체 규모를 얼추 가늠할 수 있는 단서다. 가구식(架構式) 기단은 석조기단의 일종으로 주로 화강석을 쓴다. 만드는 방식이 목조가구와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며 통일신라 시대 주요 건물지에서 나타난다.

【경주=뉴시스】 동문(추정) 대형 건물지

【경주=뉴시스】 동문(추정) 대형 건물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통일신라 시대 왕경 남북도로에 맞닿아 있다는 점, 건물지 규모에 비해 넓은 계단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문지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문은 아니더라도 동쪽에 자리한 점으로 봐 그동안 동궁과 월지에서 한 번도 발견된 적 없던 출입문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발견이다. 유적 전체의 규모와 경계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 인왕동 박물관네거리에서 시작해 동궁과 월지와 황룡사 사이를 지나는 경주 임해로 하부에는 통일신라 시대의 왕경 남북대로가 존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궁 생활과 관련된 창고시설과 물 마시는 우물도 확인했다. 다양한 생활유물도 출토, 신라 왕궁의 일상생활 연구자료로 확보했다.

【경주=뉴시스】 동궁과 월지 ‘가’ 지구

【경주=뉴시스】 동궁과 월지 ‘가’ 지구

경주 동궁과 월지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직후 문무왕 14년(674)에 세워진 동궁과 주요 관청이 있던 곳이다. 1975년 당시 문화재관리국 경주고적발굴조사단이 처음 조사했다. 인공 연못, 섬, 동궁 관련 건물지 일부가 발굴됐으며 유물 3만여점이 출토되면서 주목 받았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07년 동궁과 월지 북동쪽 인접지역 발굴조사에 들어가그동안 대형건물지군, 담장, 배수로, 우물 등 동궁 관련 시설을 확인했다. 2007년 이전 출토된 것과 동일한 기와와 벽돌, 토기류도 계속 출토 중이다.

【경주=뉴시스】 동궁과 월지 조사지역

【경주=뉴시스】 동궁과 월지 조사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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